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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그러네 Jun 23. 2021

산업화와 민주화, 그 다음 서사는?

최근 2030 청년층의 대두에 관한 해석이 여러 가닥이다. 지난 세기 산업화의 높은 언덕을 힘들여 넘어온 세대가 있었다. 곧이어 건너왔던 민주화라는 산도 그리 쉽지는 않았다. 길지도 않았던 반세기 남짓 세월 동안 성큼성큼 지나온 이야기들이라서 모두에게 익숙한 것으로만 알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1950년대 이후 세대에게 한국전쟁이 옛날이야기가 아니었던가. 1980년대 이후 세대에게는 유신도 광주도 기억 속에 없는 서사인 셈이다. 지난 역사로부터도 배워야  테지만, 오늘 우리는 새로운 기억을 지나가는 중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새로운 서사(敍事) 무엇일까.      


대한민국의 국격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아닌가. G7체제를 D10(Democracies10)으로 확장하여 재편하면서 대한민국이 들어갈 모양이다. 국제적 경쟁구도의 아래쪽에서 오로지 모방하고 추격하던 세월을 넘어 어느덧 앞자리에  있다는  아닌가. 그게 사실이라면 산업화와 민주화를 건넌 후에 우리가 다듬어야  스토리의 성격은 이미 정해진  아닐까.


 살아보겠다는 산업화의 다짐을 건너며 사람답게 사는 민주화된 세상을 만들었다. 이제는 누구든 보듬고 아우르며 나누고 소통하는 가운데 이웃에 유익을 끼치는 나라가 되어야 하는  아닐까.  사는 나라에서 사람다운 삶이 펼쳐지며 주변에 기여하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     


나라 안의 다문화는 어디쯤  있을까. 낯선 얼굴들을 위한 배려는 얼마만큼 하고 있을까. 2018 현재 다문화가구원이 100만을 넘었다. 5천만 인구의 2퍼센트에 달한다. 학생인구통계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생 가운데 이미 4퍼센트가 다문화가정 출신이라고 한다.


나라 밖을 살피기 전에 우리 안에 이미 진행되고 있는 다문화현상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어쩌면 아직도 우리는 낯선 그들을 그저 낯설게만 대하고 있는  아닌지. 나라의 다문화정책은 다양한 문화를 우리 문화로 받아들이겠다는 인식과 다짐으로 시작해야 한다. 산업화와 민주화가 우리의 생존과 자존감을 세우려는 노력이었다면, 우리의  지평은 ‘세계를 담는  그릇이어야 한다.      


모방과 추격 끝에 추월하고 있다. 앞자리에 서서 어제처럼 행동할 수는 없다. 과거를 닮은 습성이 아직도 남아있다면 얼른 찾아내어 버려야 한다. 생각이 내일에 닿아야 하며 그러려면 상상력과 창의로 승부해야 한다.


껍데기만 젊은 가짜는 차라리 배격해야 한다. 공정과 평등은 기본이 아닌가. 젊은 생각과 싱싱한 꿈으로 가득한 세대가 나타나야 한다. 나이로만 정하지 않기로 하자. 숫자에만 휘둘리지 않기로 하자. 세계를 바라보는 너른 지평을 향하기로 하고, 이웃을 배려하는 넉넉한 시선을 만나기로 하자.      


역사에서 배우는 민족이 되자. 전후 상처에서 산업화로 일어났으며  부작용을 민주화로 극복했다면, 이제는 소통하고 공감하며 이웃과 세계를 담는 백성이 되었으면 한다. 인류가 저질러  실수와 패착에도 주목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대한민국이 살려내는 세상, 멋지지 않은가.     

장규열, 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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