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2
우리 집 강아지들이 너무 보고 싶다.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 갤러리를 보다가 오랜만에 애들 사진을 보게 됐다. 본가에는 작은개와 큰개가 있었다. 둘 다 강아지 별로 갔다. 잊은 듯이 잘 살다가 갑자기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눈물이 주룩주룩 난다. 나는 엉엉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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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개는 내가 초등학생 때 데려왔다.
동생이 강아지 키우고 싶다고 엄마를 조르고 우리는 동네 펫숍에 가서 작은개를 처음 봤다. 우리가 작은개를 데려온 이유는 어릴 때 털이 까매서였다. 동생은 까만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다. 그땐 개들이 자라면서 털 색이 바뀔 수도 있다는 걸 몰랐다. 하하. 작은개는 털도 까맣고 눈도 까맣고 코도 까맣고 조그맣고 귀여웠다. 그렇게 작은 생명체가 꼬물거리는 게 신기하고 예뻤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강아지와 함께 살게 됐다.
거실에 자리를 만들어 줬는데 혼자 자면 무서워할까 봐 온 가족이 거실에 이부자리를 펴고 같이 잤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다리가 이상해서 보니까 작은개의 똥이 다리에 짓이겨져 묻어 있었던 게 기억이 난다.
아직 어리고 배변훈련을 하는 중이라 우리가 자는 사이에 실수를 한 거였는데 온 가족 다리에 작은개의 똥이 묻어있었다. 어이가 없는데 그것마저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나는 바보같이 핫초코를 준 적도 있었다. 핫초코는 맛있으니까 개도 좋아할 거라 생각하고 내가 마시던 걸 조금 나눠 주고는 아기 다루듯 트림을 시켜준다고 안아서 등을 두드려주며 둥가둥가를 해줬다.
곧 내 등에 따뜻한 느낌이 났는데 작은개가 내가 준 핫초코를 다 토한 거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나는 다소 무식해서 개한테 초콜릿을 주면 안 된다는 걸 개를 키우고 나서야 알았다. 엄마가 사 온 애견 키우기 따위의 책을 보면서 조금씩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언제 한 번은 여름에 더울까 봐 작은개를 냉장고에 넣은 적도 있었다. 우리 집은 여름에도 에어컨을 거의 틀지 않아서 덥고 냉장고 안은 시원하니까 집에 놀러 온 친구랑 같이 작은개를 냉장고에 넣어줬는데 이내 냉장고에 갇히면 무섭고 숨이 막힐 거라는 걸 깨닫고는 화들짝 놀라서 바로 꺼내 안았다.
작은개는 멀뚱멀뚱하게 나에게 안겼다. 참 개념 없는 초딩이었다.
내 동생은 작은개를 데리고 동네 뒷산을 쏘다녔다. 그 작은 게 지치지도 않고 정상까지 신나서 달렸다고 했다. 작은 개는 늘 우리랑 신나게 놀았다. 또 우리 작은개는 양말 벗기기의 달견이었다. 외출하고 돌아온 온 가족 발의 양말을 사냥이라도 하듯 맹렬하게 잡아 벗기는 걸 최고의 놀이로 생각했나 보다. 아빠조차도 작은개가 양말 벗기는 건 좋아했다. 우리 집 양말은 좀 빨리 늘어나고 금방 빵꾸가 났지만 우리는 작은개가 그만둘 때까지 기꺼이 발을 내줬다.
우리 집 작은개는 동물병원에서 주사를 맞을 때도 의젓하게 맞았다. 수의사 선생님이 우리 집 작은개한테 어쩜 이렇게 주사도 잘 맞고 이쁘냐고 칭찬하면 내가 다 의기양양해졌다.
학교가 끝나면 나는 거의 항상 집에 있었고 작은개는 항상 내 곁에 있었다. 잘 때, 작은개는 항상 내 머리와 어깨사이 공간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잤다. 나는 밤새 작은개의 꼬순내를 맡으면서 잘 수 있었다.
작은개는 쪼끄만 덩치와는 다르게 용맹해서 우리 집에 도둑이 들 뻔했을 때도 왈왈 짖어서 쫓아냈다. 정말 대단하다.
나이가 들어서 수술을 했을 땐 집으로 데려와서 쉬라고 거실에 있는 푹신한 쿠션에 뉘이고 나는 내 방에 있었는데 거실에서 자꾸 뭔가 작게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가보니까 마취도 안 풀렸으면서 나한테 오려고 픽픽 쓰러져 가면서 내 방으로 오고 있었다. 나는 크게 감동하기도 하고 내 멋대로 혼자가 편할 거라고 생각한 게 너무 미안해서 작은개를 안고 쓰다듬어주면서 많이 울었다.
이십 대 중반이 되면서 나는 계속 집 밖으로 나돌았기 때문에 작은개와 함께하는 시간은 점점 적어졌다. 그런데도 내가 집에 올 때면 작은개는 현관으로 마중 나와 반갑다고 왕왕 짖으며 반겨줬다.
집이 난장판이 될 때도 언제나 어느 순간 내 옆으로 와 꼭 붙어있었다. 작은개는 늘 나를 사랑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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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개는 내가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있을 때 강아지별로 가는 중이었다. 엄마한테서 온 연락을 받고 급하게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을 땐 이미 식어가고 있었다. 밖에 있던 동생도 곧 와서 작은개의 끝나가는 생명을 배웅했다. 차가운 작은개를 마지막으로 깨끗하게 씻기고 털을 말려주고 춥지 말라고 담요를 잘 덮어줬다. 다음날 동생이랑 같이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가서 장례를 치러줬다.
목욕시켜줄 때마다 더 부드럽게 씻겨주지 못한 거, 요령이 없을 때 빗질 아프게 한 거, 맛있고 좋은 간식 많이 못 사준 거, 더 많이 쓰다듬어 주지 못한 거, 내가 나이 먹고선 밖으로 돌아서 더 많은 시간 함께 해주지 못한 거, 아플 때 많이 못 돌봐준 거, 집에서 미용해 준다고 못생기게 털 깎아준 거, 발톱 깎을 때마다 힘으로 제압해서 깎아준 거, 이 닦을 때 더 꼼꼼히 못 닦아준 거, 예쁜 옷이랑 장난감 많이 못 사준 거.
못해준 게 너무 많고 미안한 게 너무 많아서, 강아지 별로 갈 때도 좀 더 일찍 와주지 못해서 작은개가 너무 서운해서 날 미워하면 어떡하지 싶다.
작은개는 나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한다는 감정을 가르쳐줬다. 세상에 우리 작은개 만큼 예쁜 개는 못 봤다.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한 번만 다시 만나서 늘 그랬듯 내 얼굴과 어깨사이에 자리 잡아줬으면 좋겠다. 밤새 쓰다듬어 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