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파,벽돌책] 4. 새의 선물 (7일 차)

by oh오마주

[책정보] 제목 : 새의 선물, 저자 : 은희경, 장르 : 장편소설, 출판사 : 문학동네

[글정보] 제목 : [격파, 벽돌책] 4. 새의 선물, 글쓴이 : oh오마주


© kadh, 출처 Unsplash





파트 설명


'1. '일기' 파트는 작가가 하는 말 중에 내 가슴에 꽂힌 몇 구절, 문단이다. 노트에 기입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손으로 쓰는 문장은 머릿속에 박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즐겼던 공부 방법이기도 하다.


'2. 'omg'Oh_hoMmage_oriGinal이다. 아주 짧게 작가가 쓴 글을 보고 나의 생각과 감정에 연결시킨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고 싶었다. 인간의 창작은 한계가 있다. '나'의 생각에 '작가의 생각'이 부분적으로 스며드는 것이 신기했다. 다르더라도 비교하며 즐기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독보적인 표현에는 감탄과 존경, 오마주가 있었다. 소설을 따라가면서도 멀리서 관망하기도 하고, 가까이서 등장인물의 감정에 휘말리기도 했다.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도 그 순간을 선물할 수 있기를.





1. 일기


171쪽 : 삶의 이면을 많이 알다 보면 매사에 의심이 많아지기도 하겠지만 이렇게 이해심이 많아지는 면도 있는 것이다.


173쪽 : 나는 오랜만에 만난 삼촌이 여전히 시큰둥한 데 절망한 미스리 언니가 반격에 나선다는 것이 그만 발악이 돼버린 거라고 짐작해 본다. 짧게 동정심이 스쳐간다. 이제 막 사랑을 얻은 사람이 그것을 갖지 못해 애태우는 사람에 대해 너그러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177쪽 : 이모 말대로 과연 시흥 극장 앞길은 진흙탕인 데다 비가 온 뒤끝이라 여간 질퍽거리는 게 아니었다. 우리는 극장에 도착하여 매표구 앞에 깔려 있는 가마니 위에서 한참 동안이나 신발을 문질러 닦아야 했다.


179쪽 : 젖은 진흙길에 이모의 구두가 미끄러지면서 할머니 표현대로라면 '걸음마를 배운 이래 제대로 걸어본 적이 없는'이모는 앞으로 고꾸라진다. 허석이 재빨리 붙잡지 않았다면 아마 이모는 또 질척한 논바닥에 그대로 나뒹굴었을 것이다.


180쪽 : 마주 서 있다. 둘의 눈이 마주친다. 그것도 이 밤 달빛 아래에서. 바로 어제 사랑의 기쁨을 알게 된 내게 사랑의 괴로움이 너무 빨리 찾아온 것이 아닌지, 그들의 모습에는 나무랄 데 없는 화음이 있다.

-중략-

사랑은 자의적*인 것이다. 작은 친절일 뿐인데도 자기의 환심을 사려는 조바심으로 보이고, 스쳐가는 눈빛일 뿐인데도 자기의 가슴에 운명적 각인을 남기려는 의사표시로 믿게 만드는 어리석은 맹목성이 사랑에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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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적 : 일정한 질서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하는 것.


185쪽 : 하지만 나는 그런 따위의 아름답기만 한 이야기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거짓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변소 문이 보이거나 들쭉날쭉한 빨래가 잔뜩 널려 있어야 '집'이라고 여겨지지 그렇지 않고 깨끗하고 단정하기만 하면 그냥 '건축물'로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186쪽 : "첫사랑의 상처라고?"

갑자기 옆에 서 있던 사과나무 둥치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삼촌은 거의 혼잣말처럼 이렇게 뇌까린다.

"내 손으로 태워버려서 상처도 없어..."


187쪽 : 나는 두개로 나누어진다. 슬픔을 느끼는 나와 그것을 바라보는 나. -중략-

집에 도착할 무렵에는 이미 마음속이 덤덤해져 있었다. 첫사랑의 얘기로는 삼촌 것이 제일 괜찮았다. 정말이다.


191쪽 : 여전히 시험문제를 풀 때는 정답을 쓰겠지만 현실에서는 정답을 다른 식으로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196쪽 : 최 선생님은 내 어깨를 한번 꼭 싸안는다. 술 냄새가 확 끼친다. 술 냄새 속에는 어른으로서 비겁했던 자괴감의 찌꺼지도 있다. 그러나 내일 아침 술이 깨고 변소에 한번 다녀오면 찌꺼기는 다 청소된다.

-중략-

날씨가 맑아서 별은 검은 하늘에 단단히 접착돼 있지 않고 헐렁하게 돌출되어 달려있는 것이 저러다 마당 한가운데로 툭, 떨어져 버릴 것 같다.


201쪽 : 대합실 나무의자에 가방을 내려놓고 그(허석)가 나를 굽어본다.

"편지할게."

나는 목이 막혀 말이 안 나온다.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리고는 황급히 발밑으로 시선을 떨어뜨린다.




1. 종이의 질감, 색채

시간을 머금은 책을 매일 마주한다. 세월을 멋지게 얼굴에 묻힌 중년 여성을 마주한 기분이다. 책의 가장자리로 갈수록 누레진 종이의 음영 빛이 아름답다. 시간이 지나도 찾아주는 멋진 책이다. 그런 이야기가 되고 싶다, 생각한다.


2. '진희'는 독자였다. 작가는 그 외 모든 것

진희는 허석에게 첫사랑의 감정을 가지게 된다. 똑똑한 아이였기에, 현실을 모르지도 않는다. 어떤 생각, 어떤 의도를 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까칠함', 낭만보다 현실, 이상을 가지길 바라는 경험이 만든 그 시대 작가의 심상이 느껴졌다. 진희는 감정을 잃고 살아가는 독자 모두를 하나로 만든 것이 아닐까, 그 외 모든 것은 작가다. 작가는 등장인물이 되기도 하고, 배경이 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많은 부분, 영옥이 이모에서 자신을 드러낸 듯하다. 이 작품을 쓴 작가와 가장 가까운 나이기도 하고, 진희와 가장 가깝다. 현재의 진희 모습과 전혀 다른 어른이다.


3. 진희의 감정은 '슬픔'이었다. (187쪽)

진희는 사과밭에서 각자 첫사랑 이야기를 할 때, 삼촌의 모습을 보며 감정을 단어로 단정 지었다. 삼촌의 첫사랑은 꺼내기 싫은 감정, 분노에 가까웠다. 진희는 끝난 아름다운 사랑보다 여전히 진행 중인 감정에 더욱 공감했다. 나는 어떨까? 잠시 망설였다. 첫사랑이라 부를 만한 사람이 누군지도 정하지 않고 일상을 살아간다. 모두 지워진 의미 없는 시간일 뿐이라, 자세하게 기억할 거리가 없다. 그저 진희가 격하게 공감하고 감동할 때, 진희 옆에 있었다. '나도'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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