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만난 중년의 남성들, 그리고 일을 하며 만난 여러 중년들을 보며 생각했다. 그들이 오롯이, 챙겨야 할 가족이나 자녀 없이 오롯이 ‘그’ 혼자였다면 어땠을까에 대해. 곁에 누군가가 있어, 가족이 있고 아이들이 있어 더 없이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종종 궁금했다. ‘그’ 혼자였어도 나름대로의 행복을 맛볼 수 있지 않았을까.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다. 회사에서 만난 중년의 남성들(중년 여성은 없다…ㅠ) 그리고 일을 하며 만난 여러 중년들(여기엔 여성도 포함!)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때, 30대 여성인 내가 들어도 조금은 안쓰럽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회사에선 어엿한 부장님(남자)인데 집에선 까치발을 들고 걷는다거나, 무더운 여름 에어컨 틀기가 눈치 보여 아침 일찍 헬스장을 간다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할 수 없지만, 농담이겠거니~ 하는 마음에 일단 얼굴에 웃음을 장착하게 하는 말들. 평일 내내 일을 하고 주말에는 남편이 업무차 골프 일정들이 가득해 엄마인 부장님(여자)이 사실상 주5일이 아닌 주7일(회사5일+육아2일) 근무를 한다거나 하는 일상적인 말들.
누구든 견뎌야 하고 또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익숙해지고, 결국 별 것 아닌 아주 보통의 일들이 되지만 그래도. 미혼의 내가 듣기에는 조금 슬펐다. 오롯이 ‘그’ 혼자였다면 조금 더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번 돈 차곡차곡 모아 스스로를 위해 쓰고, 부모께도 드리고, 평일 내내 열심히 일하고 주말엔 스스로의 시간을 갖는 그런 것들.
그렇다고 기혼으로 사는 그들이 어리석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나는 감히 결정하지 못하는 ‘결혼’을, ‘육아’를 하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주섬주섬 들으며 “진심 대단해요, 정말로…”라고 말했다.
남자건 여자건 결혼만으로도 스스로 포기하고 더 나아가 아예 잃게 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는 지레 겁을 먹었다. 결혼을 하면 이제껏 살아온 나의 삶이 마치 송두리째 흔들릴 것만 같았다.
남자친구는 나에게 “어떤 것들이 크게 바뀔 것 같은지” 물었다. 송두리째 흔들릴 만한 것이 무엇인지 천천히 생각을 해봤다. 놀랍게도, 없었다. 아니다, 없을 리가 없지 않은가.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5분, 10분, 20분… 무언가 생각해내려 했지만 아무것도 생각해내지 못했다.
딴딴따다~ 결혼식을 한다 한들 갑자기 회사를 그만 두는 것도 아니고, 당장 내 월급이 확 줄어들 리도 없고, 남자친구도 나도 일을 하는 가운데 내 씀씀이가 대단히 크게 줄어들 리도 없었다. 남자친구의 고향은 충청남도, 우리는 각각 서울에서 일을 하고 있었으니 거주지를 크게 옮길 수도 없었다. 결혼을 한다고 하루 아침에 충남으로 이사를 가는 일이 생길 리 없지 않은가. 결혼식 다음날 갑자기 임신을(물론 가능성 0%는 아니지만 어쨌든!) 할 리도 없고, 결혼을 하자마자 애가 태어나 육아를 떠맡게 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한참을 생각하다 씨익- 웃으며 “ㅎ… 크게 바뀔 게… 생각보다 없는 것 같은데?”라는 나의 말에, 남자친구는 “그럴 것 같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나중에 생각 나면 꼭 알려줘”라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