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나는 괜찮음

'언발란스 룩으로 힙하게 살자'

by 김오마

글을 쓰려고 몇 번이고 무슨 문장인가를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하면서 나는 매우 어지러웠다.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글을 씀으로 해서 나를 옥죄는 것들을 떨쳐버리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다소 운이 좋지 않았던 내 어린 과거의 상처들을 덤덤히, 툭툭 털어 버리고 싶었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려면 내 가족이 나에게 얼마나 나빴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될 것 같은데 이걸 써도 되나 싶은 거다. 내가 괜히 못된 불쏘시개가 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내 '평범한' 가족들은 아직도 상처 입은 짐승 새끼 마냥 털을 뾰족뾰족하게 세우고 사는 나를 안 그래도 어이없어할 텐데 '오마가 과거에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에 아직도 힘들어하며 제구실도 못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글까지 쓰고 있다는 걸 알면 무슨 생각을 할까 싶은 거지. 사실, 이런 얘기는 드러내봐야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내 상처를 직접 꺼내 보임으로써 그것들은 이제 더 이상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걸 스스로에게 증명해야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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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위해서 어떤 형식으로 쓸 건지, 분량은 얼마나 채울 건지, 나를 어디까지 드러낼 건지 따위의 것들을 정하고 에피소드들을 나열해 보는데 나는 심장이 점점 빨리 뛴다는 걸 깨달았다. 또 과거의 기억에 매몰되어 화가 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침대에 누웠다. 상처를 털어내고 싶어서 글을 쓰고자 한 건데 이런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정말 바보 같은 일이다.


나는 내 스스로가 그렇게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무던하고 우직한 큰 나무 같은 사람을 동경한다. 나는 너무 여리고 예민해서 위태롭고 크게 흔들린다. 이런 내 모습이 너무 실망스럽고 너무 엉망진창이라서 이번 생은 쭉 망해버린 것 같았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인생이라면 언발란스 룩으로 힙하게 살면 됩니다.'


여느 날과 다를 거 없이 누워서 SNS를 돌아다니다가 저 문장을 발견했다. 저 문장은 고여있던 내 마음에 파동을 일으키고 무기력하게 체념만 하는 나한테 아니라고, 잘 살 수 있다고, 너도 '힙'하게 살 수 있다고 다독여주는 것 같았다. 마음이 벅차올라서 눈물이 났다. 이제 나도 좌우명이 생겼다. '언발란스 룩으로 힙하게 살자'

좋아하는 노래 가사에도 강한 마음이 중요하다고 했다. 내가 놓기 전까지 미래는 도망가지 않는다고. 뭐든 마음먹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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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기복은 꽤 극적인데 병원에선 이걸 양극성 정동장애, 즉 조울증으로 진단했다. 어느 날의 나는 버스를 타서는 갑자기 기분이 너무 고조돼서 크게 소리 지르고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또 어느 날의 나는 밥을 먹을 때도 재밌는 영상을 봐도 하루 종일 이유 없이 눈물을 줄줄 흘린다. 하루에도 기분이 수십 번씩 오르락내리락, 내릴 수 없는 롤러코스터에 묶여 어지럽게 돌고, 또 돈다.


나는 너무 흔한 클리셰 같은 내 인생이 좀 진부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세상에 나만 힘든 것도 아니고 각자 저마다 묵묵히 자신의 삶을 이겨내며 열심히 사는데 나는 도대체 뭐가 그렇게 힘들어서 이러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세상에 혼자만의 어리광을 부리는 내가 너무 창피하고 밉고 싫다. 나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된다던데,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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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놓은 글을 읽으면서 여기서도 오르락내리락하는 내가 웃겨서 웃는다.

사실 몇 년 전부터 나는 좀 더 긍정적으로 나를 조금씩은 사랑해 보려고 노력 중이다. 스스로를 꾸준히 혐오하는 것도 너무 오래되면 꽤 지긋지긋한 일이고 해서, 나는 나 자신을 조금은 가엾고 어여삐 여겨보기로 했다. 아무리 부정해도 나는 여즉 살아있기 때문이다. 부정은 너무 오랜 습관이라 고치기 쉽지 않지만 삼일에 한 번쯤은 좀 긍정적이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의 나는 괜찮다. 내일의 나도 괜찮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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