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녹일 듯하던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가을의 향이 난다.
그리고 난 그런 가을을 매우 좋아한다.
너무 길지도, 너무 짧지도 않은 해의 길이와
한강변에 앉아있으면 온전히 느껴지는 자연.
따스한 햇빛아래 조금은 차가운 공기까지.
가장 예쁜 옷들을 골라 입을 수 있는 계절이자
밤이 되면 추워하는 너를 위해 겉옷을 내어주며
자연스레 말을 걸 수 있는 그런 계절.
세상은 초록빛에서 알록달록한 빛으로 변하고
한 해의 마무리가 다가옴을 느끼며 조금은 고독해져
마음을 비워내기에 적합한 계절.
걷는 걸 싫어하는 내가 괜스레 걸어보고 싶게 만들고,
마시지도 않던 커피를 괜히 마셔보게 되는,
너를 닮아가고 싶은 내 마음 같은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