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점심밥을 챙겨 먹을 시간도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다녔다. 행정복지 센터에서 보완으로 요청한 계좌 입출금 전체 내역 서류를 떼야 했다. 그래서 아들의 약을 타기 위해 이비인후과에 후딱 들렸다가 은행으로 갔다. 은행에서 나오자마자 집으로 달려가 판결문 카피 하고, 이사 오기전 집의 전세 계약서와 이사 온 집의 월세 계약서도 카피 했다.
그 서류들을 차근차근 챙겨서 바로 행정복지 센터로 달려가 보완 서류를 제출했다.
한부모 가정 지원을 심사 받는데 한 달이 훌쩍 넘었다. 마지막 심사를 위해 보완 서류가 까다로웠다. 한 푼이라도 더 챙겨서 생활을 하기 위해 나는 악착 같이 바쁘게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서류들을 제출하느라 바빴다. 다음 주에 결과가 나올 거라고 했다.
곧이어 법원으로 달려 갔다. 상간녀 위자료 청구 소송 판결문을 가지고 송달 증명서와 집행문을 전달 받아야 했다. 인지료 1,000원을 내고 송달 증명서와 집행문을 가지고 등기소로 가 상간녀의 주소지 등기를 떼었다.
그러고나니 학교 하원 시간이라 아들을 픽업해 학원에 데려다 주고, 바로 또 고용 복지 센터로 갔다.
담당자와 3차 계획 상담을 마쳤다. 1차 생활 지원비도 신청 되었다. 다음주 화요일까지는 입금 될 거라고 하셨다.
화장실 들릴 시간도 없었고, 점심 밥 챙겨 먹을 시간도 없었어서 상담 중간에 양해를 구하고 화장실에 다녀 왔다. 그런데 상담이 끝나고 담당자 분이 본인 드시려고 챙겨다 놓으신 간식 중에 과자 한 봉지와 견과류 한 봉지를 건네 주셨다.
"별 건 아닌데 점심 밥도 안 먹었다기에, 차 안에서 이거라도 먹으며 가세요."
소소하지만 그 따스함에 내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참 고마웠다.
고용 복지 센터에서 담당자와 상담하고 계획을 세운 대로 사무 행정에 필요한 자격증을 따고, 내년 초에는 본격적인 구직을 해야 한다. 고용 복지 센터에서도 구직까지 도움을 진행하고 관리를 한다고 했다.
생활 지원비 지급에 대해서도 지금 수입이 없는지 있는지는 따진다. 수입이 있고 없고에 따라 생활 지원비 상황이 달라진단다. 소송 위자료나 양육비는 그 수입에 포함되지 않는단다.
첫 달 말에 순순히 양육비를 입금하기에 그 인간이 이럴 인간이 아닌데 하며 조금 의외였다. 그런데 두번 째 달에 달력이 한 장 넘어가도 양육비 입금이 되지 않았다. 친정 아빠와 남동생, 지인들이 3개월 있다가 신고해서 망신 주라며 혀를 찼다.
난 그 인간 답다 싶었다. 이제 양육비는 입금 되지 않을 거 같다. 결국 난 3개월 후에 법원에 양육비가 지급 되고 있지 않다고 신고해야 한다. 그러면 요즘엔 출국도 막힌단다.
양육비 안 주는 건 솔직히 포기하고 싶기도 하지만 망신은 꼭 주고 싶다.
상간녀 위자료와 위자료에 대한 12%의 이자가 붙었다. 변호사비도 받아야 했다.
변호사에게 물으니 자신들이 집행해 주면 330만원이란다. 물론 압류할 때 압류비, 신청비도 별도로 내야 한다. 한 두 달 걸린다고 하는데, 순순히 안 주면 경매 들어 가고 경매 진행까지 지켜 봐야 해 시간이 더 걸린단다.
남동생이 "누나가 당장의 생활이 급하니까 신용 정보 회사에 맡겨. 수수료가 조금 쎄긴 한데 급한 사람들이 많이 부탁해."라고 조언을 해 줬다.
알아 보니 법원에 재산 명시 신청하면 몇 개월이 걸릴 수 있지만, 신용 정보 회사에 부탁하면 일주일이면 된단다. 그리고 계약하자마자 상간녀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우리가 위탁을 받았으니 협의를 하겠는지 묻는단다. 협의를 안하면 바로 모든 재산(부동산, 차, 통장, 등 등)에 대한 압류가 들어가고 채무 불이행으로 신용 불량 등록을 한단다. 합법적으로 압박도 들어 간단다.
빨리 돈을 받아 써야 하는 사람들이 신용 정보 회사에 많이들 위탁 계약을 한단다. 요즘은 그렇게 하는 게 불법도 아니란다.
솔직히 나는 전혀 생각도 못했던 부분이지만 고려해봐야할 거 같았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법원이 있어 법원 앞에 있는 신용 정보 회사와 통화를 했다. 다른 한 군데는 금요일 아침에 직접 찾아가볼 생각이다. 금요일 오전에 2군데에서 3군데 비교해 보고 바로 계약을 하고 위탁을 진행할 생각이다.
세상 참 그 어떤 거 하나도 쉬운 게 없다.
건강을 위해 간 검사를 받은 아들의 식단 관리와 체중 조절이 시작 됐다. 편식을 고치고, 지방과 나트륨을 줄이기 위한 협의가 시작 됐다.
아들이 아기 때부터 다닌 이비인후과 의사 선생님이 간 검사 결과를 체크하시며 함께 걱정해 주셨다. 지인들도 결과가 괜찮기를 함께 응원해 줬다.
대학병원에서 아들의 간 검사를 위해 초음파를 찍고, X-Ray를 찍고, 검사용 피를 열 번은 뽑은 거 같다. 나도 그렇게까지 검진 피를 뽑아 본 기억이 없다. 결과를 듣는데 이해가 갔다. 되게 꼼꼼이 다 살펴 검사를 하신 거구나 싶었다.
다 이상 없고, 체중 조절하고 식단 조절하면 된다는 의사 말에 얼마나 감사 했는지 모른다.
감사하고 있는데 저녁에 지인이 저녁밥을 사 주기로 했다. 아들과 나가서 맛있게 먹고 걸으려고 공원을 산책하듯 팔짱 끼고 나란히 걸으며 걷기 운동을 했다. 평소에는 좀 걷자고 하면 거부하던 아들이 순순히 따라 걸었다.
나와 아들은 "우리 건강 지키고, 행복하자."고 끝말 잇기도 하고, 농담도 하며 같이 웃었다.
나는 이제 아들과 악착같이, 어떻게든 살아 나갈 생각만 하기로 했다. 당분간은 나와 아들만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