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뚱멀뚱,

'죽고 싶다' 주의

by 김오마

나는 자주 내 인생을 이렇게 무의미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그냥, 정말로 그냥 흘려보낸다. 눈을 뜨면 다시 감았다. 잠에서 깨자마자 '오늘 하루는 뭘 해야 되는 거지...?' 하면서 불안해하고 두려워했다. 하루하루 깨어있어야 한다는 게 막막해서 계속 잠으로 도망쳤다. 나는 꿈도 꾸지 않았다.


이미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데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꾸역꾸역 자다가 결국 깨어나도 침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심지어 화장실 가는 것조차 하기 싫어서 오줌도 참는다. 몸이 아픈 것도 아닌데 움직일 수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잠에서 깨고도 한참을 누워있다가 배가 너무 고파지면 그제야 느릿느릿 몸을 일으키는데 쌓여있는 설거지가 생각나 다시 드러누워 핸드폰의 배달 어플을 켠다.


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대충 배를 채운 뒤 다시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기 시작한다. 유튜브를 보다 졸음이 오면 잠들었다가 다시 깨서 유튜브를 보다 핸드폰을 보다 하다 보면 하루는 끝나있다. 다시 잠들기 전 내 미래와 현실에 대한 걱정이 갑자기 큰 파도처럼 밀려와 나는 또 무서워지지만 일단 잠들면 괜찮다. 나는 꿈도 꾸지 않는다.


어떤 날은 기분이 좀 괜찮아져서 그제야 밀린 설거지며 빨래며 온갖 집안일들을 해대고 그럴 때 나는 뭔가 희망적이어서 뭐든 다시 시작해 보자고 생각하는데 그저 그러고 말 뿐이다. 나는 꿈을 꾸지만 깨어나면 무슨 꿈을 꿨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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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내가 뭐 그렇게 특별하다고 이렇게 방황만 하는지 답을 찾지 못하고 빙글빙글빙글뱅글, 어지럽게 돌기만 했다. 어쩔 줄을 몰라 혼자 울고불고 가슴을 치다가 머리를 치다가, 혼자 그렇게 난리를 치다가 지칠 대로 지치면 잠들 수 있었다.


대학 입시를 실패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된 나는 갑자기 주어진 엄청난 자유시간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몰라 멍했다. 아무도 없는 집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처음 느껴보는 평화로움을 낯설어했던 기억이 난다. 본가는 햇빛이 잘 들었는데 해가 질 때까지 나는 그저 소파에 앉아있었다.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나는 찬란한 절망에 빠져들었다.


계속 계속 살아있다는 건 이상한 감각이다. 굳이 설명해 보자면 몸에서 영혼이 반쯤은 빠져나간 그런 느낌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미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어차피 나는 미래를 맞이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살아있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하고 싶은 것도 꿈도 삶을 살아가야 된다는 의지도 희박했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계속 살아있었다. 갑자기 주어진 애매모호한 평화는 날 너무 당황스럽게 했다. 그래서 나는 내 방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계속 죽어버리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다. 내 삶은 너무나도 의미도 가치도 없으므로 나는 죽어버리고 싶었다. 세상에 내일이 간절한 사람에게 내 남은 수명을 전부 주고 떠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내 인생이 가치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허황되고 부질없는 생각이지. 누군가에게 내 수명을 이양할 수 있는 방법은 없고 고통 없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릴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자살은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았고 나는 아픈 게 너무 싫고 무서웠다. 내가 자살 시도를 해도 대왕 쫄보에 겁쟁이인 나 같은 애는 확실하게 자살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자살 시도에 실패해서 깨어나면 그게 더더욱 고통스러울게 분명했다. 결국 나는 그냥 사는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살아야 되는 거라면 일어나야 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겉보기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삶을 방황하며 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어찌어찌 살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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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브런치 작가로 통과 됐을 땐 나도 정말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성취감은 너무 오랜만이라 이번에야말로 다시 힘내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부풀어 올랐고, 기분이 좋아서 기뻤다.


그러고 나서는 단 한 줄의 글도 쓸 수 없었다. 다음 연재일이 다가오는데도 그저 누워있기만 했다. 핸드폰으로 연재일을 알리는 알람을 보고도 남일인양 멀뚱멀뚱했다. 한참을 멍- 하다가 겨우 다시 글을 쓰는데 이런 내용이라니. 좀 더 밝은 글을 쓰고 싶은데.

그래도 일단은 이렇게 썼다는 게 어디냐 싶다.




나는 여전히 삶을 방황하며 사는 중이다. 사는 게 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나는 어쩜 이렇게 자라지 못하고 이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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