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정, 고운 정
[책정보] 제목 : 새의 선물, 저자 : 은희경, 장르 : 장편소설, 출판사 : 문학동네
[글정보] 제목 : [격파, 벽돌책] 4. 새의 선물, 글쓴이 : oh오마주
'1. '일기' 파트는 작가가 하는 말 중에 내 가슴에 꽂힌 몇 구절, 문단이다. 노트에 기입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손으로 쓰는 문장은 머릿속에 박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즐겼던 공부 방법이기도 하다.
'2. 'omg'는 Oh_hoMmage_oriGinal이다. 아주 짧게 작가가 쓴 글을 보고 나의 생각과 감정에 연결시킨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고 싶었다. 인간의 창작은 한계가 있다. '나'의 생각에 '작가의 생각'이 부분적으로 스며드는 것이 신기했다. 다르더라도 비교하며 즐기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독보적인 표현에는 감탄과 존경, 오마주가 있었다. 소설을 따라가면서도 멀리서 관망하기도 하고, 가까이서 등장인물의 감정에 휘말리기도 했다.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도 그 순간을 선물할 수 있기를.
122쪽 : 할머니가 나의 할머니이기에 앞서 이모의 어머니라는 것을 깨달을 때 내게는 어쩔 수 없이 배신감과 질투가 함께 온다.
123쪽 : 내 정통성이 뿌리를 내린 곳은 할머니의 사랑이 아닌 책임감이나 의무 따위의, 그러니까 사랑보다 훨씬 저급한 감정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124쪽 : 사람이 자기에게 주어진 삶에 대해 갖는 애정이란 집요한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배신감과 질투의 탁류 속에 버려두지는 않는다.
126쪽 : 그다지 다정한 편도 아니면서 아들에게만은 이 세상 온갖 자상한 척은 혼자 다하고 있는 장군이 엄마 목소리도 듣기 싫지만 장군이의 '엄마'소리는 오늘따라 더 듣기가 싫다.
127쪽 : 나는 짜증이 난다. 아무 잘못도 없이 나에게 극복해야 할 상처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어른들에게 적의가 생긴다.
129쪽 : 내가 할머니를 통해서 은연중에 배운 바로는, 감정의 균형을 유지해야만 타인에게 굴복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중략-
그런 내가 미친년을 보고 눈물을 지은 것은 할머니에게 충격을 주었다. 할머니는 내 눈물이 엄마에 대한 연상작용임을 알았다. 하는 수없이 엄마에 대해 무거운 입을 떼어야 했다.
129-130쪽 : 그 이야기를 들은 뒤 나는 다시는 엄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그 이야기에서 나는 슬픔을 느꼈으며 그런 슬픔이 나에게 약점을 만드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130쪽 :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아버지는 엄마의 존재보다 더 강도 높은 극기의 대상이다. 엄마가 죽었기 때문에 엄마에 대한 그리움에는 절망이 동반된다. 그러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희망을 동반하고 있기에 이겨내기가 훨씬 더 힘들다.
151쪽 : "학생! 그만하지."
"예?"
"젊다는 건 좋지만 선동은 듣기 좀 거북하구만."
-중략-
듣고 있던 사람들의 그러한 놀람(이 선생님이 생전 나올 것 같지 않은 반대 의사를 말하여서)과 말하고 있던 사람들의 무안함 때문에 지금까지의 정치토론은 갑자기 열기가 식어버리고 대신 어색한 침묵이 자리를 감싼다. 그 침묵을 깬 것은 장군이 엄마의 혼잣말이다.
"아까는 모르겠더니 거, 기름냄새 꽤나 나네."
152쪽 : "잘 됐다. 그럼 내일 장구경이나 하면 되겠구나."
방으로 들어와 이불속에 누운 후로도 나는 한참 동안 잠이 오지 않는다. 좋아하는 남자와의 데이트를 앞둔 밤에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이 다 그렇듯이 말이다.
1. 고운 정과 미운 정
어린 진희의 마음속에서 '빈 곳'은 생각보다 넓었다. 할머니가 철없는 이모에게 너그러울 때, 자신과 이모사이에서 할머니의 사랑의 크기 우위를 가린다. 엄마의 자리는 그토록 큰 것일까? 생각이 많은 어린 진희를 마음으로 토닥여본다.
2. 진희의 마음
어린아이 마음을 어른인 소설가가 썼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정말 어린아이 마음일까 봐 속상했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세밀하게 관찰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훈련이라 단정 짓는다. 속상한 마음에 가슴이 짧은 속도로 반복해서 뛰었다. 자연스럽게 진희처럼 생각이 많은 나, 그런 나를 닮은 아들을 떠올렸다. 말하지 못한 감정들을 다 드러낼 수 없고, 감당하는 것도 아이 몫이겠지만, '여기에 너를 안아줄 사람이 있다.' 말해줄 수 있진 않을까. 이유 없이 극복해야 할 상처, 그 말이 마음을 찌른다.
3. 그 시절, 그 시간
'시절'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정치'와 '세대'라는 단어가 따라온다. 그 시절이 그대로 묻은 젊은 세대 모습이 묻어서 좋았다. '젊은 대학생들의 민주운동', '공장화로 인한 기름 냄새'는 배경 설명으로도 충분히 좋다. 하지만, 그럴 리 없다. 이야기 전개에서 어떤 장치로 이용될지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