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너를 위해서라면 열심히, 뭐라도 해 내고 싶단다.
"참석 선물도 준비해야 하나?"
"괜찮아, 그런거 안해도 돼."
"아들? 몇 명 온대?"
"내가 아는 건 16명?"
분주했다. 태권도 학원에서 아이들 생일 파티때 장소를 빌려 주신다. 아이들은 태권도 학원에서 10명에서 20명 정도 되는 친구들을 마음껏 초대해 파티하는 걸 나름 즐겼다.
솔직히 집에서 하면 그렇게 많이 초대 못한다. 더구나 아이들이 너무 시끄럽게 하거나 뛰어나 아래층에 폐가 될까봐 눈치가 보이는 시대다. 그런데 태권도 학원에서 생일 파티를 하면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든, 뛰어 다니든 걱정할 일이 없다.
다만, 그 파티를 준비해야 하는 엄마는 바빠진다.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는 최선을 다해 아들의 생일 파티를 준비 했다. 편식이 있는 아들을 위해 메뉴에도 나름 신경을 썼다.
20명 정도 되는 남자 애들이 하나 둘 태권도 학원으로 집합 했다. 모두 다 같은 학교 친구들이라 장소도, 장소를 대관해 주신 관장님이나 사범님하고도 낯설지 않아 했다.
나는 간식 하나도 아이들 입맛에 맞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로 구성하려고 준비 했었다. 생일 파티 3주 전부터 쿠팡에서 생일상 차릴 제품들을 구입했다. 이주 전부터 아이들이 먹을 먹꺼리를 어떻게 구성해 주문할지 메뉴표도 만들었다.
아들은 15명에서 16명 정도 올 것 같다고 했지만 막상 입장해 준 아이들은 20명에서 21명이었다. 전부 남자애들이었다.
"이 야쿠르트 더 없어요?"
"엄마가 먹을 게 얼마나 있겠냐고 사진 찍어 보내라 했는데 많네요."
"이모? 저거 하나 더 없어요?"
"이모, 피자 더 먹어도 되요?"
"이모 목 말라요."
등원하고 하교하며 얼굴들을 익히 잘 아는 아들의 친구들이 나에게 편하게 요구 사항들을 물어 봤다. 나는 평소에 아들 친구들한테도 스스럼 없이 인사하고 말을 시켰던 편이다. 그래서인지 이모, 이모하며 스스럼 없이 어울리고 즐거워해 주는 아이들이 고마웠다.
"생일 축하해."
관장님이 마이크를 잡으셨다.
"이제 각자 준비해 온 생일 선물을 전달하는 시간이야. 앞으로 나와서 OO이 앞에 차례로 서 볼까?"
관장님께서는 장소 대관만 해 주시는 게 아니었다. 주말에 애들 파티 사진 찍어 주시러 나온 사범님께 수고비 5만원만 드리면 관장님께서 아이들과 2시간이 넘게 레크레이션을 해 주셨다.
초등 고학년이 되니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생일 선물을 통일 했다. 아들도 친구의 생일 초대를 받아서 내가 "생일 선물 뭐 준비해야 해?"라고 물으면 한결같이 대답한다. 그 정체는 바로, 구글 기프트 카드다.
5,000원에서 100,000원까지도 현금으로만 구입할 수 있는 구구르 기프트 카드는 아이들끼리 주말에 핸드폰으로 톡을 주고 받고 통화를 하며 게임 안에서 쓸 수 있다. 게임 아이템을 구입하거나 게임 안에서 자유롭게 현질을 할 수 있다. 물론 엄마들은 과하게는 하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만원에서 2만원까지만 허용을 하는 편이다.
엄마들은 이 기프트 카드를 선물로 주고 받는게 옳은 건지, 이걸 허용하는 게 맞는 건지 솔직히 달갑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추세가 그렇고, 또래 아이들의 전반적 취향과 유행을 내 아이만 안된다고 할 수가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들은 생일 파티가 끝나고 너무 좋아했다. 30만원 어치 정도의 구글 기프트 카드를 선물 받았다. 생일 파티에 안 온 친구들도 생일 축하한다며 선물로 줬다고 한다.
나는 어찌 됐든 아들이 친구들과 마음껏 즐거워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시 편안해지고 밝아진 아들의 모습에 미안함을 느꼈다. 동시에 다행이라는 안도감도 느꼈다.
학교 담임 선생님께서도 몇 달 조금 위축돼 있는 거 같더니 다시 더 밝아지고,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도 너무 잘 어울리며 밝다고 하셨다. "어머니, 마음 고생 많으셨죠?"하고 토닥여 주셨었다.
나와 아들은 이제 둘만의 새로운 생활을 나아가야 한다. 나는 매일 기도 한다.
"오늘도 저와 아들을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와 아들이 굶지 않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를 무사히 끝내고 돌아와 편안히 잠들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감사하며 살게 해 주시고, 제 자신과 아들을 온전히 제가 책임지며 살아 나갈수 있도록 제게 능력을 주십시오. 제발 그 죄인들이 미안함도 없이 저지른 죄에 대한 벌을 달게 받게해 주시고, 제게 그 죄인들이 보란듯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능력과 힘을 주십시오. 그 능력과 힘으로 좋은 일 하며 살아나갈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아멘."
매일 같이 하는 나의 기도는 매일 똑같다. 요즘은 매일이 일관된 그 기도로 나는 하루하루를 버티고, 매일을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내 자신을 강하게 부여 잡고 있다.
"그러게 여자가 겁도 없이 이혼은..."이라며 혀를 차고 나와 아들을 온갖 상상력과 편견으로 쳐다보는 사람에게 당당히 말할 수도 있다.
"너도 겪어봐. 인간으로서 너도 참을 수 없는 상처가 얹어진 그 가슴과 마음의 무게를 한 번 겪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