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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그러네 Dec 08. 2021

국민은 목이 메인다.

고구마를 입에 문 느낌이다. 석 달 남짓 남았는데 내일이 보이지 않는다. 흠집내기와 인신공격이 날아다닐 뿐 뭘 어찌 하겠다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처음 듣는 이름들에 무거운 직책이 걸리지만 그를 통해 무엇이 바뀔 까 아는 사람이 없다. 곁에서 도울 사람들마저 매서운 칼바람에 흩어져 버리면, 오래된 이름 낯익은 얼굴들은 기득권 정치인들뿐. 


애꿎은 신기술이 소환되어 인공지능과 가상현실로 선거판에 임한다니 본격적인 4차산업혁명은 정치권에서 실천할 것인지. 검증이란 이름으로 사람의 뒤를 캐느라 정작 중요한 건 수다하게 놓치는 오늘. 소중한 하루하루가 속절없이 떠내려가도 그가 정작 무엇을 할 것인지 아무도 묻지 않는다. 언론은 몰려다니며 그 옛날 주간지가 생각나는 글들만 써대는지.


석 달이다. 시간이 없다. 나라의 미래를 조망하고 국민의 일상을 챙겨야 한다. 이럭저럭 하다가 또한번 잘못 뽑았다는 후회와 소동에 휩싸이지 않으려면 오늘 모두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직시해야 한다. 우리가 처한 오늘의 세상을. 왠지 모두 혼이 나가고 약에 취한 듯 가짜뉴스와 유튜브에 흔들리는 오늘을 바로 보아야 한다. 나라를 건지고 국민을 일으키는 비전을 세워야 한다. 


공적인 미래 기능과 사적인 과거 흔적 사이에서 경중과 우선순위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과거에 매몰되어 가능성을 잘못 짚어도 문제지만, 내일만 바라보느라 건너온 공과를 놓쳐도 안 된다. 그런 와중에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후보 자신의 생각과 계획을 국민이 분명히 듣고 판단하는 일이 아닐까.


정치권과 언론은 후보들 간에 담론과 토론이 무르익도록 이끌어야 한다. 풍성한 대화와 소통 가운데 국민도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완벽한 후보는 없다. 견주고 비교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더 나은 내일을 향하여 국민이 결정 과정에 의미있게 참여하도록 판을 짜야 한다. 정치인 몇 사람이 정계를 주무르는 일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집단지성이 작동해야 하고 공동체의식이 살아나야 한다. 누구든 언론을 장악하여 비틀고 왜곡하는 일도 공적담론의 장이 열리면 잠이 들 터이다. 익숙하지 않아도 후보에겐 숙명이 아닌가. 나라와 국민 앞에 자신의 모습과 생각을 내어놓고 판단하게 하는 일은 민주주의와 선거에서 요체이자 기본이다. 일방적 주장과 상대없는 외침은 민주적 결정과정을 혼란케만 할  뿐이다.


대선전은 이미 무르익었다. 본선에 임박한 시점에 법으로 정한 토론이 있겠지만, 국민은 그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오늘처럼 어려운 시점에 운명처럼 다가온 대선을 분노와 혐오에만 근거하여 치를 수는 없다. 불꽃같은 관찰과 칼날같은 판단으로 시대와 세상이 요청하고 기대하는 결과를 빚어내야 한다. 


고구마를 한가득 입에 물은 듯 답답한 국민이 이제는 현명한 선택이 가능하게끔 선거판이 돌아갔으면 한다. 토론과 담론이 무르익는 대선전은 국민이 기꺼이 참여하고 함께 고민하는 한바탕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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