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다랑이와의 눈맞춤
2024년 11월 22일 금요일 오후 6시 30분
유기견 봉사를 처음 시작하는 날이다. 평일 저녁 산책은 오후 7시에 시작되지만, 30분 전에 미리 도착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처음부터 시간을 어기고 싶지 않아 딱 맞춰 오후 6시 30분에 도착했다.
봉사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강아지를 무단 유기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씁쓸함과 슬픔이 동시에 밀려왔다. 세상이 괜히 어둡게 느껴졌다.
어릴 적 외갓집에서 키우던 30kg이 넘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곰이’, 몇 년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허스키와 사모예드 믹스 23kg의 ‘하늘이’, 그리고 지금은 엄마의 아들이자 우리 가족의 막내 12kg ‘두부’까지, 나는 강아지들과 함께한 시간이 많다. 하지만 여러 마리의 강아지가 함께 있는 공간에 들어간다는 사실에 괜히 긴장되었다. 강아지 자체가 무서운 건 아니었지만, 어릴 적 ‘곰이’에게 물렸던 기억 탓에 대형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봉사자로 선정되면 그제야 보호소 위치가 개별 안내된다. 오늘이 바로 그 첫 방문 날이었다. 설렘과 걱정, 복잡한 감정이 교차한 채 보호소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강아지들의 짖는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수많은 강아지들이 문 앞으로 몰려와 짖어대는 모습에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다양한 믹스견들 가운데 진도 믹스 비율이 유독 높았다. 문득 집에 있는 두부가 떠올라 마음이 더 짠해졌다.
입구에서 머뭇거리고 있으니 어떤 분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오늘 처음 오신 분이세요?”
그 한마디에 긴장이 조금 풀렸다.
안내를 받아 강아지 전용 펜스를 열고 들어갔다. 크고 작은 강아지들이 우르르 달려와 냄새를 맡으며 짖었다. 조용히 손을 내밀자 냄새를 맡고는 이내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그중 두부를 꼭 닮은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나도 모르게 “안녕!” 하고 인사했지만, 녀석은 금세 자리를 피했다. 외형만으로도 친숙한 기분이 드는 강아지였다.
산책 전에 강아지들의 특이사항이 적힌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열심히 읽었지만, 막상 현장에서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는 쉽지 않았다.
내가 상상하던 유기견 보호소는 초록색 철제 펜스 안에 강아지들이 모여 있고, 장화를 신고 들어가 청소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강아지들 모두 털에 윤기가 흐르고, 눈빛이 반짝였으며, 건강해 보였다. 산책을 기다리는 눈빛이었다.
첫날에는 반장님이 함께 산책을 인솔해주시기로 했다. 다른 봉사자들이 먼저 나간 후, 나는 반장님과 함께 나가기로 했다.
‘오늘 나와 함께 산책할 첫 강아지는 누구일까?’
설렘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만난 강아지의 이름은 ‘다랑이’였다. 아까 그, 두부를 닮은 강아지였다. 혼자만의 반가움에 괜히 웃음이 나왔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곧 반가움은 걱정으로 바뀌었다. 다랑이는 입질이 있어 입마개를 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은 것이다. 예전에 물렸던 기억이 떠오르며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다행히 반장님이 함께하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지만, 온몸은 여전히 긴장 상태였다.
산책을 하며 다랑이의 성격과 산책법을 배웠다. 다랑이는 아직 아기 강아지지만 겁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두부와는 매일같이 산책을 해왔지만, 다른 강아지와 처음 산책을 한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컸다.
이곳은 강아지의 안전을 위해 ‘이중 리쉬’를 사용한다. 하나는 스마트 태그가 달린 일반 목줄이고, 다른 하나는 하네스로 등을 잡아주는 방식이다. 다랑이는 힘이 세서 리쉬를 당기는 힘이 꽤 버거웠다. 손바닥은 리쉬에 쓸려 얼얼했고, 팔에는 힘이 꽉 들어갔다.
‘내가 긴장한 걸 다랑이도 알았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산책 중 다랑이는 입마개를 벗으려 안간힘을 쓰기도 하고, 입마개 안으로 입질을 시도해 진땀을 뺐다. 줄당김이 심해 반장님께서 “이쯤에서 돌아가자”고 하셔서 보호소로 복귀했다.
이곳의 봉사 프로세스는 산책 후에도 이어진다. 강아지들의 발을 물티슈로 닦고, 봉사자 모두가 보호소 청소를 함께한다. 청소기를 밀고, 바닥을 물걸레질하고, 물그릇을 씻어 새 물로 채운다. 마지막으로 사료를 주고 강아지가 밥을 잘 먹는지 확인하면 봉사는 마무리된다.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고, 그만큼 강아지도 많았다.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강아지들이 모두 유기견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동물은 죄가 없다.
말을 하지 못하는 존재일수록 더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인류애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처음이라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시간이 흐르며 점점 익숙해졌고, 청소도 마무리되었다. 한두 명씩 인사를 하고 떠나자 나도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시계를 보니 밤 9시가 다 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었지만, 좋은 일을 했다는 생각에 뿌듯했고, 긴장이 풀리니 온몸이 더 피곤하게 느껴졌다.
아마 내일은 몸살이 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