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로 가득한 집 안에서
2021년 2월, 추운 겨울날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들던 어느 날, 오랜만에 언니를 만나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최근 두부와 함께한 일상을 이야기했고, 언니는 매달 정기적으로 유기묘 봉사를 다닌다고 했다.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공간을 청소하고, 때론 아픈 아이들을 돌봐주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 한켠이 울컥했다.
두부를 키우기 시작한 이후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생겼고, 그래서 언니의 이야기는 더욱 깊게 다가왔다. '나도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언니는 내가 관심을 보이자 봉사 일정이 있는 단체를 알려주었고, 봉사 신청 방법도 자세히 설명해줬다.
그 단체는 매달 유기묘 봉사 일정을 미리 공지하고,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아 진행했다. 단, 선착순으로 마감되기에 빠르게 신청해야 했다. 봉사 장소는 강북 수유역 근처였고,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왕복 3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거리였다. 한 달에 딱 두 번 열리는 일정이었고, 거리상 자주 가기엔 어려움이 따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점점 봉사로 향하고 있었다. 단 한 번이라도 괜찮으니 꼭 다녀오고 싶었다.
2021년 3월 27일, 드디어 기대하던 유기묘 봉사에 처음 참여하게 되었다. 현장에서 제공한 비닐 옷과 장갑을 착용한 뒤 봉사를 시작했다. 내가 처음 방문한 유기묘 봉사장은 한 할머니가 가정집에서 수십 마리의 고양이를 돌보고 있는 곳이었다. 좁고 낡은 집 안은 고양이들로 가득했고, 곳곳에는 오래된 캣타워와 긁힌 가구들이 눈에 띄었다. 바닥 곳곳에는 고양이 털이 수북했고, 화장실 근처는 청소가 되지 않은 듯 냄새가 심했다.
할머니는 병이 있다고 말씀하셨고, 건강이 매우 걱정스러워 보였다. 가끔 숨을 고르듯 벽에 기대 앉아 계셨고, 허리도 많이 굽으신 상태셨다. 고양이들 대부분은 단순히 더럽거나 털이 빠진 상태가 아니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 고양이, 한쪽 다리를 절뚝이는 고양이, 꼬리가 잘린 고양이, 피부병이 심하게 번진 고양이 등… 대부분이 각종 질병과 상처를 안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병들고 다친 채로 버려진 고양이들이 서로의 체온을 의지해 살아가고 있었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 없던 나는 강하게 올라오는 소변 냄새에 깜짝 놀랐고, 마스크를 써도 전혀 막히지 않는 자극적인 냄새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크게 다가온 감정은 안쓰러움과 먹먹함이었다. 이 아이들이 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상상할수록 가슴이 무거워졌다.
몇 명씩 조를 이뤄 각 공간의 사진을 찍고, 캣타워와 화장실 등을 들어내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했다. 고양이 용품들도 일일이 물로 닦아낸 뒤, 처음 모습 그대로 정리하는 방식이었다. 바닥은 미끄러울 정도로 눅눅했고, 창문은 대부분 닫혀 있어 환기가 되지 않았다. 낯선 환경에 긴장도 많이 됐지만,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봉사가 끝났다. 기억에 남는 건, 고양이들이 하나같이 짠하고 마음이 아팠다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지방으로 회사를 옮기게 되면서, 이 유기묘 봉사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다.
2024년 10월의 어느 날, 친구와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친구는 자기 가게 손님 중 몇몇이 성남에서 유기견 봉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성남에 유기견 봉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있어?”
나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친구는 성남 태평역 근처에 있는 유기견 보호소라며, 주로 산책 봉사를 하는 곳이라고 설명해주었다. 대부분 진도 믹스견이 많다고 했고, 외모도 우리 두부와 많이 닮은 아이들이 많다고 했다. 진도견이 실외배변을 잘하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 이야기를 듣고 ‘이번 바쁜 시기가 지나면 꼭 가봐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2024년 11월 5일, 올해가 가기 전엔 꼭 유기견 봉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여유가 생기자마자 바로 봉사 방법을 찾아봤다. 성남 태평역 근처에 위치한 보호소였고, 카카오톡을 통해 산책 봉사를 신청할 수 있었다. 지원서를 작성하고 첫 봉사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처음 가는 유기견 봉사에 대한 걱정과 설렘이 동시에 밀려왔다.
봉사 전에는 어떤 환경인지, 봉사 방식은 어떤지 다양한 후기를 찾아봤다. 놀라웠던 점은, 내가 상상하던 초록 펜스와 열악한 환경의 보호소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었다. 예전에 방문했던 유기묘 봉사장을 떠올리며 비슷할 거라 예상했지만, 이곳은 꽤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후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보호소에는 대부분 진도 믹스견이 있었고, 실외배변을 하는 아이들이라 아침저녁 산책은 필수였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태풍이 불든 상관없이 산책은 매일 이루어졌다. 평일은 아침 7시 30분, 저녁 7시 / 주말은 아침 9시, 저녁 6시에 산책이 시작되었고, 이후 청소와 급식까지가 봉사자의 몫이었다.
처음이라 어떤 환경일지,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마음이 컸다. 혹시나 강아지들이 나를 무서워하거나, 내가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감정은 설렘이었다. 오랜만에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시작한다는 생각에,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에 마음이 벅찼다. 봉사 날이 다가올수록 마음속엔 걱정과 설렘이 뒤섞인 두근거림이 점점 더 커져갔다.
그렇게 나는 다시, 동물들과의 새로운 인연을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