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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Jun 10. 2024

쿠팡 1일차 CSR(재택상담) 현장 교육

아이 챙기랴, 서울로 운전해 왔다 갔다하랴, 정신 없는 하루였다.



" OO층! 알았지?"


"응."


나는 아파트 동 현관 유리문 앞에 서서 아들이 엘리베이터에 탈 때까지 서 있었다. 아들도 자꾸 나를 돌아 보며 손을 흔들고 입 모양으로 '엄마.'를 불렀다.


우리는 그렇게 인사를 하고 각자의 하루를 시작했다.











아들을 그렇게 같은 학교 다니는 친구네 집, 동네 언니네 집에 데려다 준 뒤 난 운전대를 잡고 열심히 교육장을 향해 달렸다. 아들과 미리 약속을 했고, 아들은 지가 좋아하는 친구랑 아침밥 같이 먹고 같이 등교한다는 기쁨에 하루만 엄마의 서울 교육을 돕기로 했다.

나는 그냥 올려 보내기가 미안해 새벽 배송으로 주문한 호주산 소고기 몇 백 그람을 아들의 손에 들려서 올려 보냈다. 첫 날 하루는 서울로 교육 받으러 가야 한다는 말에 아침에 아들을 자기네 집에 데려다 놓고 가라고 먼저 말해 준 언니가 너무 고맙기도 해서였다.


정작 나는 물 한 컵도 못 마시고 아침밥도 못 챙겨 먹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들을 친구네 집에 데려다 주고 서울로 가려면 열심히 운전을 해야 했다. 3일 교육이 끝나고 입사가 취소 처리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나니 교육 시간에 늦으면 절대 안될 거 같았다.


네비로 30분 정도 걸리는 곳이지만 출근 시간이 안끝난 아침이기에 25분에서 30분 정도 여유 있게 출발했다. 중간에 2번 차가 밀렸다. 아주 심각하게 밀리지는 않았지만 늦을까봐 걱정되는 정도는 됐다.


다행히 교육 10분 전에 주차장에 도착 했다. 주차를 하고 지식 센터 주차장이 얼마나 넓은지도 모르고 주차한 곳 층조차 확인하지 못할 정도로 나는 정신이 없었다. 늦을까봐 엘리베이터를 타고 얼른 교육장으로 올라 갔다.


재택 근무를 위한 노트북과 헤드셋, 노트북에 연결해 쓸 마우스와 충전기를 받고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교육을 받았다. 이 날의 건물 주차비와 점심 식대는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교육 3일 동안 하루에 몇 만원씩 교육비를 준다고 했지만, 첫 날은 교육비를 받아도 남는게 없겠다 싶었다. 차 기름값에, 만 오천원이 조금 안되는 주차비에, 점심에 사 먹은 식비까지 하면 첫 날의 교육비는 다 쓴 셈이다.

그게 어디냐 싶었다. 계산해 봤지만 첫 날 받을 교육비에서 오버 되지는 않은 금액이기도 하고, 어차피 그러라고 주는 교육비겠지 싶어서다.

주차비가 원래 15,000원 정도 나온다는데 식당에서 밥 먹은 걸로 1시간은 퉁 쳤다. 주차비를 조금이라도 더 줄여 보겠다고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한 잔 구입 했건만 아쉽게도 중복 적용이 안된다고 정중히 거절을 당했다.


교육 받으면서 회사 교육 내용에 대한 유출도 하면 절대 안 되며, 개인 정보 보호 법에 따라 쿠팡 재택 상담사로 일하면서도 고객 정보나 회사의 그 어떤 정보도 밖으로 유출해서는 안된다는 규정도 몇 번을 들었다. 개인 정보 규정 서류에 사인도 했다.


교육이 끝나자마자 나는 나를 기다리는 아들 생각에 지체 않고 주차장으로 내려 갔다. 나는 그 건물 주차장이 그렇게 넓은지 몰랐다.

내가 차를 세운 주차장은 넓지도 않고 구석이었는데 싶어 한 바퀴를 돌아도 찾지 못했다. 결국 난 주차장을 잘못 찾아 내려온 걸 알고 다시 올라가 내 차가 주차된 곳을 겨우 찾아 냈다.


주차장에서 낭비를 한 시간이 너무 아까워 재빠르게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향했다. 아들이가 너무 보고 싶었다.









"나 안 보고 싶었어?"


아들은 차에 올라타 운전석에 앉은 나를 보자마자 물었다.


"너무 보고 싶었지. 너무 보고 싶어서 끝나자마자 달려 왔지. 배고프지?"


나와 어린 아들은 무슨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한 듯 너무 보고 싶었다고,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사랑한다는 말을 알콩달콩 주고 받으며 웃었다.


"응, 학교에서 급식도 조금 밖에 안 먹었어."


나는 아침밥도 못 먹고 달려가 정신없이 교육을 받으면서야 점심밥 한 끼를 때웠을 뿐인데, 그런 나보다 어린 아들이 배고플까봐 걱정이 됐다. 이래서 엄마가 돼 봐야 한다고 하나 보다.

 

나는 아들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구입하고 나도 간단하게 먹을 거리를 구입했다. 집에 왔지만 다 귀찮았다. 긴장이 풀렸는지 다리가 다 후들거렸다.

어린 아들을 씻기고 청소기만 후딱 돌리고 주저 앉아 버렸다. 앞으로 일하는 엄마로서 아들과 서로의 시간과 생활 스케쥴을 잘 조절하여 집 안일도 요령 있게 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적응할 때까지 당분간은 정신이 없겠지만 아들과 내가 행복할 수 있다면 새로운 생활 환경도 좋을 거 같다. 나와 아들이 마음 편하게 서로를 위하며 잘 살아내고 이겨낼 수만 있다면 그걸로 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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