노스타투스튜디오 타투이스트 'Lai'
'평생 : 세상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동안'
사람은 누구나 평생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산다. 누구에게는 간직하고 싶은 꼬리표가 되기도 하지만, 누구에게는 당장에라도 지우고 싶은 꼬리표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평생 가지고 가는 것 중, 자신의 개성을 많이 드러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Tatto(타투)’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번 하면 절대 지울 수 없는 (물론 요즘 레이저 기술이 발달해서 지워지기는 한다지만) 타투를 작업하는 타투이스트의 삶은 어떨까 궁금했다. 그리고 섭외작업이 들어가고 나흘이 지나서, 개성 강한 사람들로 모여있는 동네인 홍대에서 노스타투스튜디오를 운영하는 타투이스트 Lai를 만날 수 있었다.
후아유?
노스타투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Lai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타투이스트 김윤래라고 해.
타투이스트라서 온몸에 타투가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적어서 놀랐어.
타투이스트 치고는 타투가 많은 편은 아니지.
타투이스트는 보이는 게 중요한 직업이지 않아?
그래서 타투를 늘려갈 생각이야. 의무적으로라도 해야겠더라고. 타투가 별로 없는 타투이스트라면, 손님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 나 역시 내 몸에 새기는 걸 좋아해서, 앞으로 하나둘씩 몸에 새길 예정이야.
타투가 하나도 없는 타투이스트도 있다면서.
타투 작업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야. 하지만 난 타투이스트라면 자신의 몸에 타투를 직접 새겨봐야 한다고 생각해. 손님의 몸에 바늘을 넣어서 하는 작업인데, 그 느낌을 모른다면 손님을 배려해 줄 수 없잖아. 연습의 차원에서라도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해.
“타투이스트에게 가장 좋은 연습장은 자신의 몸이거든.”
어떻게 타투이스트가 된 거야?
어릴 때부터 미술을 했어. 미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지. 졸업 후에는 그래픽디자인 회사에서 일했어. 그렇게 회사 생활을 하다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서 그만 뒀어. 어떤 일을 할까 생각하던 중, 어릴 적 부터 관심있던 타투가 떠올랐지. 그때부터 타투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어.
미술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왜 하필 타투였어?
20대때 타투를 한 적이 있어. 그때 타투이스트가 타투를 하는 걸 보면서 “내가 하면 이것보다 잘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아마 나와 같은 이유로 시작한 타투이스트들이 꽤 많을 거야.
당시에는 지금처럼 대중적이지 않을 때라, 타투를 배우기도 어려웠을 거 같아.
맞아. 당시에는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도 몰랐어. 지금처럼 정보가 많지가 않았거든. 그래서 인터넷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알려진 타투스튜디오에 수강생으로 들어갔어. 그리고 3달간 배우고 나왔지.
3달이면 배우기에 너무 짧은 시간 아니야?
타투는 글과 말로 배울 수 있는 분야가 아니야. 직접 사람의 몸에 바늘을 꽂아봐야 타투 본질의 느낌을 알 수 있거든.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기초를 배우기에 적합한 시간은 3개월이었어. 나머지는 독학하면서 실력을 쌓아나갔지. 그 때 개인적인 작업을 많이 했어.
그러려면 타투를 연습 할 연습장이 필요하잖아.
주변 친구나 후배들이 나의 연습장이 돼주었어. 선뜻 자신의 몸을 맡겼다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감사하게 생각해.
예전에는 타투에 대한 편견이 심했잖아. 그것을 어떻게 견뎌냈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지. 하지만 타투에 대한 매력에 푹 빠진 상태라서,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 지금도 타투를 작업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 그만큼 매력적인 작업이지.
일러스트의 경험이 있어서 디자인에서는 큰 어려움이 없었을 거 같아.
천만에. 일반적인 일러스트와 타투의 디자인은 스타일 자체가 달라. 타투 각각의 장르(예를 들면 재패니즈,올드스쿨,네오트래디셔널 등등..)마다 고유 특성이 있어. 전통적인 스타일과 패턴이 있는데, 그걸 잘 이해해야 해. 그 후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깔을 입히는게 중요하지.
“몸에 한 번 새기면 절대로 수정이 안 되는 것이 타투야.”
타투의 작업은 어떻게 진행돼?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디자인 작업이야. 보통은 손님이 인터넷에서 내가 만든 도안을 보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 가끔 손님이 도안을 직접 가지고 오는 경우도 있어. 그럼 난 거기에 맞춰서 가장 적합한 도안을 완성해놓지. 최종으로 타투 디자인이 확정되면, 전사작업이나 바디 스케치 작업을 시작해.
스케치 작업이라고 하면?
색상의 구성, 명암의 범위 그리고 사이즈를 확인하면서 일차적으로 몸에 새겨놓는 작업이야. 그리고 라인 작업과 쉐이딩 작업을 시작하지. 쉽게 말해서 몸에 바늘을 넣고 타투를 새긴다는 거야.
보통 작업은 얼마나 걸려?
보통 미니타투(작은 타투)는10~20분이면 끝나. 하지만 사이즈가 큰 작업은 30~40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어.
그정도면 몸 전체에 타투를 새길 수 있을 거 같은데.
타투를 새길 때 사람이 고통을 참을 수 있는 시간은 3~4시간이야.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작업하면 몸이 받아들이기 힘들어. 그래서 스케줄을 최소 일주일에 한 번으로 잡아야 해. 등 전체를 한다고 가정하면, 2~3달이라는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거지.
가장 궁금한 게, 타투를 새길 때 얼마나 아파?
사람마다 달라. 어떤 사람은 엉덩이가 아프다고 하지만 아닌 사람도 있어. 아프다고 우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자는 사람도 있다니까?
요즘 어느 부위를 가장 선호하는 편이야?
예전에는 팔뚝과 같이 쉽게 보이지 않는 부분을 선호했어.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부위를 선호해.
타투에는 메시지를 넣지 말라는 말이 있어. 사실이야?
맞아. 타투는 그냥 멋으로 하는 사람이 더 많아.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지. 심지어 연예인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
그럼 연예인과 같은 문신을 해줘?
연예인과 같은 타투를 원하는 손님은 내가 말리는 편이야. 차라리 비슷하거나 다른 도안을 추천해줘.
타투를 할 때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점은 뭐야?
손님과의 커뮤니케이션이야. 손님이 원하는 느낌을 잘 캐치해서 타투로 표현해주는 것이 타투이스트의 역할이야.
타투이스트를 하면서 가장 뿌듯할 때는 언제야?
내가 한 작업을 손님이 마음에 들어 할 때. 그때가 가장 기분이 좋아.
“타투이스트는 돈의 욕심보다는 타투의 퀄리티에 대한 욕심이 더 강해.
정말로 타투 자체를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거든.”
우리는 인터뷰 하고 있지만, 뒤편에는 타투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혼자서 운영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타투이스트가 많네?
나를 포함해서 총 3명의 아티스트가 있어. 예전에는 개인작업실 위주였다면, 요즘은 여러 아티스트들이 모여서 함께 활동하는 추세야.
어떤 영향을 받았길래, 대형화가 되었어?
외국 스튜디오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 외국은 큰 규모에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했어. 국내의 대형 미용실과 같다고 할까? 많게는 10명의 타투 아티스트들이 있는 곳도 있으니까. 그에 반면 우리나라는 우물 안의 개구리 격이었어. 외국으로 나가는 국내의 아티스트들이 많아지면서, 국내의 타투스튜디오도 대형화로 바뀌어 갔지.
본인 역시 재작년에 호주에 갔었다고 들었어. 어떤 이유로 가게 된 거야?
처음에는 여행을 목적으로 갔었어. 여행하던 중, 우연히 호주 타투스튜디오에서 일하게 됐어. 일하면서 비즈니스 마인드와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방식 등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3달간 일을 더했어.
타투이스트는 외국에서도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거야?
포토폴리오를 보여주고 통과하면, 외국의 타투스튜디오에서 게스트로 일할 수 있어.
외국에서 일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좋았어?
타투라는 직업에 대해 존경심을 표현해줬어. 스튜디오 근처 맥줏집을 종종 가곤 했는데, 한국에서 호주로 타투하러 왔다고 하면, 굉장히 멋지다고 인정해줘.
또다시 외국을 갈 계획이 있어?
9월에 뉴질랜드로 가. 한국의 일부 타투이스트들도 외국을 자주 가는 편이야. 난 거기에 비해 아직 많이 못 가봤어.
“매년 새로운 나라에서 그들만의 타투를 보고 배우려고 해.”
이제는 타투가 패션 일부분이 됐어. 그만큼 대중적이게 됐지. 그만큼 타투이스트들도 늘어났을텐데, 어떻게 자신만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어?
열심히 하는 것이 정답이야.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말이지. 예전보다 사람들이 타투를 보는 눈이 높아졌어. 단순히 이벤트로 돈을 벌려고 하면 바로 알아채지. 그래서 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실력을 키워야 하는 게 답이야.
앞으로 꿈꾸는 스튜디오의 모습이 있다면?
복합적인 타투스튜디오처럼 운영하고 싶어. 아직 국내에는 많지 않아서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외국에는 피어싱과 패션이 결합한 스튜디오가 많아. 그런 타투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야.
앞으로 어떤 타투이스트로 성장하고 싶어?
손님이 왔을 때 원하는 타투를 제공해주는 타투이스트가 되고 싶어. 나만이 할 수 있는 독창적인 디자인도 좋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손님을 얼마큼 만족하게 하느냐야. 그래서 매일 다른 타투이스트가 작업하는 영상을 보면서 공부하고 있어. 타투에 대한 연습은 끝이 없거든.
현재 나를 가장 뜨겁게 하는 것은?
외국으로 여행 가는 것. 재작년 호주를 갔다 오면서, 여행에 대한 참 매력을 느낄 수 있었어. 이번에 가는 뉴질랜드에 이어서 다음에는 어디를 갈지를 찾아볼 때가 가장 흥분되고 나를 뜨겁게 만들어.
오피스N 독자분들께
독자분 중, 타투이스트를 꿈꾸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기에는 화려해 보이지만 정말 노력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자기 생활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죠. 그만큼 타투를 좋아해야 합니다. 사람 몸에 평생 남을 그림을 그리는 일이니, 신중하게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