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입대한 아들로부터 전화가 온다고 했다. 주말이라지만 토요일일지 일요일일지, 오전일지 오후일지 알 수 없었다. 네이버 카페에선 언제 올지 모르니 핸드폭을 꼭 가까이 두고 있으라고 했다.
드디어 토요일.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잠은 깼지만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자리에 누운 채 핸드폰을 찾았다. 딱히 볼 것도 없었지만 습관처럼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멍한 정신으로 여러 사진과 영상을 넘겨 보는데, '윙' 소리와 함께 화면에 아들 이름이 떴다.
"어어~ 아드을!"
들뜨고 흥분한 나와 달리 아들은 차분했다. 차분한 건지 경직된 건지. 안 힘드냐, 같은 방 사람들은 괜찮냐, 화장실은 잘 가냐는 등의 물음에 아들은 덤덤히 다 괜찮다고 했다. 아직 일주일째라 특별히 한 건 없고, 안내 교육 받고, 보급품 나눠주고, 주사 맞은 게 다라고 했다.
그러지 않아도 군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주사를 양 어깨에 맞는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주사를 맞히는 건가 싶어 찾아보니, A형 간염, 파상풍, 독감, 뇌수막염, MMR, 신증후군 등이 나왔다. 이미 맞은 주사도 있는데 그런 거 상관없이 다 맞추나 하며 걱정했는데 세 가지를 맞았다고 했다. 자세히 기억하고 있지 않을 것 같아 무슨 주사인지는 묻지 않았다. 다만 한꺼번에 세 가지를 맞아도 되나 싶어 주사 맞고 힘들지는 않았냐고 하니 괜찮았다고 했다.
입대 후 며칠 뒤 군 소식을 전하는 밴드가 있으니 가입해서 확인하라는 안내 문자가 왔다. 거기엔 훈련기간 동안의 식단이 올려져 있었다. 메뉴를 보니 내가 집에서 해주는 것보다 잘 먹을 것 같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밥은 잘 나오냐고 물으니 아들은 그제야 약간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잘 나와. 해군이 원래 밥이 잘 나오기로 유명하다고 했잖아. 진짜 그래." 피식 웃음이 났다. 미식가 아들인데 먹는 즐거움이라도 있으니 그게 어딘가. 아니지. 배 타는 아이들인데 당연히 잘 먹여야지.
아들과의 첫 통화는 짧게 끝났다. 마치 무슨 수련회라도 간 듯 차분한 아들에 비해 나만 호들갑인 게 머쓱하기마저 했다.
일요일. 늦게 일어나서 미적거리다 아침은 패스하고 이른 점심을 차렸다. 식사를 하기 전에 별 생각없이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10분 전쯤 아들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가 있었다. 서둘러 다시 전화를 거니 통화 중이었다. 카톡을 보냈다. "전화 못 받았네. 다시 할 수 있으면 해." 한참 동안 전화가 오지 않았다. 다시 걸어볼까 하는 찰나에 통화가 가능하다는 문자가 왔다. 다시 전화를 거니 드디어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엄마. 아, 잠깐만. 아아"
"왜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쪼그려 앉아서 통화를 했더니 다리가 저려서."
아...,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누구랑 그렇게 통화를 했냐고 묻자 아들은 "친구"라고만 했다. 더 자세히 묻지 않았다. 아들의 목소리는 어제보다 여유가 있는 듯했다.
"아빠가 그러는데 돌아가는 차 안에서 엄마 울었다며?"
난 차 안에서 울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혼자 눈물짓긴 했어도. 남편은 왜 굳이 이런 말을 했을까 의아해하며 "별로 안 울었어"라고 답했다. 아들은 "이렇게 자주 통화할 거면 울 일도 아닌데"라며 나를 달랬고 나는 "통화는 통화고 네가 옆에 없잖아"라며 허전함을 전했다. 짧은 순간 둘 사이엔 먹먹함이 흘렀다.
아들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나 없으니까 집도 조용하고 이제 카페 가서 책 읽지 않아도 되겠네"라고 했다. 나도 한껏 톤을 높여 "아닌데? 그래도 가는데?"라며 장난스럽게 답했다. 순간 군대가 아닌 어디 여행이라도 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여행이었으면 오죽 좋을까. 아들은 "그래에~"라며 자기 없는 동안 공부도 열심히 하고 책도 많이 보라며 오히려 날 응원했다. 아들의 배려심은 늘 나를 감동시킨다. 도대체 누구에게 배운 거니. 내겐 이런 여유가 없는데.
전화를 끊고 식사를 하려는데 갑자기 눈물이 차올랐다. 제발 제대하는 그날까지 오늘 같은 평화로운 대화만 이어지길. 둥글둥글 원만한 성격에 인기도 많은 아이인 만큼 어디에 가서도 잘 지낼 거라 믿지만 그래도. 마지막 순간까지 무탈하게 잘 지내다 오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