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의 자양
[책정보] 제목 : 새의 선물, 저자 : 은희경, 장르 : 장편소설, 출판사 : 문학동네
[글정보] 제목 : [격파, 벽돌책] 4. 새의 선물, 글쓴이 : oh오마주
'1. '일기' 파트는 작가가 하는 말 중에 내 가슴에 꽂힌 몇 구절, 문단이다. 노트에 기입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손으로 쓰는 문장은 머릿속에 박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즐겼던 공부 방법이기도 하다.
'2. 'omg'는 Oh_hoMmage_oriGinal이다. 아주 짧게 작가가 쓴 글을 보고 나의 생각과 감정에 연결시킨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고 싶었다. 인간의 창작은 한계가 있다. '나'의 생각에 '작가의 생각'이 부분적으로 스며드는 것이 신기했다. 다르더라도 비교하며 즐기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독보적인 표현에는 감탄과 존경, 오마주가 있었다. 소설을 따라가면서도 멀리서 관망하기도 하고, 가까이서 등장인물의 감정에 휘말리기도 했다.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도 그 순간을 선물할 수 있기를.
97쪽 : "참 너희 삼촌은 서울서 언제 오니?"
'참' 소리를 유난히 길게 끌어 강조했지만 갑자기 생각난 물음은 절대 아니다.
98쪽 : 말문이 트이자 망설임은 사라지고 궁금증만 더 커진 언니가 다그치듯이 묻는다.
99쪽 : 그 모든 일을 미스 리 언니는 오직 처녀의 웃음소리와 데이트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방법만으로 이뤄냈다. 같은 처녀로서 이모가 미스리 언니를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대담성과 교태였다.
100쪽 : 그러나 내가 목격한 것은 추파가 아니라 거의 옷깃을 붙잡아 끄는 정도의 노골적인 호객이었다.
103쪽 : 또 한 가지 이유는 미스 리 언니의 교태와 동갑내기인 이모의 표정 연습 사이에 별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둘 다 제 몫으로 주어진 삶의 조건에 대한 반응인데, 단지 이모 쪽이 약간 더 운 좋은 경우일 뿐 아닌가.
104쪽 : 입술을 비죽거리며 방바닥으로 내려앉는 이모는 스무 살을 어디로 다 먹었는지 아무리 봐도 어른스러운 모습을 느낄 수가 없다. 저렇게 어린애 상태에서 머물러버린 것은 어쩌면 어린 시절을 고뇌 없이 보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내게 있어서는 태생의 고뇌야말로 성숙의 자양*이었다. '고뇌'라는 그 자양이, 삼촌방의 다락에서 이루어진 '독서'라는 자양과 합해지면서 비로소 삶에 대한 나의 통찰을 완성시켰던 것이다.
*자양 : 몸의 영양을 좋게 함.
119쪽 : 그 독서 편력을 끝낸 뒤 나의 달라진 점이라면 성을 우습게 여기게 되었다는 사실인데, 삶의 이면을 보려고 든다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그런 당연한 일을 굳이 나의 비밀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런지는 잘 모르겠다.
1. 진희가 말하는 '성숙의 자양'
어른답지 않은 어른, 야망이 가득한 어른, 진희가 본 21살 여자들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린이지만 그들보다 낫다는 생각을 했다. 지식을 쌓아가서 그녀들의 21살보다 나은 12살이라 말한다. 화자가 진희가 아니었더라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마흔이 가까워진 내가 보는 쉰 살은 그랬다. 책을 읽는 행위가 위로되는 순간이다.
2. 세상에는 존재만으로도 불편한 것이 있다.
'성'을 책으로 눈 뜬 진희였다. 삼촌 방에서 '음모를 불태워라'라는 하얀 책을 발견한다. 이중적인 의미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성인 소설이었다. 허무하면서도 웃겼다. 이후 진희가 존재만으로도 불편해하는 것들이 나왔다. 히스테리를 부렸던 2학년 담임, 남자가 바지 안에 숨기고 있는 그 자체, 털이 많은 벌레. 정말 혐오스러운 것과 불편한 것의 강도를 반대로 서술하는 게 '인간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닮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