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가족이 되는 순간

우리 집, 우리 시온이

by 오기우기

그 큰 싸움 이후부터 짝꿍은 조금씩 시온이를 받아들이려 애쓰는 듯했다.
“시온이는 참 착하고 귀엽고 좋은데, 크기만 좀 더 작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
그의 말에는 아쉬움과 미련이 섞여 있었다. 집에서는 소형견을 더 선호하고, 10kg 미만만 출입할 수 있는 공간도 많으니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작은 강아지가 데리고 다니기 더 수월하다는 것도 사실이니까.
나는 그저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시온이가 조금 크긴 하지.”

애견동반 카페나 식당에 갈 때마다 몸무게와 품종이 기준이 되는 현실이 못내 씁쓸했다. 마치 사람으로 치면 키 작은 사람만 출입이 가능하다는 말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중형견이나 대형견도 환영하는 곳을 잘 찾아다니자고 그를 달랬다.


이 글을 짝꿍이 언젠가 보게 될지는 모르겠다. 사실 나는 그가 시온이에게 더 정을 붙이도록 은근히 유도했다. 보호소에서는 임보자가 SNS로 홍보 활동을 해주길 원했는데, 나는 그 일을 짝꿍에게 떠맡겼다. 그는 주에 몇 번씩 시온이의 사진과 영상을 올리며 어느새 시온이를 ‘자신의 강아지’로 느끼기 시작했다. 아침 산책은 내가 했지만, 저녁 산책은 꼭 함께 나갔고 일부러 목줄을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교육도 부탁했다. 영상을 참고하며 열심히 가르친 덕에, 시온이는 ‘앉아’, ‘손’, ‘양손’, ‘브이’, ‘코’, ‘엎드려’, ‘기다려’까지 수많은 걸 배웠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는 어느 순간 우리가 시온이를 가족으로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는 걸 느꼈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 시온이 키워도 될까?”
그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사실 오늘 마음을 정했어.”

그 한마디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겉으로는 덤덤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눈물이 날 만큼 기뻤다. ‘털 있는 강아지와는 절대 못 산다’ 호언장담하던 사람이었기에 더 미안하고, 더 고마웠다.

시온이가 우리 집에 온 지 두 달째 되는 날, 우리는 입양 의사를 보호소에 알렸다. 유기견 입양은 처음이라 서류 작성부터 절차까지 낯설었지만, 그 모든 과정이 오히려 단단한 다짐처럼 느껴졌다. 보호소는 우리의 2세 계획과 아이와 강아지를 함께 키우는 신념까지 물었다. 몇 날 며칠 심사가 이어지는 동안, 혹시 신혼부부라서 까다롭게 보는 건 아닌지 온갖 상상을 하며 마음을 졸였다.


3일 뒤, 드디어 심사가 완료되었다. 시온이는 정식으로 우리의 가족이 되었다.


그 며칠 사이 이미 옷이며 미용 도구, 식기까지 잔뜩 사둔 터라 혹여 거절당했다면 난감했을 것이다. 시온이는 평소엔 얌전하지만 신이 나면 손을 살짝 무는 버릇이 있었다.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앞으로 우리가 함께 고쳐 나가야 할 과제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귀여웠다. 함께 살아간다는 건 결국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가며 맞추어가는 과정이니까.


나는 믿는다. 언젠가 우리 아이와 시온이가 함께 자라며 공감과 사랑을 배우고, 서로의 친구가 되어줄 거라고. 그런 미래를 떠올리면, 오늘의 선택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시온이를 만나게 해준 보호소에, 그리고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려준 짝꿍에게 깊이 감사한다.

안다만 14화.png

이제 우리는 셋이서, 하나의 가족으로 살아간다.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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