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파,벽돌책] 4. 새의 선물 (9일 차)

첫 키스와 첫 이별

by oh오마주

적요1)

1)

[책정보] 제목 : 새의 선물, 저자 : 은희경, 장르 : 장편소설, 출판사 : 문학동네

[글정보] 제목 : [격파, 벽돌책] 4. 새의 선물, 글쓴이 : oh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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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 설명


'1. '일기' 파트는 작가가 하는 말 중에 내 가슴에 꽂힌 몇 구절, 문단이다. 노트에 기입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손으로 쓰는 문장은 머릿속에 박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즐겼던 공부 방법이기도 하다.


'2. 'omg'Oh_hoMmage_oriGinal이다. 아주 짧게 작가가 쓴 글을 보고 나의 생각과 감정에 연결시킨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고 싶었다. 인간의 창작은 한계가 있다. '나'의 생각에 '작가의 생각'이 부분적으로 스며드는 것이 신기했다. 다르더라도 비교하며 즐기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독보적인 표현에는 감탄과 존경, 오마주가 있었다. 소설을 따라가면서도 멀리서 관망하기도 하고, 가까이서 등장인물의 감정에 휘말리기도 했다.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도 그 순간을 선물할 수 있기를.




1. 일기


225쪽 : "사건은 밤에 일어난다."

어떤 추리소설에는 이런 말이 열 번도 더 나왔었다. 밤이 모든 것을 은폐해 주기 때문일까? 아니면 혹 밤이 용기를 주기 때문은 아닐까. 주위의 것이 다 사라진 어둠 속에서도 유일하게 그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자기 자신. 어둠 속에서는 그렇게 자기 자신만 남기 때문에 이기적이 될 용기가 생기는 건 아닐까.


226쪽 : 어제 초저녁부터 재성이 울음소리가 잦다 싶었다. -중략- 박광진 씨가 고함을 질러댔고 그 뒤로 으레 모든 비극적 가족사의 한 장면을 장식하는 아기 울음소리가 자지러지게 들려오자 이방 저방에서 불이 켜지며 갑자기 우리 집은 긴장이 감돌았다.


227쪽 : 앞뒤 없이 늘 자기 생각을 그대로 입 밖에 내는 이모는 기어코 할머니한테 야단맞을 말을 하고야 말았다.

"어머, 재성이 귀엽다. 우리가 키웠으면 좋겠다."

"저 중정 머리 없는 년."

그러나 할머니의 욕은 힘없이 나왔다.


229쪽 : "서방이 낮으로는 바람만 피우고 밤으로는 주먹질만 하면서 돈 한 푼 안 버는데 장군이 엄마 같으면 자식 바라보고 얻어맞으면서 살겠냐고."


231쪽 : 아저씨는 물끄러미 재성이를 쳐다보더니 온 집안이 그대로 꺼질 것 같은 깊고 깊은 풍량의 한숨을 내쉬었다.


234쪽 : 파리가 어딘가에서 왜앵왜앵 하며 날개를 부비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일정한 아련함으로 귓가에서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나는 설풋 잠이 들고 말았다.


235쪽 : 비가 내리는 마당을 바라보며 나는 재성이와 단둘이 이 비 집에서 누리는 적요1)와 평화에 대해 잠시 기꺼움2)마저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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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적요 : 적적하고 고요함

2) 기꺼움 : (;기껍다)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쁘다.


236쪽 : 이상한 일이었다. 그 순간 내 눈앞에는 기둥에 묶인 채 울고 있는 한 어린아이가 떠올랐다. 그 애는 울고 있었다. 제 눈앞에서 엄마가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애는 운다. 아니다, 울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중략- 하지만 그것은 내가 서너 살 때의 일이었다. 울었는지 울지 않았는지 나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237쪽 : 나는 내 품 안에서 발버둥을 치며 울어대는 재성이를 내려다보았다. 직성이 풀리려면 멀었다며 목놓아 울고 있는 재성이가 그악스럽다3)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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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악스럽다 : 보기에 사납고 모진 데가 있다.


240-241쪽 : 이튿날부터 아줌마는 다시 우물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중략- 그럼으로써 출분의 불명예를 보상하려고 애쓰는 것은 눈에 띌 정도였다. 아줌마의 삶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한 번 집을 나갔다는 것이 전과가 되어 아줌마 스스로의 도덕적 입지가 오히려 약화되었다.


245쪽 : 특히 여자의 경우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배후에는 '팔자소관'이라는 체념관이 강하게 작용한다. 불합리함에도 불구하고 그 체념은 여자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246쪽 : 처녀성을 가져간 사람이 내 주인이라는 생각, 우연에 지나지 않는 그 사건에 운명적 의미를 두는 것, 그 모두가 내게는 어리석게만 생각된다.


251쪽 : 그중 어느 경우 거나 할머니에 못마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부모 없는 아이인 나를 키우면서도 할머니 역시 부모 없는 아이에 대한 편견은 다른 사람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중략- 한집 안에 몇 년째 함께 살고 있는 장군이한테는 전혀 느껴보지 못한 경계심이었다.


254쪽 : 나는 이따금 뒷마루에서 감나를 바라보고 앉았다가 저만큼 끝에 현석 오빠가 앉아 있는 걸 발견하곤 했는데 그럴 때면 할머니도 오빠를 보았는지 찐 옥수수나 감자 같은 것을 갖다주라고 내게 심부름을 시키기도 했다. 부모 없이 자란 아이에 대한 할머니의 경계심은 누나가 없는 밤에 홀로 마루 끝에 나와 앉아 감나무를 쳐다보고 있는 소년에 대한 동정으로 바뀐 지 오래였다.


261쪽 : 그제서야 나는 '장화홍련전'의 계모 같아 보이던 그 아줌마의 정체가 사실은 '사씨남정기'의 교 씨 부인이란 걸 알았다.


263쪽 : 혜자 이모의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른다. 산발을 한 채 한 손으로는 피가 흐르는 입을 막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동생에게 너라도 들어가 화를 면하라는 손짓을 하는 혜자 이모의 모습은 처연하기 짝이 없다.


268쪽 : 어둑어둑한 방안에 하얗게 떠오른 현석 오빠의 얼굴은 수려하다. 살아 있는 사람의 얼굴 같지 않고 마치 뛰어난 솜씨로 빚어놓은 신성한 석고 조각 같다. 검은 속눈썹만이 물에 적신 빗으로 빗어놓은 것처럼 가지런하고 촉촉하여 살아 있는 존재임을 느끼게 할 뿐이다.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271쪽 : 나는 사랑하는 남자를 두고 다른 남자와 첫 키스를 했다. 단지 슬픔을 나눠갖기 위한 의식으로서. 또는 그 경험으로 인해 나는 사랑뿐 아니라 슬픔을 공유하는 데에도 키스가 소용되는 것임도 알게 되었다.


275쪽 : 완전히 헤어진다는 것은 함께 했던 지난 시간을 정지시킨다. 추억을 그 상태로 온전히 보전하는 것이다. 이후로는 다시 만날 일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시간에 의해 지나간 시간의 기억이 변형될 염려도 없다 그러므로 완전한 헤어짐이야말로 추억을 완성시켜 준다. 현석 오빠와 완전히 헤어짐으로써 내 첫 키스라는 추억의 박제는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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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순분의 가출


순분의 가출이 '전과'가 되었다. '과연 왜 돌아왔을까?' 계속 생각했다. 할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속 이야기를 내놓는다. 옛날에도 지금과 같이 심각하지만, 온도가 다르다. 유튜브에 돌고 있는 그 시절 방송 인터뷰가 떠올랐다. 남자 리포터가 '신체 사이즈가 어떻게 돼요?'라며 미성년자 여배우에게 농담으로 성희롱하는 유명한 장면이었다. '바람피우고 폭행한다'라는 부분에서 당연히 법적 조치가 들어가야 하는데, '내가 기댈 곳'이라는 말을 읽으니 가슴이 답답했다. 이에, 12살 진희는 30년 전임에도 '여자 스스로 만들어낸 팔자소관'일 뿐이라는 통찰을 했다. 기막힌 생각에 읽으며 통쾌했다. (245쪽)


2. 첫 이별 경험


진희는 많은 부분 '메타인지'가 가능한 아이였다. 어른인 이모와 비교되어 더욱 빛을 발한다. '삶이 계속된다는 생각이 괴로운 건가' 싶을 정도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객지에서 떠돌아다닌다는 '현석이 오빠와 혜자 이모, 남매 이야기'에서 지난날을 떠올렸다. 읍에 있는 학교를 다녔었는데, 도시에서 오는 아이들이 어쩌다 한 번씩 있었다. '왜 여기로 왔을까?' 맘대로 상상할 때가 있었다. 지금은 후회하는 일중 하나다. 다른 사람이 슬픈 이유가 그저 질문 한 줄이라니, 잔인하다. 유부남과 바람난 누나 때문에 부모 없이 객지를 떠도는 남매는 다시 떠난다. 위로하는 마음에서 사랑과 상관없이 키스를 하게 된다. 진희는 첫 키스를 사랑이 아닌 슬픔을 나눴다고 했다. 숨이 멈췄다. '첫 키스와 첫 이별'이라는 제목으로 헤어짐과 동시에 추억으로 만들었다. 시간에 박제한 감정이었다. 이별을 가슴 아프다고 말하지 말자, 다짐하는 것만 같았다. 마지막 줄을 읽으며 장군이 엄마가 가장 미웠다. 장군이 엄마를 '험구가'로 표현할 때, 진희를 빌려 말하는 작가를 상상했다. 소설 속으로 들어갔다. 남을 헐뜯는 사람을 한 보따리로 묶어서 마당 입구, 분리수거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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