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력을 공부하다가 나를 알아버렸다!
며칠 공부를 쉬었다. 걷고 싶었다. 어린이날 놀러 갔다가 수영장에서 발 뒤꿈치를 다쳐서 한동안 집에 있었다. 발이 빨리 낫기만 기다리며,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만세력 영상들을 많이 보게 되었다. 발이 어느 정도 괜찮아지고, 날씨가 좋아서 많이 걸었다. 무계획으로 여행도 갔다. 하루에 2만보를 처음 걸어봤다.
다시 일상이 시작되었을 때, 미뤄놓은 공부를 하고 싶었다. 책도, 선생님도, 진도도 없는데 말이다.
사주팔자는 '년월일시'에 맞춰 한자가 오른쪽부터 쓴다. 2행 4열로 총 8개다. 위를 천간, 아래를 지지라고 부르며 조합에 따라 해석한다. 오른쪽부터 초년부터 말년운으로도 읽고, 조상부터 자식까지로도 읽는다. 여러 영상을 보면 방법은 거의 같지만, 다른 단어와 해석을 내놓는다. 재미로 가득한 '살'에 있어서도 다양하다. 주변인들과 경험을 통해서 말하는 경우도 있다. 공통적으로 다 나쁜 게 아니고, 좋게도 작용한다고 한다. '사주의 총합'과 '현재 상태'에서 또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다 공부해야만 해석이 가능하다. 오직 만세력만을 읽는 건 완성된 공부가 아니었다. 이쯤에서 타로카드를 시작했어야 하나, 후회했다. 뭔가 마무리를 하고 싶은데, 내 사주 하나 제대로 읽으려고 쓰이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고 생각하니 조금 힘이 빠졌다. 몇십 년째 공부하는 사람들도 고서와 신간을 찾아보고 또 다른 해석들을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씁쓸하지만, '전문가로 성장할 수 없다면, 재미라도 쫓아야겠다!'
한자도 잘 모르고, 내용도 잘 모른다. 그저 12신살이 제일 재밌다. 이제 막 걷는데 명품 신발을 신은 기분이랄까. '그러므로', 겸손하게 가만히 듣기만 한다. 유튜브에 보면 짤막하게 재미를 위한 이야기도 있고, 한복 입으신 분도 있고, 시대에 맞게 영어도 섞어서 강의식 영상도 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중요도에 대해 말한다. 한자가 적힌 사주명리학 공부가 고기라면, 12신살은 양념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도로 따지면, 몰라도 된다고 한다. 8개 중 4개, 아래(지지)에 있는 글자들의 조합으로만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잘 생각하면 만능 양념은 존재해야 한다. 불닭볶음면도 양념맛, 엽기 떡볶이도 양념맛, 찰순대도 소금이나 장맛, 매콤 닭발도 양념맛 아니던가?
'~살'로 끝나는 단어들 중에서 '일(왼쪽에서 두 번째)'에 해당하는 자리에 있는 것이 가장 강력하다고 한다. 사람마다 다양한 세줄로 나타난다. 가장 윗줄이 남이 보는 나의 모습, 중간이 내가 보는 나의 모습, 마지막이 내가 그리는 나의 모습이라고 한다. 나의 일지에는 세줄다 '장성살'이 있다.
장성살 영상을 찾아보다가 만난 충격적인 댓글이었다. 나도 보면서 살의 이름에서 김두한을 떠올렸다. 장군 할 때 장, 별을 뜻하는 성, 그리고 여름에 듣기만 해도 화나는 '살'이다. 후덕하다는 말의 '살'이 아닐 텐데 단어가 괜히 싫다. 댓글이 내게 대놓고 하는 말이 아닌데도 듣기 좋은 말이라고 하기에도 어려웠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피식 웃음이 났다.
'아, 인생 읽기 재밌네.'
여자에게 장성살이 있으면 집에서 가장역할을 하고, 사회활동을 하면 좋다. 사주풀이가 해석의 학문이기 때문에 시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조선시대에는 여자에게 장성살이 있으면 남편을 괴롭힌다고 해서 최악의 사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맞벌이가 대부분인 현재는 사회적으로도 성공하기 좋은 사주로 풀이된다. 그리고 말했다. 일지에 장성살이 있으면, 도움으로 잘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항상 주변을 잘 돌봐야 한다.
만세력, 사주풀이를 공부하면서 집착하게 되고, 어떤 면에서는 스스로 비논리적으로 행동할 때도 있다. 해석이 거의 늘 반반이다. '너무 좋다'도 없지만, '너무 나쁘다'도 없다는 게 큰 위로가 된다. 결국 내가 선하고 올바르게 행동해야 모든 일은 잘 될 것이라는 결론에 노력하게 된다. 십이간지와 십성이 설명을 위한 물상론(비유)에 불과하다는 연구자들의 영상을 보면, 더욱 확실한 결론에 도달한다. 내가 해석을 만들 수 있다!
'후덕한'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성공'은 마음에 든다. 장성살 있는 여자 사장이라 더욱 좋은 아침이다.
아모르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