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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 Oct 05. 2023

[오스트리아 빈/멜크]오스트리아에 나쁜 개는 없다

관광객들이 데려온 개는 가끔 나쁘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점잖다고 했는데, 오스트리아 개도 만만치 않다. 오스트리아 개들은 하나같이 과묵했다. 덩치는 산만큼 큰데 눈빛도 순하고 꼬리도 얌전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개들도 어찌나 차분한지 모른다. 트램이나 버스에는 개와 함께 탈 때 목줄과 입마개를 꼭 하라는 표시가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다른 승객이 전혀 불안지 않을 정도로 개들이 잘 훈련되어 있었다.


입마개와 목줄을 하세요


기차를 탄 개는 주인의 발치에 앉아서 주인이 일어나라고 할 때까지 꼼짝도 안 했다. 역에 기차가 좀 오래 정차할 때면 주인을 따라 나가 플랫폼을 한 바퀴 돌고 와, 물그릇에 주인이 주는 물을 몇 모금 마시고는 다시 제자리에 앉아 기차 여행을 즐겼다.


트램에서 휠체어를 탄 승객 옆에 앉아 있던 개도 칭찬할 만했다. 교차로에서 트램이 덜컹거려도, 승객이 타고 내려도, 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앞만 보고 앉아 있었다.


그라츠, 트램 안에서


심지어 노숙자와 함께 있던 개도 주인의 품에서 안하게 낮잠을 즐겼다.



버릇없는 개는 딱 두 번 봤다.


한 번은 P아울렛에서.

가게들을 둘러보다가 다리가 아파서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손바닥만 한 치와와 한 마리가 지나가던 몰티즈에게 사납게 짖으며 싸움을 걸었다. 주인이 목줄을 잡아당겼지만, 치와와는 꼼짝도 하지 않고 계속 짖었다. 주인이 치와와를 들어 올려서 진정시키며 하는 말은 영어였다.


또 한 번은 멜크 식당에서.

우리 뒷자리에 앉은 손님 여섯 명은 개를 두 마리나 데려왔다. 우리가 앉아있던 정원에서 주차장이 보였는데, 개는 차에서 내릴 때부터 컹컹 짖어서 주인이 여러 번 큰소리로 조용하라고 했다. 주인이 테이블에 앉으면서 의자에 목줄을 묶고 앉아 있으라고 했을 때도, 개들은 다른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며 자꾸만 벌떡 일어났다. 힘도 세어서 개들이 의자를 끌어당기는 바람에 의자가 넘어지고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웃었지만, 개 주인은 민망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그 사람들이 쓰던 말도 분명히 영어였다.



잘츠부르크 뫼니히산 아래에서 뜨개실을 팔던 수잔의 개가 최고였다. 그 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서.


사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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