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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 Sep 21. 2023

[오스트리아 빈]벌침을 맞아 보셨나요?

그것도 빈에서! 공짜로!


 숙소에서 가장 의아한 건 창문에 방충망이 없다는 거다. 다행히 모기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다른 곤충의 방문까지 막지는 못했다.


파리는 종종 들어왔다가 나갔고, 풍뎅이와 노린재를 잡아서 밖으로 내보낸 적도 있다. 두 번째 숙소 누* 아파트에 와 보니 벌을 닮은 곤충 몇 마리가 창문 틀을 맴돌고 있었다.(나는 처음에 그 녀석들이 벌이 아니라 벌을 닮은 파리나 등에라고 생각했다.)


봄과 여름이 자고 있는 아침에, 빨래를 해서 널려고 빨랫줄을 걸었다. 한쪽은 냉장고 위에, 다른 한쪽은 창문틀 위에 매면 되겠다 싶어서 의자를 끌어와 창문 쪽으로 올라갔다. 그러다가 창문 사이에 있는 벌을 닮았다고 생각한 곤충 두 마리를 때려잡았다. 한 마리가 남았는데 그 녀석아래쪽으로 내려오길래 창문을 열고 내보내 주려고 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은혜도 모르고 내 새끼손가락을 쏘고 위쪽으로 달아났다.


벌에 쏘이자마자 너무 아파서 나도 모르게 “악!” 비명을 지르고 의자에서 뛰어내렸다. 내 비명을 듣고 봄과 여름은 잠에서 깨어 후다닥 거실로 나왔다.


봄은 “악!”과 “쿵!” 소리를 듣고서 위층에 있는 사람이 침대에서 자다가 떨어진 줄 알았다고 했다. 둘이서 저 사람 부끄럽겠다 그랬다나?


여행을 오기 전 손가락 관절이 아파서 병원에 갔었는데, 의사가 퇴행성 관절염이라 별다른 치료약은 없다며 아플 때마다 먹으라고 강력한 진통제를 처방해 주었었다. 봄과 여름이 열심히 검색해 보더니, 내가 가져온 진통제는 벌에 쏘인 사람이 먹어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나를 쏘고 달아난 그 녀석은 서양말벌이었다!


하루 종일 얼음찜질을 하며 병원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살짝 고민했다. 다행히 내가 들어 놓은 여행자보험에서 응급실 비용은 처리된다니 쏘인 자리가 붓거나 이상이 생기면 병원에 가면 되겠다고 안심하며.


불안해하면서 자고 일어나니, 어라!

아침이면 뻑뻑해서 주먹을 쥐기 어렵던 손가락이 왠지 부드럽다. 손가락 관절의 통증도 사라졌다. 에서 공짜 벌침맞고 퇴행성 관절염이 나았다.(벌침의 효과는 여행 내내 지속되었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마찬가지다. 빈에서 만난 서양말벌, 너 제법 신통하다!)


사진-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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