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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Aug 02. 2024

널 사랑한 게 죄다.

이혼함 오만정 다 떨어져 남이 되기도 하지만, 사랑이 남아 아쉬운 이도



화령은 대한의 팔에 팔짱을 꼈다. 대한은 그런 화령의 팔을 다른 한 손으로 토닥토닥해 주며 미소를 지었다. 

아무 말 없이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걷고 있는 공원의 밤이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는 가로등으로 인해 산책하는 인파가 꽤 있었다. 공원 주변을 반복해 러닝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기분은 괜찮아졌어요?“     


”괜찮고 말고 할 게 뭐 있어요. 그냥, 나한테는 다 잘나고 귀한 딸들인데 어쩌다 하나 같이...“     


화령은 작은 한숨을 쉰다.     


”이혼이 죄는 아니잖아요. 셋 다 어쩔 수 없었나 보죠.“     


화령은 대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 하면서도 얼굴표정은 계속 걱정 가득이다. 공원 안의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멍하니 쳐다보며 대한의 옆에서 보조를 맞추어 천천히 걷는다. 그러다 혼잣말하듯 내뱉는다.     


”저 사람들도 이혼이 죄는 아니라고 생각할까요? 그랬음 좋겠는데...“     


대한은 그런 화령의 팔을 또다시 다른 한 손으로 토닥토닥해 주었다.     


”시대가 변했잖아요. 요즘 의외로...“     


대한은 말을 하다가 말을 멈추는가 싶더니, 발걸음도 멈추었다. 화령도 대한을 따라 엉겁결에 발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화령은 뭐지 싶어, 대한의 옆얼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대한이 쳐다 보고 있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공원 입구에서 아파트 쪽으로 걸어가는 사잇길 앞에 택시가 두 대가 앞 뒤로 나란헤 정차해 있었다. 앞쪽 택시에서 진실과 한솔, 진화가 내리고 있었다. 한솔은 길 위에 서 있고, 진실과 진화가 뒤 택시 쪽으로 재빨리 걸어가는데, 뒤 택시의 뒤 문이 열리더니 태오가 내리고 있었다. 진실과 진화는 태오가 내린 뒤 택의 뒤문 안쪽에서 진주를 끌어 내리듯이 하고 있었다. 곧이어 진주는 태오의 등 뒤에 엎히고 있었다.     


”우리 애들 맞죠?“     


대한은 화령의 얼굴을 쳐다 봤다. 화령도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대한의 열굴을 마주 쳐다 봤다. 화령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네요. 우리 애들이네요. 그리고 이서방 맞죠?“     


대한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화령은 대한의 팔에서 팔짱 낀 팔을 빼는가 싶더니 두 택시가 서 있는 쪽으로 걸어 가려 했다. 그러자 대한이 화령의 팔을 잡아 끌며 말렸다.     


”모른 척 합시다. 이서방도 같이 있고 하니 그게 좋을 거 같아요.“     


화령은 대한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서 버렸다. 진실과 진화, 한솔과 태오는 진주를 챙기고 택시를 보내느라 정신이 없어서 대한과 화령을 발견하지 못했다.                         






”형부 제대로 업은 거 맞죠?“     


태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주를 엎은 채 진주의 엉덩이를 받치고 있는 두 팔에 힘을 주었다. 얼굴에도 힘이 들어가는가 싶더니 혼잣말을 했다.     


”좀 무거워진 거 같네.“     


태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진주의 엉덩이를 받치고 있는 두 팔을 있는 힘껏 맞잡고 힘을 주었다.

한솔을 태오 옆에서 그런 태오를 재밌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다. 태오는 그런 한솔과 잠시 얼굴이 마주쳤다. 한솔의 표정에 태오는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빤 아직도 엄마가 그렇게 좋아?“     


”내가? 나는 네 엄마가 무서운데?“     


태오는 그 말을 하면서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한솔은 고개를 좌우로 젓더니 태오를 딱하다는 듯 쳐다봤다.      


”아빠는 엄마를 그렇게 좋아하면서 왜 이혼 했어? 바보 같이.“     


태오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서서 한솔을 쳐다봤다. 한솔은 아랑곳 하지 않고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태오는 한솔을 쳐다 보며 고개를 양쪽으로 꺾어 보이더니 진루의 엉덩이를 받치고 있는 두 팔에 다시 힘을 주었다. 그리고 한솔의 뒤를 따라 사디 걸어 가며 혼잣말을 했다.     


”이혼 당한 거거든. 바보 같이.“     


맨 앞에서 나란히 걸어 가고 있던 진화와 진실은 뒤따라 걷고 있는 한솔을 힐끔 돌아 봤다. 그 뒤에서 진주를 엎고 걷고 있는 태오도 힐끔 돌아 봤다.

진화는 입을 살짝 삐죽이며 피식 웃었다.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젓기도 했다. 진실은 손에 들린 진주의 서류 가방을 다른 손으로 바꿔 들었다.      


”형부는 아직도 언니 손아귀에서 못 벗어나네. 아마 평생 저럴 거다.“     


”무슨 서류 가방이 이렇게 무거워?“     


진실은 진화의 말을 못 들었는지 가방 때문에 투덜 거렸다. 진화는 진실이 들고 있는 진주의 서류 가방을 쳐다 봤다.     


”오죽하시겠니. 일에서 지는 거라면 죽어라고 싫어하시는 분이 오죽이나 챙겨 들고 다니시겠어? 그러니 그 대단한 시어른께서 자기 아들과 이혼한 언니를 아직도 못 놓아 주고 계시잖아.“     


진화는 피식 웃으며 진실의 어깨를 살짝 쳤다. 진실은 못 말린다는 듯 서류 가방을 아예 옆구리에 끼고 걸었다. 






화령과 대한은 놀이터 구석 벤치에 앉아 있다. 화령은 궁금하다는 얼굴로 진주네 아파트 동 입구를 뚫어져라 쳐다 보고 있다. 대한은 팔짱을 끼고 허리를 펴고 앉아서 빈 놀이터만 쳐다 보고 있다.     


”설마 진주 술 마신 걸까요?“     


화령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진주네 아파트 동 쪽만 쳐다 보며 혼잣말 하듯 대한에게 물었다.      


”그런 거 같던데요. 아마도 당신 닮은 그 주특기가 나왔겠죠?“     


대한은 피식 웃으며 장난끼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화령은 걱정스런 얼굴로 혀를 찼다.     


”아니 걔는 다 좋은데, 왜 그런 건 날 닮았대요?“     


”그게 어때서요? 나도 그런 귀여운 당신 모습에 반했고, 이서방도 그런 진주 모습에 반했다고 했었는데...“     


그때 진실과 진화가 진주네 아파트 동 입구 쪽으로 걸어 가는 게 보였다. 그 뒤로는 한솔과 진주를 업은 태성의 모습도 보였다.

화령은 시선은 진주네 아파트 동 입구 쪽을 쳐다 보고 한 손으로는 옆에 앉아 있는 대한의 팔을 툭툭 쳤다.      

”왔어요. 쟤네들 이제야 들어가네요. 아니, 이서방은 이혼하고도 저렇게 진주 뒤치다꺼리 할거면 왜 이혼 했대요? 나는 아직도 이서방이랑 진주 이혼한 게 제일 아까워요.“     


진주 업은 태성과 한솔이가 동 입구로 들어가 다 안 보이게 돼자 작은 한숨을 쉬며 대한을 쳐다 봤다.      


”우리도 이제 들어 가요. 애들 다 들어 갔네요.“     


대한은 아무 말 없이 화령과 몸을 일으켜 아파트 동 입구 쪽으로 걸어 갔다. 걸어 가며 슬며시 진주네 동 입구 쪽을 힐끔했다.                     







태오는 울고 있었다. 대한은 팔짱을 끼고 마주 앉은 태오를 지그시 쳐다 보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비 소주 병 5병이 놓여 있고, 거의 손을 대지 않은 오뎅국과 똥집 볶음이 놓여 있었다. 진주가 좋아하는 포장마차 안주들이었다.     


”아버님, 정말 아닙니다. 진주가 오해하고 있다고요. 저는요...“     


태오는 술에 취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주절주절 떠들고 있는 듯 했다. 답답하다는 듯이 한 손에 주먹을 꽉 쥐고 가슴을 쳐 보이기도 했다.     


”저는요, 진주가 무서워요. 아니, 진주를 너무 사랑해요. 진주 위해서는 제 목숨도 아깝지 않다고요. 이혼하고 싶지 않다고요. 그런데 진주가 이혼하재요. 그런데 또 진주 말을 거절을 못하겠어요. 아버님, 저 어떡해요. 저는 평생 진주 아니면 안될 거 같은데...“     


태오는 울고 있었다.          





               

대한은 진주네 동 입구를 슬며시 힐끔거리던 시선을 거두었다. 씁쓸한 표정으로 화령을 따라 아파트 동 입구 안으로 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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