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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 Sep 21. 2023

[오스트리아 빈]어르신께는 츄스, 어린이에겐 BTS

젊은이들에겐? 두 유 노우 케이 드라마!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점잖다. 남유럽 사람들처럼 먼저 인사를 건네는 법은 거의 없다. 식당이나 가게 계산대 직원 정도나 인사를 할 뿐이다.


나는 주로 농부들이 과일과 채소를 파는 파머스 마켓에서 오스트리아 사람들을 만났는데, 물건을 팔러 오신 분들이니 아주 적극적으로 인사를 했다. 'Morgen(모르겐-독일식 인사)'과 'Hallo(할로-영어식 인사)'부터 'Ni hao(니 하오-중국식 인사)'까지 들었다.('Ni hao'라고 인사할 경우에는 그건 중국 사람에게 하는 인사고, 나는 한국 사람이니 ‘안녕하세요’라고 말해야 한다고 꼭 가르쳐 드렸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내가 더듬거리는 독일어로 물건을 가리키며 ‘eins(아인즈-1)’, ‘zwie(쯔바이-2)’, ‘drei(드라이-3)’ 하고 숫자를 세면 기특해하셨고, 물건값을 알아듣고 돈을 딱 맞게 내면 고개를 끄덕이셨으며, 'Auf Wiedersehen(아우프 비더젠-안녕히 가세요(헤어질 때 하는 독일식 인사))'으로 인사하실 때 비장의 무기인 'Tschüss(츄스-잘 가(친한 사이에 하는 말))' 한 마디로 대답해드리면 이가 다 보이도록 활짝 웃으며 너 독일어 잘한다고 칭찬해 주셨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좀 다르다.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입을 열지 않는다. 그래서 그라츠 대학 유리온실에 현장 체험 학습 나온 초등학생을 만났을 때, 내가 먼저 작정하고 물었다. 물론 이번에는 영어로.


나는 한국에서 온 여행자야. 너 몇 살이니?
와! 한국!!!(아이의 얼굴이 환해졌다.)
너 BTS 아니?
물론이죠!
나 BTS 좋아해. 너도 좋아하니?


그럼요!!!(아이는 하트 뿅뿅 눈빛을 나에게 보내고 친구에게 쪼르르 뛰어갔다. 아마 BTS의 나라 한국에서 온 아줌마를 만났다고 자랑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려서일 것이다.)



신발 가게에서 만난 청년은 자기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너희들 한국에서 왔니?
어떻게 알았어?
어 너희들끼리 한국말 하길래...
나 한국 드라마 좋아해.
그래? 무슨 드라마 봤는데?
최근에는 ‘더 글로리’ 재미있게 봤어.
나도 나도! 송혜교 연기 너무 잘하지 않아?


나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청년에게 홀려 부츠 한 켤레와 계획에도 없었던 가죽보호제를 샀다. 텍스 리펀 서류를 기다리고 있을 때, 청년은 내가 신고 있는 신발의 밑창을 갈아주는 건 베를린과 파리 지점뿐이고, 새 신발 살 때 헌 신발 가져오면 20% 할인을 해 준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러므로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려면, 츄스를 꼭 기억하시길! 드라마도 좀 봐 두시고!


사진-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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