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분에게는 어떤 선물을 줄까?
[책정보] 제목 : 새의 선물, 저자 : 은희경, 장르 : 장편소설, 출판사 : 문학동네
[글정보] 제목 : [격파, 벽돌책] 4. 새의 선물, 글쓴이 : oh오마주
'1. '일기' 파트는 작가가 하는 말 중에 내 가슴에 꽂힌 몇 구절, 문단이다. 노트에 기입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손으로 쓰는 문장은 머릿속에 박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즐겼던 공부 방법이기도 하다.
'2. 'omg'는 Oh_hoMmage_oriGinal이다. 아주 짧게 작가가 쓴 글을 보고 나의 생각과 감정에 연결시킨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고 싶었다. 인간의 창작은 한계가 있다. '나'의 생각에 '작가의 생각'이 부분적으로 스며드는 것이 신기했다. 다르더라도 비교하며 즐기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독보적인 표현에는 감탄과 존경, 오마주가 있었다. 소설을 따라가면서도 멀리서 관망하기도 하고, 가까이서 등장인물의 감정에 휘말리기도 했다.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도 그 순간을 선물할 수 있기를.
37쪽 : 단지 장군이 엄마만이 아니다. 말 잘 듣는 어린애가 갖기 십상인 장군이의 의뭉스러움을 비롯해서, -생략-
의뭉스럽다 : 보기에 겉으로는 어리석어 보이나 속으로는 엉큼한 데가 있다.
38쪽 : 나에게 있어 이 모든 것은 아침을 시작하는 평화로운 습관이었다. 그런데 장군이의 책 읽는 소리 때문에 그 평화가 깨진 것이었다.
41-42쪽 : 나는 그까짓 초보적인 성대결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었거니와, 단순히 성별에 의해서라고 할지라도 이모나 장군이 엄마와 같은 편에 속하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었다. 다만 나를 '그저 그런 계집애'라고 평가한 장군이 엄마의 확신과는 정반대로 어느면으로 보나 애초부터 내 상대는 될 수 없으며 누구보다 자기자신이 그것을 잘 알고 있을 장군이의 동글 넓적한 얼굴이 눈앞에 떠올랐을 뿐이다.
44쪽 : 장군이가 똥통에 빠지려면 먼저 발밑의 깊은 똥구덩이 속으로 팔을 뻗치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만 몸이 구성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나는 그 실험에는 질투심을 이용해 보자고 작정했다.
47쪽 : 나는 변소도 가볼 필요도 없이 곧바로 뒤란에서 김칫거리를 다듬고 있던 장군이 엄마에게로 파발마처럼 달려가서 장군이가 똥통에 빠졌다는 비보를 전했다. 그런 다음 재빨리 우리 집 마루로 돌아와서 구경할 자리를 잡고 편안히 앉았다.
뒤란 : 집 뒤 울타리의 안.
51쪽 : 이번에도 나는 내 실험에 생체를 제공한 보답으로 장군이에게 위선을 선사했다.
-중략-
어느 날인가 나는 어슴푸레한 새벽빛 속에 밥을 지으러 나가는 할머니의 흰 머릿수건과, 나를 돌아보고는 더 자라고 허공을 토닥이는 그 꿈결 같은 손놀림을 보면서 문득 언제부턴가 장군이의 '삼국지'읽는 소리가 들리지 않음을 깨달았다.
다시 아련한 잠 속으로 빠져들며 나는 되찾게 된 아침의 평화를 마음껏 음미하였다.
53쪽 : 이렇게 동정하는 척하면서 불운을 강조하는 것이 남의 험담에 이력이 붙은 장군이 엄마의 요령이다. 거기에 비해 성품이 순박한 광진테라 아줌마의 대꾸는 언제나 솔직하다.
59쪽 : 조금 전까지 비어홀에서 허튼소리를 하고 있던 광진테라 아저씨가 떠오른 탓인지 내 눈에는 아줌마의 알뜰한 모습이 어쩐지 청승스러워 보이기만 했다.
61쪽 : "다 팔잔데 어쩌겠어. 여자 팔자가 뒤웅박 팔자라..."
나는 할머니의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할머니 말대로 아줌마는 양복점 일이고 집안일이고 간에 깔끔하고 바지런한 데다 심성도 고왔다. 그런데도 사나흘에 한 번씩은 아저씨에게 발길질을 당하는 것이었다. 여러 가구가 사는 집이라 '에고!' 소리도 마음대로 내지 못한 채 비명을 참는 아줌마의 헉헉 소리르 밤늦게 변소에 다녀오다가 내 귀로 직접 들은 것만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 아저씨의 단골 대사는 "이게 인간 박광진이를 뭘로 알고!"였다.
68쪽 : 나는 아줌마가 자기의 삶을 벗어나서 보았으면 하고 생각해 왔다. 그것은 성실하고 선량한 사람의 삶에 드리워지는 그늘에 대한 안타까움이기도 했다. 유치한 어린애 짓은 절대 하지 않는 나이지만 만약 (광진) 아저씨와 (순분) 아줌마의 사이를 갈라놓는 데 도움이 된다면 고자질 정도야 못할 것도 없었다.
1. 여자라는 이름으로 사는 것을 여자들이 말하다.
초등학교 5학년인 진희가 되어 읽었다. 소설을 읽으며, 여자 싱클레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데미안에서 싱클레어의 나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싱클레어의 성격이 청소년기 우울함이 깔려있었다면, 진희는 저항정신이 있다. 가만히 있을 때에는 드러나지 않고, 정확하게 불편함을 직시했을 때 한다. 진희는 아이들이 실수라고 불리는 것들을 의도를 가지고 행동한다. 특히, 장군이 엄마가 자기도 여자면서 여자아이기 때문에 장군이 보다 못하다고 했을 때, 골탕 먹일 방법은 계획적이며 창조적이었다.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 관찰자의 입장으로 돌아왔을 때, 당연히 나쁜 행동이고, 속절없이 당한 장군이가 불쌍했다. 이야기 속으로 다시 돌아가 보면 나쁜 투로 나와있지만 표현에서 애정이 있었다. 말을 똥같이 하고 논리는 없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자신과 자식을 지키는 행동들이었다. 재성이 엄마라고 다를까. 남편과 가정을 지키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일이었다.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나도 별반 달라질 게 없는 모습에서, 결국 시간이 아니라 사람이 늘 이유가 되는 것 같다.
4. 박광진, 나와
나쁜 것들의 종합선물세트였다. 날라리 남자가 순진한 여자를 겁탈하여 결혼하고, 성실하지 못하다. 주변 여자들에게 치근덕 대기나 하고, 가끔 아내를 밟는다. 시어머니는 보름꼴로 집에 찾아와서 싫은 소리 잔뜩 해대고 용돈을 두둑하게 챙겨 간다.
박광진, 당신이 소설에서 나오든지, 내가 들어가든지...
새의 선물이 뭔지 모르겠지만, 재성이 엄마, 순분이 꼭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