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파,벽돌책] 4. 새의 선물 (10일 차)

by oh오마주

[책정보] 제목 : 새의 선물, 저자 : 은희경, 장르 : 장편소설, 출판사 : 문학동네

[글정보] 제목 : [격파, 벽돌책] 4. 새의 선물, 글쓴이 : oh오마주




파트 설명


'1. '일기' 파트는 작가가 하는 말 중에 내 가슴에 꽂힌 몇 구절, 문단이다. 노트에 기입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손으로 쓰는 문장은 머릿속에 박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즐겼던 공부 방법이기도 하다.


'2. 'omg'Oh_hoMmage_oriGinal이다. 아주 짧게 작가가 쓴 글을 보고 나의 생각과 감정에 연결시킨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고 싶었다. 인간의 창작은 한계가 있다. '나'의 생각에 '작가의 생각'이 부분적으로 스며드는 것이 신기했다. 다르더라도 비교하며 즐기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독보적인 표현에는 감탄과 존경, 오마주가 있었다. 소설을 따라가면서도 멀리서 관망하기도 하고, 가까이서 등장인물의 감정에 휘말리기도 했다.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도 그 순간을 선물할 수 있기를.




1. 일기


277쪽 : 그 의자에 앉아 있던 현석 오빠를 볼 때와 지금 장군이를 볼 때 어딘지 그림이 맞아떨어지지 않음을 시인했던 것이다. -중략-


279쪽 : "취직이고 뭐고 사람이 나이값을 해야지. 원 창피스러워서..."

공장이 밭보다 쓸모가 있다는 뜻으로 던진 아지씨의 마지막 말에 할머니는 더욱 마음이 언짢다.


281쪽 : 이모의 취직자리는 경자이모에게 이양되었다. -중략-

"웬일로 제법 철든 소리를 다 하고? 그러는 네가 좀 잘해드리지?"

"그러려고 하는데 경자 네가 내 취직자리 뺏어갔잖아."

이모의 얼굴에는 다시 천진난만한 전영옥의 표정이 되살아난다.


285쪽 : 뻔한 거짓말이었다. 최 선생님 핑계를 대서 공짜로 하숙방을 늘리려는 속셈이 틀림없었다. 그 속셈을 할머니라고 모를 리 없지만 거절할 수도 없었다. 이런 경우는 달라는 사람이 잘못인 것이, 있는 줄 알고 달라고 하는데 안 주기란 어렵기 때문이었다.


288-289쪽 : 아무튼 똥장군과 염소똥 이야기는 점심시간이 끝나가도록 교실 이곳저곳에서 그칠 줄 모르고 이어졌다. -중략-

그 소식(장군이가 놀림을 받는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 내 마음은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장군이는 순진한 아이고 조금 의뭉하다1)는 걸 빼고는 대체로 착실한 소년이다. 학교 전체의 놀림감이 되는 것은 아이들로서는 평생 잊지 못할 시련인데 그런 시련이 죄 없는 장군에게 떨어진 것은 부당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장군이는 그 시련에 딱 어울리도록 운명 지어졌다.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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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뭉하다 : 겉으로는 어리석은 것처럼 보이면서 속으로는 엉큼하다.


295쪽 : 그것은 아들의 비행을 나무라는 어머니의 꾸지람이 아니라 욕정을 마무리 짓지 못한 여인의 발작처럼 들렸다.


297쪽 : 다만 나를 똑바로 보지 않고 적당한 거리 밖에서 내 기색을 살폈으며 이 모든 것을 대수롭지 않은 일인 듯이 보이려고 애를 썼다. 할머니 다운 지혜였다.


310쪽 : 삶이란 장난기와 악의로 차 있다. -중략- 삶이란 언제나 양면적이다. 사랑을 받을 때의 기쁨이 그 사랑을 잃을 때의 슬픔을 의미하는 것이듯이. 그러니 상처받지 않고 평정 속에서 살아가려면 언제나 이면을 보고자 하는 긴장을 잃어서는 안 된다.


318쪽 : 이모는 친구와 애인의 배신을 알아야 했을 뿐 아니라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사랑을 되찾을 수 있는 가능성마저도 깡그리 차단당한 것이었다. 이제 이모에게 남은 것은 실패한 쌍꺼풀과 절망뿐이었다.


320쪽 : "무슨 일인지 잘은 모르겠다만, 비는 장수는 목을 못 베는 법2)이다."

그러자 이모는 더 큰소리로 섧게3) 울었다. 사랑을 잃은 처녀의 눈물로 새워질 또 하루의 밤이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이모에게는 너무나 긴 밤이었다. 그리고 그 밤이 지나자 화요일이 되었다. 이제 하루만 지나면 허석이 오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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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는 장수 목 벨 수 없다 :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면 용서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섧게 : (섧다)원통하고 슬프다.

1. 보고 생각하고 진짜로 말하는 시간

마라톤에서 마지막 내달리는 순간이 떠올랐다. '삶이란 장난기와 악의로 차 있다.'(310쪽) 문장을 보자마자, "작가가 드디어 말하기 시작했다."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책을 읽을 때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한다. 들어가는 말과 작가의 말을 먼저 읽고 이야기를 읽기도 하고, 작가의 말이 너무 자세하면 바로 이야기로 뛰어든다. 소설을 읽기 전에 작가 인터뷰나 에세이를 짧게 읽으면, '작가에 대해 알아가는 맛'이 있다. 소설을 다 읽고도 더 알고 싶어지면 영상들을 주야장천 찾아본다. 소설을 읽던 중반쯤, 작가의 인터뷰 영상을 찾아봤다. 읽는 중에 찾아보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번에는 참을 수 없었다. 형태나 색이 무지개색이다. 그래서 좋았지만, 분명하게 색이나 형태를 알고 싶었다. '소설가, 그녀'를 알고 싶은 욕구를 참기 힘들었다. 300쪽이 넘어가서야 작가가 짧은 문장으로 말한다. 기쁜 마음으로 다시 읽어 나갔다.


2. 삶이 소설보다 더 나을 수 있을까.

소설가들의 에세이를 좋아한다. 특히 여행 에세이를 보면 '걷는 행복'에 대해 소설처럼 썼다. 삶과 소설은 같다. 그러나, 소설에는 문학이 있고, 삶에는 현실이 있다. 가끔 삶에서 누군가 말하고 나서, '그는 그렇게 말했다.' 마음속으로 이야기한다. 표정이나 행동으로 말할 때는 '그는 고라니처럼 소리 질렀다. 그래봐야 고라니처럼 소리만 지를 뿐이다.' , '아기는 솔직하게 울었다. 으앙이든 이잉이든 엄마는 안다. 밥내놔, 기저귀 갈아라 애미야.' 이렇게 농담조를 섞어 현실을 생각하곤 한다. 삶을 예쁘게 표현한 것이 소설이건만, 소설 같은 삶을 꿈꾼다. 아껴 읽어도 끝나버리는 소설에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소설 속 세상은 영원하기에 안심한다. 주인공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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