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파,벽돌책] 4. 새의 선물 (3일 차)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

by oh오마주

[책정보] 제목 : 새의 선물, 저자 : 은희경, 장르 : 장편소설, 출판사 : 문학동네

[글정보] 제목 : [격파, 벽돌책] 4. 새의 선물, 글쓴이 : oh오마주



파트 설명


'1. '일기' 파트는 작가가 하는 말 중에 내 가슴에 꽂힌 몇 구절, 문단이다. 노트에 기입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손으로 쓰는 문장은 머릿속에 박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즐겼던 공부 방법이기도 하다.


'2. 'omg'Oh_hoMmage_oriGinal이다. 아주 짧게 작가가 쓴 글을 보고 나의 생각과 감정에 연결시킨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고 싶었다. 인간의 창작은 한계가 있다. '나'의 생각에 '작가의 생각'이 부분적으로 스며드는 것이 신기했다. 다르더라도 비교하며 즐기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독보적인 표현에는 감탄과 존경, 오마주가 있었다. 소설을 따라가면서도 멀리서 관망하기도 하고, 가까이서 등장인물의 감정에 휘말리기도 했다.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도 그 순간을 선물할 수 있기를.





1. 일기


71쪽 : 이모의 행동이, 스스로도 떳떳지 않다고 생각한 행동을 현장에서 들켰을 때 어른의 권위를 되찾는 마지막 방법으로 택한 뻔뻔스러움이란 걸 알긴 하면서도 지금까지 성실하게 수행해 온 배달부나 자문관의 권위를 잃은 나는 자존심에 작은 상처를 입었다.


72쪽 : 이모가 사랑스럽게 쳐다보고 또 비벼대는 것은 자신의 젊음과 연애 감정이었다.


73쪽 : 이모가 목욕탕에서 돌아온 것은 거의 두 시간이 지나서이다. 뜨거운 김에 얼굴이 익을 대로 익어서 발그스레하고 때수건으로 문질러댄 팔꿈치는 거의 딱지가 앉을 정도로 빨개졌지만 그럼에도 목욕을 마친 이모는 물에서 씻어 막 건져낸 자두처럼 싱싱하다.


78쪽 : 나는 봉희처럼 어른스럽게 보이려고 하는 어린애들을 경원한다*. -중략- 어린애로 보이는 것은 편리하기도 하지만 비상시에는 강력한 무기도 된다. 그런데도 아무런 이지적 노력 없이 가만히 있기만 해도 시간이 해결해 주는 그따위 신체적 성장을 남의 눈앞에 앞당겨서 보이려 한다거나 다만 금기라는 사실 때문에 본뜰 가치도 없는 어른 흉내에 매료된다거나 하는 것은 역시 봉희 같은 어린애들만의 생각이다

*경원하다 : 겉으로는 공경하는 체하면서 실제로는 꺼리어 멀리하다.


80-81쪽 : 이모의 모습은 꽤나 예쁘다. 비록 잡지 속의 모델처럼 세련돼 보이지는 않지만 물방울무늬의 원피스와 머리띠도 초여름 햇살 아래에서 그런대로 시원스러운 느낌을 준다. 게다가 스물한 살이란 나이는 신기하게도 이모의 하얀 피부와 크고 검은 눈동자 쪽에는 햇살을 쏟아붓는 한편 퍼진 엉덩이와 굽은 어깨 쪽에는 그늘을 드리워주는 모양이다.


89쪽 : 군인과 그의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긴 머리의 여자. 이형렬과 이모의 뒷모습은 어쩐지 상징적으로 보인다. 군복이 한시성을 표상한다면 긴 머리는 처녀성을 나타내고, 또한 군복이 구속을 나타낸다면 긴 머리에서는 자유로운 젊음이 풍겨 나온다. 군복이 제한된 현실에 대한 보상심리를 자극받았을 때 긴 머리의 처녀성은 제물이 될 수밖에 없으며, 긴 머리의 젊음이 자유를 구가할 때 군복에게는 그녀의 배신을 돌이킬 수 있는 개인적 시간이 허용되지 않는다.


93쪽 : 한껏 소리를 죽였을 텐데 광진테라 쪽에서 희미하게 우는소리가 들려온다. 먼 데서 개 짖는 소리는 제법 사방으로 울려 퍼지는데 마루 밑의 행복한 강아지 해피는 바스락 소리도 없이 자고 있다.

정적이 내 잠을 완전히 깨워놓는다.

1. 이모의 싱그러움을 상상하며,


20대 초반이라는 나이를 떠올린다. 각자에게는 젊은 날들이 있다. 누구에게나 있다. 어린 시선으로 보는 젊은 날은 어떤 것이었을까? 진희가 이모의 행동과 외모를 바라보며 오히려 더 어리고 약하게 보는 느낌이 들었다. 혀끝을 계속 차는 착각이 들었다. 이모가 변주하듯 설레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싱그럽고 귀여웠다. (73쪽, 80~81쪽)



2. 진희의 안전장치


아이들은 어른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3kg로 태어난 아기가 돌이 지나면 10kg에 육박한다. 5살에 '기역니은'을 배우기 시작해서 10살이 되면 영어로 랩을 하기도 한다. 예측할 수 없기에, 급할 때면 '용돈 주는 자의 갑질'장치를 이용하곤 한다. 이제 막 4학년이 되는 아들은 말을 꽤 잘한다. 대화하면서, '이 아이가 날 봐주고 있구나.'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만일 진희와 비슷한 마음을 가지고, 아주 작은 부분만 보여줬다면? 가까운 미래에 성숙한 인간으로 나란히 설 준비해야 한다.


아이에게 '사랑 총량 법칙'이 있다. 부모가 해주지 못한 사랑을 다른 가족을 통해서 충분히 채울 수 있다. 우리 아이는 자는 시간을 빼고 다섯 시간 정도 함께 있는데, 나머지 시간은 할머니에게 '막내 손주'사랑, 주말에는 외가에서 '외동 똥강아지'사랑을 충분히 받는다. 진희에게는 우직한 할머니, 명석한 삼촌, 발랄한 이모가 있다. 엄마가 함께 시절을 보내지 않아도, 진희는 똑똑함을 타고났고, 충분히 인생의 안전장치를 마련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진희의 안전장치는 묵힌 감정을 잊고 도려내는 일이다. 프롤로그에서는 '12살'에 머무른 것이, 첫 장에서 안타까웠던 진희였다. 성인이 되어서 최소한의 감정만이 남은 진희였지만, 마냥 무르고 아픈 시련만은 아니라는 안도감이 든다.





keyword
이전 09화[격파,벽돌책] 4. 새의 선물 (2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