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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ONE Oct 11. 2024

출항

오랫동안 고심하다 결국 출항을 결정했습니다.

이곳에 처음 짐을 들여올 때만 해도 난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었는데,

지금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힘없이 축 늘어져 있습니다.


국내선인지 국제선인지도 모를 기체에 몸을 싣습니다.

짐을 분명 많이 덜어냈는데 여전히 몸과 마음은 무겁습니다.

그렇게 사랑스럽던 당신이 이제는 짐이 되어 나를 누릅니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갑갑함에 짓이겨질 것만 같습니다.

당장이라도 숨이 멎어 올 것만 같습니다.

간신히 호흡하는 지금 이 순간들이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분명 난 당신이라는 나라를 떠나려 이 기체에 몸을 실었는데,

어째서 출항하는 그 순간까지 저를 괴롭히시나요.

혹시 당신도 나를 그리워할까요. 부디 그랬으면 하는데.


내 속이 갑갑해 미어터지는 만큼, 당신도 힘들었으면 합니다.

나의 부재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부디 그대에게 내가 삶의 대부분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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