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가 천사라고 생각했는데,

Keshi - ANGEL

by STONE

가을이 시작되면 은은하게 생각나 겨울엔 내 플레이리스트를 장악하는 가수, Keshi의 [ANGEL]이라는 곡에 대해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한다. Lo-fi 장르의 대명사인 케시는 마니아층도 매우 두터운 동시에 대중성도 동시에 잡은 가수이다. 4-5년 전만 해도 유튜브에 '잔잔한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하면 한곡 끼워져 있던 가수였는데, 어느새 내 주변에도 아는 사람이 많이 늘어서 기분이 좋은 가수다.


이번에 이야기할 [ANGEL]이라는 곡은 2022년 발매한 [GABRIEL] 앨범의 11번 트랙이다. 도입부부터 왠지 눈 오는 겨울이 떠오르는 잔잔한 피아노 선율과 유선텔레비전에 나오는 화면처럼 조금은 모자이크 된 느낌의 목소리, 그러다가 하나씩 쌓이는 멜로디와 중간중간 현을 활로 긁어주는 듯한 바이올린의 앙칼진소리.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포인트 중 하나인 후반부에 먹먹하지만 감성을 확 터트려주는 강렬함까지.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는 다 갖춘 노래인 것 같다.


멜로디가 좋으니 당연하게도 그다음은 네이버 블로그로 가사의 뜻을 찾아보고, 앨범설명이나 곡설명이 있으면 같이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이 노래도 6개 이상의 블로그 해석글들을 찾아봤다. 가사의 전반적인 내용과 가수의 생각을 알고 들으면 더 몰입할 수 있게 되는 그 느낌이라서 더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난 그런 과정이 너무 재미있다.


ANGEL은 이별에 관한 이야기이다. Keshi는 곡 안에서 본인을 지옥, 상대방을 천사로 표현한다. 본인이 가진 모든 것을 주고도 무엇을 더 줄 수 있는지 계속해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라며 묻는다. "난 네가 천사라고 생각했고, 그런 널 보자마자 난 자아를 잃어버렸다" 면서 본인이 상대방에게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본인은 지옥이라며 이별을 고한다. "너는 지옥을 버티지 못할뿐더러, 이 지옥은 다른 의뢰인을 받는 중이다" 라며 본인과 이별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고선 사랑을 바닷가에 비유하며 "넌 해안가를 걷고 있어. 깊게 빠져본 적도 없겠지, 네가 다 바칠 수 있는 사람에게" 라며 마음을 잘 주지 않는 상대방을 밀어낸다.


블로그에서 본 글 중에 기억에 남는 글이 있다. "모든 걸 주듯이 사랑했지만 그만큼의 사랑을 받지 못한 본인은 지옥이며, 본인을 문제 삼고 본인의 부족이라고 칭한다. 그리고 사랑을 주지 않고 받기만 했던 상대방은 천사에서 하강하는 모습으로 그려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들었던 생각이, Keshi는 이전 사랑에서의 열등감을 다음 사랑에게 더 좋은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본인의 문제와 부족함을 늘 생각하는 사람에겐 발전이 빠르게 찾아온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이미 스토리텔링이 된 노래가 듣는 이로 하여금 머릿속으로 본인만의 감상이 담긴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게 한다면 명곡이 아닐까 싶다. 이 곡은 Keshi가 정말 이별을 말하는듯한 보컬덕에 내 머릿속은 계속해서 여러 장면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눈이 적당히 내리는 겨울날, 둘이 패딩을 입고 집 앞 공원 벤치에 눈을 피해 앉아서 어색한 적막 끝에 한쪽이 먼저 흐르려는 눈물을 참고 최대한 차분함을 유지하며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이별을 말하면 상대방은 침묵 끝에 "... 그래"라는 짧은 한마디만 남기고 돌아갈 것 같다. 그리고선 돌아가는 상대방을 바라보지도 못한 채 어린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다 지쳐 집으로 돌아갈 것만 같다. 그리고선 훗날 시간이 지나 배경사진처럼 노을지는 시간대의 한강을 보며 그 아이를 추억하겠지.


Keshi가 이런 겨울 느낌의 곡을 정말 잘 만든다고 생각을 한다. 멜로디라인이나, 가사의 내용이나, 물론 설레고 그런 노래들도 정말 좋지만 Keshi의 진가는 조금은 아프고 잔잔하다가 후반부에서 터트려주는 곡에서 더 잘 묻어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런 노래들을 더 좋아하기도 하고 말이다. 벌써부터 Keshi의 다음 명곡을 찾을 생각을 하니까 너무 설레어진다. 가수의 특징과 곡의 내용을 이해하고 들으면 곡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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