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과 애정 사이
애인이 군대가기 전 마지막 만남 날이었다. 그 땐 그냥 선후배 사이였다. 그날 뭐 동기들, 선배들 다 같이 만났던 것 같다.
나는 그 당시 통학러였고 집까지 2시간 정도가 걸렸기 때문에 집까지 갈만큼은 알딸딸하게 술을 마시는 걸 좋아했다. 가방도 무겁고, 버스도 늘 서가야해서 조금이라도 취하지 않으면 금새 ‘왜 사나’하며 깊은 고민에 빠지곤 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날 애인이 나를 지하철 개출구까지 배웅해줬다.
우리는 비슷하게 통하는 대화 거리가 꽤 있었어서 ‘간식’이나 ‘사탕’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둘 다 목캔디를 좋아하는데 나는 기본 맛, 레몬 맛을 좋아했고 그는 믹스베리맛이 최고라고 했다. 속으로 ‘믹스베리맛이라니...! 그건 목캔디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거 같은데!’라고 생각했지만, 그 이야기를 하고 난 뒤 학교 매점에서 목캔디를 살 때 왠지 믹스베리맛으로 사버렸다. 얘기를 들으니 궁금해지고, 궁금하니 생각나는 법일까.
그리고 나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캔디 하나씩 주는 걸 좋아해서 만나면 하나씩 주는 습관이 있었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보고 다정병이라고 했지만, 같이 달콤한 건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살았기에 나는 별 문제 없는 행동이라 느꼈다.
어쨌든 그 개찰구에서 “안녕히 가세요.” 인사를 하다가 번뜩 주머니 속 목캔디가 떠올랐다. 몇 초 동안 나는 그 사탕을 줘야한다는 집념에 사로잡혔고 “아!!!” 외쳤다. 그는 뭐지 하는 얼굴로 쳐다봤고, 나는 “사탕 먹으면서 가세요.”하면서 목캔디를 꺼냈는데 비닐도 뜯지 않은 새거였다.
그 순간 ‘아, 통째로 주려고 한건 아닌데...’싶었지만, 그 자리에서 꾸물꾸물 비닐 뜯고 사탕 하나 꺼내 건네는 건 왠지 쪼잔해 보일 거 같았다. 그리고 약간 알딸딸하겠다 뭔가 꾸물대면 취해 보일 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군대 가기 전 마지막 작은 선물인 척 하면서 새 목캔디를 손에 쥐어줬다. “이거 먹으면서 가요” 그리고 쿨한 척하며 지하철을 타러 내려갔다.
됐어, 훈훈했어.
비록 집 가면서 먹을 목캔디는 없어졌지만, 그래도 뭔가 훈훈하다고 느꼈다. 아주 자연스러웠어.
그리고 약 2년 흘러 그가 제대하고, 내가 휴학했다가 복학해서 다시 만나 어찌저찌 사귀는 사이가 됐다. 내가 그에게 주고자 했던 건 친절한 후배의 사탕 하나 다정함이었는데, 한 통의 애정으로 느껴졌음은 나중에 알게 됐다.
그 때는 ‘선배가 착각하진 않겠지?’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의 나. 아주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20살땐 인연은 둘이 보자마자 딱! 눈이 맞고 얽혀지는 것인줄로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다정과 애정 사이를 오가는 소소한 착각이 만들어주기도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