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와우 Oct 12. 2018

어른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어른이 되어가고 있나


나, 어른이 된 건가?

우리 사회는 20살이 넘으면 성인이라고 해준다. 계속 학교를 다니는 대학생이든, 사회인이든 어느 정도 판단력과 사고가 갖춰진 사람이라고 취급해주는 것이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나. 사복을 입고 대학교에 입학하던 나. 며칠 차이지만 나는 성인이 되었다. 입에 대면 양아치 날라리 취급을 받을 술도 신나게 마실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성인이 되면 어른인가? 20세가 됐다고 '어른(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취급을 받거나 스스로 어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나의 속을 헤집어보면 익지 않아 아직 아주 떫은 감 같을 거라고 생각했더랬다.      



대학생활을 하며 25살까지 살아오는 동안 아주 가끔 내가 ‘어른이 된 건가?’하는 순간이 있었다. ‘뭐야, 나보다 나이 든 사람이라고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게 아니었어?’ 생각했을 때다. 어른이라는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했을 때다.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더 인생 경험도 많을 것이고 삶을 더 풍족하고 행복하게 꾸릴 수 있을 테니, 어른들 말 따라서 안 좋을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부모님, 학교 다닐 때는 선생님, 명절 때는 친척 어른분들, 아르바이트할 때는 노동의 대가로 나에게 돈을 줘야 하던 사람들 말이다. 그분들은 대체로 비슷한 말을 했다. 좋은 대학, 성적, 학벌, 인맥, 성실함, 규칙, 안정, 평범함, 돈, 노력. 이런 단어들이 주제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사랑, 나비, 햇빛, 강, 눈 마주침 이런 단어는 위의 단어들이 충족된 뒤에 바라봐야 하는 것이었다. 적어도 남들 하는 만큼 하지 않으면 실패자이고, 실패한 자는 행복할 권리가 없으니까.      



의심해도 반항은 안 하고 있습니다.

거의 20년을 무의식적으로 어른들의 말을 신봉했고, 그 결과 의심하기도 시작했다. 정말 맞아? 어른분들 정말 잘 살고 계세요? 잘 산다는 게 정말 그런 식으로 사는 게 맞나요? 하고. 아직은 그저 의심 단계다. 옅은 한숨과 함께 “살아보면 알아”하는 대답을 듣는 단계다. 어른들의 말을 의심한다고 해서 반항하거나 그러고 있지도 않다. 여차하면 나보다 먼저 인생 라인을 스타트한 그분들을 따라가려고도 한다. 왜냐고? 불안하니까. 따라하면 그래도 나를 그 길로 인도한 수많은 어른들이 비슷한 나를 보호해줄 것 같으니까.      


20살을 앞둔 고등학생 때의 나는 내가 좀 더 재기 발랄하고 열려 있는 어른이 될 줄 알았다. 그러길 바랐다. 열린 어른이라... 어떤 어른인가. 내가 조카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내가 보던 어른들 모습과 별 다를 바가 없다. (나에게 영향을 준 어른들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초등학생 조카와 중학생, 고등학생 조카를 만나면 나는 무슨 얘기를 하는가? “학교 재미있어?”, “무슨 일 하고 싶어?” 조카들 부모님과 얘기라도 나누면 “그래도 좋은 대학 가면 기회도 많아지고 좋죠.”한다. 제2 외국어 미리 가르치면 좋을 거라고 한다. 그리고 헤어질 때는 열려있는 언니, 누나, 이모인 척 “건강하고 하고 싶은 거 해~”하면서 ‘그래도 성적 높으면 좋지.’ 생각한다.     


어른을 의심하면서도, 그 어른들의 말이 마음속에 박혀있는 25살. 그들의 말이 다 맞는 것이 아니라면서도 불안해하는 20대 중반. 대학교를 졸업하고 일에 대한 로망과 낭만을 억지로 눌러 마음속에만 담으려는 나. 내가 생각하던 그런 ‘어른’과는 참 멀다.   


매거진의 이전글 때로는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를 가장 오해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