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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기부기 Jul 24. 2024

프롤로그

우리 이야기를 브런치에 써도 될까?

브런치를 시작하고 일곱 번째 썼던 글인 '출근 전쟁'이 2만뷰를 돌파했다. 감사하게도 다음포털 메인에 내 글이 소개되어 매체의 도움으로 엄청난 유입효과를 누린 것이지만, 무엇보다 강력하고 확실한 지표인 '숫자'가 내 글의 가능성(?)을 시사해주니, 자신감과 의욕이 미친듯이 차올랐다.


본디 '오기부기의 브런치스토리'는 일상에서 증발 가능한 경험, 생각, 인사이트 등을 기록하여 보존하는 '아카이브'로써 탄생했다. 그러나 나의 글을 읽는 사람들이 불특정 다수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하여 누구에게나 잘 읽히는 글을 쓰는 것이 매 번의 미션이었고, 놀라울 정도지만 매 편의 글이 십수 번의 퇴고를 거쳤다.



브런치 작가로의 활동을 시작하고, 일상을 조금 멀찍이 떨어져서 보기 시작했다. 즉, 상황 자체에 녹아드는 것이 아니라 해당 상황에서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나 관찰을 하게 된 것이다. 중요한 장면이든 아이디어든 '캡처'하지 않으면, 하루가 다르게 넘쳐 유입되는 데이터 속에 사장된다.


관찰을 통해 안 사실은, 나의 일상을 좌우하는 에너지의 업/다운을 가장 굴곡지게 만드는 요소가 의외로 남편이라는 것이다. 남편과의 대화나 스킨십에서 느끼는 애정지수가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과, 모든 것이 안정적인 상황에서도 남편의 무기력과 무관심이 불러오는 알 수 없는 의욕 저하는, 분명 내 삶이 혼자의 능력으로 인해 돌아가고 있지 않음을 말해주었다.



그리하여 나는 결심했다. 나의 첫 번째 브런치북을 남편과의 이야기로 연재해 보기로. 우리의 연애에서 비롯된 부부생활이 현재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이고, 또 누군가에겐 참고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겐 재미를 주기도 살짝 소망해본다. 어쨌든 나의 브런치북 계획에 대해 남편에게 물었을 때 돌아온 반응은.. 대충 이러했다.


"여보~ 우리 이야기를 브런치에 써도 돼?"

"응, 되지. ㅇㅅㅇ"

"진짜? 고마워~~~(신남)"

"안될 게 뭐가 있어, 근데 쓸 게 있어??"

"그건 여보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


우리에 대해 뭘 쓰는지도, 얼만큼 딥하게 (혹은 솔직하게) 쓸지도 물어보지 않았다. 우리 남편은 이렇게도 심플한 사람이다. 나는 이런 남편의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 좋아 결혼까지 했다. 아직까지는 내가 무얼 하든, 막힘없는 신뢰와 지지를 보내주는 남편이다.



남편과 나는 아직 서로를 알아가고 있다. 우리의 연애는 고작 8개월, 임신을 포함한 신혼 6개월, 무방비로 닥친 육아를 시작한지 2년 3개월째다. 불처럼 뜨거웠던 연애 시절, 입덧과 부모가 된다는 두려움으로 점철되었던 신혼 시절, 우당탕탕 바람 잘 날 없었던 육아(온고잉) 기간동안 서로에 대해 얼마나 파고들어 알아볼 수 있었겠는가..


사실상 극단적인 상황에서 마주한 상대의 본성을 통해, 1년이 걸릴 걸 1개월만에 알아차리는 식으로 그나마 그 짧은 기간을 오해와 이해와 타협으로 버텨왔다. 어쩌면 우리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관계일 수도 있겠다.



어찌되었든, 본인과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오픈하도록 허락해 준 쿨한 우리 남편에게 감사를 표하며..

최선을 다해 브런치북 첫 작품을 완성시켜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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