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아온 오리 Sep 29. 2024

밤12시의 산책 아닌 산책 (성장중)

아들과 나는 새롭게 성장 중이다. 편안하고 자유로워지는 시간 속에서!



같은 동네에서 함께 학교를 다니고, 부모들끼리 친해서 모임도,  교회도 함께한 친구들이다. 그 친구들이 모여 가-끔 파자마 파티 하는 걸 아들은 부러워했었다. 밤까지 한 집에서 모여 함께 저녁밥을 먹고 놀다가 밤 열 한 시나 열 두 시에 헤어져 각자의 집에서 잠 드는 걸 아들은 하고 싶어도 해 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 나와 아들은 우리 둘만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또 다시 성장 중이다. 그 성장은 일반적인 강압과 제제의 수갑에서 벗어나 있다.


나는 밤 열 두시가 넘은 시간에 밤 하늘을 쳐다 보고 서 있었다. 아기 때부터 알아 온 아들의 친구 집에서 평소 친한 네 식구가 모여 양념장도 만들고, 직접 잡아 온 쭈꾸미와 갑오징어를 씻어서 데치고, 각자 조금씩 가져 온 반찬과 요리들로 한 상 차려서 밤 열 두 시가 넘도록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

아들은 눈치볼 사람 없이 친구들과의 시간을 처음으로 마음껏 즐겼다.


그리고 아들은 파자마 파티에 합류 하겠다며 친구들과 친구의 집으로 갔다.

그 덕에 나는 밤 열 두 시가 넘은 시간에 산책 아닌 산책을 하며 빠른 걸음으로 집까지 혼자 걸었다. 걷던 중, 신호등 앞에 서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밤하늘을 올려다 봤다. 사방이 큰 도로로 이어져 있고 번화가가 있는 시의 중심이라 크게 무섭진 않았다. 그저 밤 열 두 시가 넘은 시간에 밤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느껴졌다.












"진짜?"


", 애들이 그러더라. OO이가 많이 밝아졌대."


아들은 진짜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나 보다.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것들을 이제 친구들과 즐기며 기분이 좋은가 보다.

언니가 그랬다. 애들이 OO가 많이 밝아졌다고, 그래서 좋다고 했단다. 애들도 스스로 느끼고 직감하는 것들이 분명 있다.

나는 고마웠다.


상간녀 위자료 청구 소송도 금요일에 끝이 났다. 변호사한테 전화가 왔는데 위자료 삼 천 만원이 확정된 거 같고, 바로 가집행 할 수 있는 조건이니 판결문 나오면 바로 법원에 가 가집행 진행 하면 될 거 같다고 했다. 위자료를 입금 안하면 붙게될 이자율이 확정되지 않아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에 전화를 거셨단다.

가집행 진행함 그녀야 주변에 소문까지 돌지 모를 현실을 감당해야 겠지만, 이제 내 사정이 아니다. 그들 둘이 싸우든 지지고 볶든 그들 둘이 알아서 할 일이다.

이제 빠른 시간 안에 위자료도 받아내고 변호사비를 돌려 받아야 한다. 애써 준 변호사님께 감사했다.


고용 노동부 복지 센터의 취업 상담도 이제 마지막 상담이 남았다. 바리스타 자격증 공부를 먼저 하고, 사무 행정 컴퓨터 자격증 공부를 이어서 하기로 했다. 카페 아르바이트와 사무 행정 보조 업무를 안정적으로 구직하기 위해서다.  내 계획대로 지원 받을 수 있는지 마지막 계획 상담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래서 고용 노동부 복지 센터에서 일러준 대로 여성 인력 개발원에 가서 행복 복지 카드로 수강 신청을 위한 일정표 서류를 신청해 놓고 왔다.


이사 날까지 그 인간 때문에 받은 보증 보험 회사의 채무 독촉장과 내용증명 찾아 가라는 우체부의 메모를 봐야 했다. 담당자에게 전화해 이혼해서 정리하고 이사 나갔으니 이제 나한테 이런 거 보내시면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랑은 끝이지만 아들은 아니었다. 나는 본인이 일을 저질러 놓고 채무를 갚지 않고 피해만 다니며 민폐끼치는 그 인간의 방식에 지긋지긋하고 진저리가 났다. 친정 아빠에게도, 지인에게도 혹시나 그  인간이 계속 피해 다녀 핏줄인 아들에게 찾아 올까봐 법적 정보를 여기저기 알아 봐야 했다.

오천 육백이 넘는 돈이었다.

지인의 경험으로는 보증보험 사람들은 독해서 절대 포기 안한단다. 와이프인 자신한테 찾아와 사인하고 대신 갚으라고까지 했단다. 미성년자이지만 그래도 핏줄이라고 아들에게 찾아 올까봐 나는 또 여기저기 뛰어 다니며 알아 봐야 다. 자신의 무책임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조차 신경 안쓰면서 아들을 보고 싶다고 강제 면접 교섭권 심판 청구까지 한 사실에 진저리가 났다.

집에서는 밖에서 뼈빠지도록 바쁘게 돈 버느라 피곤하다고 그렇게 유세를 떨었던 인간이다. 그런데 상간녀가 낸 그 인간의 문란하고도 지저분한 , 이혼 소송 중에 경찰 신고까지 당한 바깥 사생활을 알게 되고 나니 그 가식과 더러움에 치가 떨렸다.

상간녀의 뻔뻔함과 가식도 어찌 그리 똑같던지, 어떻게 그리 똑같은 인간들끼리 만났는지 허무하기까지 했다. 저런 여자도 애 엄마구나 싶어 혀를 내둘렀다.

난 그 인간의 뻔뻔한 가식과 무책임으로부터 이제 단호하고 강력하게 아들을 지켜 내고 싶다.


이제 많이 웃으며 좋은 사람들만 만나고, 나의 인생을 한 발 한 발 찾아 나가고 싶다. 아들의 성장이 건강하고 편안하도록 변함없이 최선을 다해 케어하고 싶다. 제대로된 건전하고 건강한 교육과 일상 속에서 정서와 밝음을 지켜 주고 싶다.











진짜 오랜만에 아무 생각없이, 편안하게 웃고 웃었다. 삼 십년 만에 만난 사촌 동생과 작은 고모, 사촌 동생의 와이프인 올케와 아이들을 만나 즐겁게 웃고 웃었다. 아들도 두 살 어린 삼촌의 아들과 함께 얘기도 나누고 게임도 같이 하며 시간을 보냈다.


사는 게 바쁘면 얼마나 바쁘다고, 각자 살기 힘들다고 이제야 만나서 회포를 풀었는지 모르겠다. 사는 거 별 거 아닌데, 그저 이렇게 함께 맛있게 밥 먹고, 함께 웃으며 사는 게 사람 사는 재미인데 우리는 아둥바둥 살아가기만 바쁜 거 같다.


돈이 뭐라고, 그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기에, 발버둥 치고 사는 게 우리들의 모습인 거 같다. 그런다고 노력한 만큼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노력한 만큼 부자 되는 세상도 아니다. 그래도 노력하면 뭐라도 이루어 냈던 부모님 세대가 부럽기까기 하다.

그래도 잘 살고 싶어서, 내 어린 자식들에게 하나라도 더 해 주고 싶어서, 어떻게든 땀나도록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살아가는 게 우리 모습이다. 그 모습이 씁쓸하면서도 우리는 안다.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걸.


어차피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게 우리의 인생이라면 되도록 감사하고 싶다. 긍정적으로 씩씩하게 나를 붙든 채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아들의 손을 꼭 잡고 하늘을 올려다 볼 줄도 알면서 그렇게 살아 가고 싶다.


나는 그렇게 다시, 내 인생의 세 번째 터닝 포인트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새롭게 성장해 나가고 있다.

이전 14화 이사를 했다. 임차인이 됐고, 동시에 임대인이 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