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일곱 팀이 교장실에 찾아가 교장과 교감을 만나고 나왔단다. 그런데 너무 허탈하고, 해결된 게 하나도 없이 울고만 나왔단다. 아이들이 불안해 하고 상처를 받았다는 데도 너무도 별 일 아니란 듯, 자기 식구 감싸기만 하는 교감과 교장의 태도에 가슴이 아파서 울고 나왔단다.
"할머님도 계속 우시고 나도 결국 울었다니까."
아이들이 정서적 폭력을 당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솔직히 처음에 들었을 땐 그 담임 선생님이 좀 강압적이고 화를 내는 방식이 틀린가 보다 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아니었다. 얘기를 들어 보니 그 이상이었다.
아이들에게 감정적으로 화를 잘 내신단다. 욕도 했단다. 특히나 남자 애들 중 한 명이 마음에 안들게 하고 눈에 찍히면 그 아이만 집중적으로 계속 트집 잡아서 혼낸단다. 결국 아이들 몇 명이 학교 가기 싫다며 결석을 하기 시작한 애들도 있단다. 그 아이들이 학교는 그렇게 결석해도 오후에 학원은 다 다니고 있단다.
아이들한테 물어 보니 호랑이 선생님으로 다른 반 아이들한테도 소문이 나 있다. 그 반 아이들은 물론이고, 다른 반 아이들도 그 반 담임 선생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단다. 그런데 여태 학교 안에서 아무도 그 반 아이들의 항의와 요구를 귀 기울여 들어 주지 않았단다.
"언니, 태권도 관장님이 하루는 그 아이 보고 왜 손톱을 그렇게 뜯고 있고 왜 이렇게 뜯어 놨냐며, 무슨 일 있냐고 물을 정도였대. 애들이 선생님의이 소리지르고 감정적으로 화를 잘 내는 것 때문에 불안해 하고 눈치 봐. 그걸 부모인 우리가 2학기 돼서야 알게 된 게 얼마나 울화통 터지는지 몰라. 그 할머니는 우리 손자 좀 예쁘게 잘 봐 달라고 교무실을 몇 번을 찾아 가셨대. 우리가 따질 일이지 고개 숙여 부탁할 일이 아닌데, 손자 생각해 몇 번을 교무실로 찾아와 제발 자기 손자 좀 예쁘게 잘 좀 봐 달라고 애원을 하셨대. 애들도 담임 선생님 땜 힘들다고, 무섭다고 교무실을 몇 번을 찾아 갔었대. 그런데 아무도 안 들어 줬대."
이해가 안 갔다. 아이들까지 교무실에서 SOS를 청할 정도였는데 왜 학교에서는 한 학년이 다 끝나가고 있을 때까지 아무 조치나 행동도 하지 않았을까?
교감은 되려 정색하듯 말하더란다. 그 반 담임 선생님깨 애들 관리 잘해 줘서 전화도 받았었다고, 이렇게까지 말하실 정도의 일인지는 몰랐다고 하더란다.
더구나 말하는 중에 학생 한 명을 굳이 콕 집어 얘기하면서, "이 학생이 결손 가정인 건 알고 계시죠?"라고 물었단다. 그것도 그 집안의 할머니가 앞에서 버젓히 듣고 있는데 그랬단다. 엄마들은 화나 나서 그게 지금 이 일과 무슨 상관이며, 교감 선생님이란 분이 지금 공개적으로 학생 개인의 개인 정보를 유출하시는 거냐고 따졌단다.
21세기에, 그것도 학교 교감이라는 분이 학생의 집안 상황을 왜 굳이 끄집어 냈을까? 그런 가정의 아이면 담임이 정서적, 감정적으로 그렇게 스크래치를 주고 불안감을 줘도 된다는 건가? 교감이 그런 가정사를 가지고 편견을 갖듯 그렇게 얘기를 해도 되는 건가? 그런 가정의 아이면 다 문제가 있을 거라는 건가?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났다. 갑자기 비가 퍼붓고 바람이 차져서 잠바를 입고 나왔는데, 너무 화가 나서 엄마들과 길거리를 걸으며 잠바를 걸치지 않았다. 바람은 찬데 기가 막히고 열이 올라서 춥지가 않았다.
교감은 결국 이 주간 자신이 그 반에 매일 들어가 살피겠다고 했단다. 학부모들은 교감 선생님이 들어가실 땐 조심 하겠죠, 그게 해답은 아닌거 같다고 했지만 그 외에 해결책이나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감정적으로 확실하게 지켜줄 수 있다는 답은 못 들었단다. 그 자리에 있던 한 학생의 아버지는 너무 화가 나서 저녁까지 교장실에서 얘기를 나누다 나왔단다. 그래도 결국 학교에서 해결책에 대한 시원한 대답은 못 들었단다.
과연 이 주가 지나고 나면 아이들의 불안과 결석까지 감행할 정도로 학교 가기 싫은 마음이 사라져 있을까?
학교에서는 이 얘기를 가지고 자신들 먼저 안 찾아 오고 교육청 사이트에 문제 제기한 것에 대해 기분 나빠 하는 눈치였단다. 그 자리에 있던 엄마들이 더 답답한 건, 그 담임 선생님에게 더 큰 피해를 입은 학생의 학부모가 단톡방에서 같이 따지고 아이들 위해 방법을 강구하자는데 답도 없단다. 부모로서 아이가 당한 고통과 상처 앞에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울화통이 터진단다. 이 사단을 만든 그 반 담임 선생님은 얼굴도 내비치지 않았고 사과조차 없단다.
결국 한 학부모가 변호사를 선임하기 위해 법적인 상담을 받는다고 했단다.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했단다.
듣는 나도 답답했다. 학교에서는 문제 만드는 거 자체만이 싫은가 보다.
교육을 담당하는 대표 기관인 학교라는 곳에서 자기 식구들 감싸기만 하지, 아이들의 정서나 감정이 상처 받고 불안감에 학교까지 결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나 싶다.
입을 다물고 나서길 꺼려하는 부모들은 이제껏 당한 자기 아이의 정서적, 감정적 폭력에 대한 상처 보다 아직 남아 있는 학교 생활 동안 찍히지 않기만을 바라나 보다.
이해가 아예 안 가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면 이 문제는 전혀 해결이 안 될 거고, 그 선생님 한 분 때문에 계속 정서적으로 감정적으로 상처 받는 아이들만 늘어날 거다.
이건 공포의 학교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하는데 그치지 않고 결국 부모에게 애원을 해 결석까지 할 정도의 불안감과 거부감을 가진 상태이니 공포의 학교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학교 관계자들은 아이들에게 공포의 학교가 돼 버린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자기 식구 감싸고, 이 문제를 키우는 것만 불만인 거다.
또한 교육청은 자신들의 문제도 아니고, 학교 안의 문제는 너희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식이란다. 조사해 볼 생각도 않고 학교에 얘기하라고 하며 돌려 보냈단다.
그렇다면 학교의 주연은 대체 누구인 걸까? 학교의 진짜 주연은 아이들이 아니었던 걸까? 교육이라는 타이틀 아래에서 그 교육을 받고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인 아이들이 주연이어야 하지 않나? 도대체 학교는 누구를 위해 세워진 걸까?
안타깝다. 그 얘기를 전해 들은 엄마들은 내년에 그 선생님이 내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까지 떠안게 됐다. 이 문제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해결될 수 있을까?
나는 또 아빠에게 돈을 빌려 변호사 비 660만원을 입금 했다. 처음부터 내 소송에 대리인을 맡아 주셨던 법무법인 변호사와 통화해 잘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나는 이제 나와 애가 살 궁리만 하기로 했다. 이제 걔네들은 신경도 쓰기 싫었다. 지네 둘이 대응을 하든 지지고 볶고 재혼을 하든, 관심 없다. 관심 없으니, 제발 더 이상 엮이지 않았음 좋겠다. 나는 내 인생 살고, 늬들은 늬들 인생 살았음 좋겠다. 하지만 앞으로도 두 세 번은 더 엮일 거 같아 한숨이 나온다.
변호사가 3개월 후인 12월에 양육비 미지급 문제로 신청서 써서 접수하란다. 얼마 전에 법이 바뀌어서 되게 쎄졌단다. 양육비 안 준다고 법원에 접수하면, 삼 일 동안 유치장에 갇힌단다. 다른 불이익들도 바로 발생한단다.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 이제는 웃음만 나온다.
그냥 웃고 싶어서, 스트레스 풀고 싶어서, 아들이 경험해 보고 싶어하는 태권도 1박 2일 체험을 들여 보내 놓고 엄마들 네 명과 만났다. 지금의 내 상황과 소송 과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엄마들 하고만 모였다.
집 앞에 있는 일본식 주점에 가 고기 구워 먹으며 수다에, 술도 한 잔 했다. 우리 집으로 몰려와 다과에 와인 마시며 이 얘기 저 얘기 나누었다. 내 상황을 다 알고 있는 엄마들 하고만 모인 거라 뭐든 마음 편하게 얘기 나눌 수 있었다. 솔직하게 얘기 나누며 편하게 웃을 수 있었다.
그 엄마들은 나와 아들이 표정이 많이 밝아지고 편해진 거 같단다. 그래서 다행이란다.
이혼하고 아들하고 둘이 되면서 솔직히 홀가분 하고 편하다. 돈 문제만 아니면 힘들 일은 없다. 돈 문제만 아니면 나나, 아들이나 그 인간과 정리한 게 마음 편안하다. 우리 둘인 게 생활에 허전함이나 불편함이 없다. 오히려 좋은 점들이 더 많다. 돈이 문제가 된다는 게 제일 큰 고민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