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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Oct 16. 2024

엄마가 내 이혼을 알았다.

제게 연락하지 말아 주세요. 솔직하게 말씀 드렸다.



"엄마한테 얘기했어. 누나 이혼."


"뭐래? 창피해 하시지?"


"아직은 크게 반응 없어. 그냥 그 놈 보고 미친놈이라고만 했어."


엄마가 내 이혼을 알았다. 작가일 할 때도 성공한 작가도 아니고 제발 그 작가라고 말 좀 하고 다니지 말라고 했던 엄마다. 그래서 창피해 하실 줄 알았다.

나는 아직도 부모의 마음을 다 모르나 보다. 엄마는 남동생에게 그 얘기를 듣자마자 미친놈이라고 했단다. 나는 고마웠다. 엄마가 그 놈한테 미친놈이라고 해 줘서 고마웠다.


그러면서 남동생은 조심히 한 마디 알려 줬다.


"누나 얘기 이제 하지 말라고는 하는데..."


됐다. 그걸로 됐다. 그래도 엄마가 그 놈 보고 미친놈이라고 말해 준 걸로 됐다.

내가 아빠 닮았다고 어렸을 때부터 아들, 아들 하며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엄마다. 됐다. 그냥 그걸로 됐다.









어쩔 땐 그냥 버티는 거 같다. 살기 위해서, 아이를 위해서, 가족들을 위해서, 미안하고 면목없는 마음으로 막막하면서도 힘든데도 그냥 버티는 거 같다. 마음이 힘들어 위가 또 아파 오려하는 거 같은데, 또 바쁘게 공단을 다녀 오고, 행정 복지 센터를 다녀 왔다.


그 놈이 다니던 회사에 요청을 하란다. 신고도 직접 해야 한단다. 결국 그 놈이 다니던 회사에 전화해 취소 신청을 직접 해야 한다. 직접 찾아 갈까, 전화로 할까 고민 중이다.

그 놈이 다니던 회사 담당자가 이유를 물으면 이혼 했다는 얘기도 해야 한다. 자세한 얘기까지는 할 수 없지만 내가 그 회사를 다닌 게 아니니 취소해 달라고 해야 한다. 공단에서 그렇게 하면 된단다. 그러면 내가 원하는 대로 정리가 될 거란다. 설마 내 이름으로 지 돈을 챙겨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것 때문에 건강보험료가 10배를 올랐다 내렸다 했다는 걸 늦게 안 내가 바보인지도 모르겠다. 그 회사에서 안해 주면 양쪽 일단 다 신고 하라는, 회계 일을 하는 지인의 조언도 들었다.










전송 버튼을 누를까 말까 정말 망설이다가 눌러 버렸다. 마음이 힘들어서, 계속 톡 방을 나가기를 했는데도 계속 간간이 오는 톡에 솔직하게 말씀 드리는 게 낫겠다 싶었다.

나는 원래 솔직하거나 말을 안 하거나 둘 중에 하나다. 물론 어른들께는 솔직하게 다 말을 못 올리니 그냥 입을 다물고 있을 때가 더 많다.

하지만 이번엔 그냥 솔직하게 말씀 드리는 게 낫다 싶었다.


'너무 감사 했고, 소중한 추억으로만 남기겠습니다. 제가 못나서인지 저는 그 일로 돈도, 일 거리도, 사람도, 하나도 얻은 게 없습니다. 정말 힘들게 이혼 했습니다. 오직 아이 하나 지키기 위해 애쓰면서 느낀 게 많은 현실입니다. 관련된 분들과 연락하고 톡 오는 게 마음이 힘듭니다. 챙기실 지인들 많으실 텐데 저한테는 이제 톡 안 보내셔도 됩니다.'


결론은 결국, 내 지인도 아니신데 톡 보내시지 마시라는 뜻이다. 비즈니스 문제로 서로가 아무 도움도 못 되는 현실인데 그 놈과 연관된 분이라 톡 받기가 힘들다.

너무 정 떨어지면 그 놈과 관련된 것도, 그 놈과 관련된 사람도 보기 싫어지고 연락하기 싫어진다는 걸 알았다. 살면서 처음이다. 이런 경우로 어르신께 조심스럽지만 그냥 딱 까 놓고 솔직하게 문자를 보내본 건 처음이다.


나는 건강 보험 공단에 들렸다 행정 복지 센터에 들렸다가 터덜터덜 집으로 왔다. 건강보험료가 기초 수급 정도의 최소 금액이고, 소득 증명서 서류 발급이 불가해 대출이 안된단다. 내 명의의 집이 있어도 그 어떤 대출도 할 수 없단다.

입맛이 없지만 냉장고에 그대로 넣어 둔 김밥을 에어 프라이어에 돌려서 김치 찌개랑 그냥 먹었다.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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