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내 이혼을 알았다.

제게 연락하지 말아 주세요. 솔직하게 말씀 드렸다.

by OH 작가



"엄마한테 얘기했어. 누나 이혼."


"뭐래? 창피해 하시지?"


"아직은 크게 반응 없어. 그냥 그 놈 보고 미친놈이라고만 했어."


엄마가 내 이혼을 알았다. 작가일 할 때도 성공한 작가도 아니고 제발 그 작가라고 말 좀 하고 다니지 말라고 했던 엄마다. 그래서 창피해 하실 줄 알았다.

나는 아직도 부모의 마음을 다 모르나 보다. 엄마는 남동생에게 그 얘기를 듣자마자 미친놈이라고 했단다. 나는 고마웠다. 엄마가 그 놈한테 미친놈이라고 해 줘서 고마웠다.


그러면서 남동생은 조심히 한 마디 알려 줬다.


"누나 얘기 이제 하지 말라고는 하는데..."


됐다. 그걸로 됐다. 그래도 엄마가 그 놈 보고 미친놈이라고 말해 준 걸로 됐다.

내가 아빠 닮았다고 어렸을 때부터 아들, 아들 하며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엄마다. 됐다. 그냥 그걸로 됐다.









"당신 자식이 이혼한 집 애랑 결혼한다고 하면 허락 하시겠습니까? 전 절대 안합니다. 좋겠네요. 이제 이혼도 하고 남자고 많이 꼬이실 테니."


어떤 엄마가 맘 카페에 이혼에 대한 글을 올렸다. 참으로 조심스럽게 이혼에 대해 묻는 글이었다. 그런데 어떤 남자분이 그 아래, 정말이지 히스테릭하고 비난적으로 대글을 달았다. 나는 그 대글을 보면서 누구 때문에 그 힘든 이혼을 결심하는데, 본인은 얼마나 잘나고 깨끗하길래 저렇게 공개적으로 모욕적인 대글을 달 수 있을까 싶어 기가 막혔다.


우리 부모님 세대도 아직은 자식의 이혼 앞에서 자유롭지 않은 거 같다. 주변에서도 마찬가지다. 솔직한 내 성격을 알기에 그런 얘기는 굳이 사람들에게 솔직히 말할 필요는 없다며 입 단속을 시켰다.


"뭐하러 얘길해. 애 위해서라도 굳이 얘기하지마."


"언니, 이제와 얘기지만 실은 나도 언니보다 몇 달 전에 정리했어. 그런데 동네에도 얘기 안해. 괜히 뒤에서 나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넘겨 짚어 떠들어 대는 것도 싫고, 그냥 싫어."


"나도 얘기 안해. 요즘 10명 중에 반은 이혼하는 시대라지만, 그래도 왠지 말하기 꺼려지더라고."


"그래, 네가 뭔 잘못이 있어. 그래도 애가 학교도 다녀야 하고, 애가 친구들한테 괜한 놀림 안 당하는 게 너도 좋잖아. 그러니까 굳이 얘기하지는 마."


"야, 우리 엄마도 언니 이혼한 거 친구분들 만나거나 모임 나가면 절대 얘기 안 하더라. 아직 대한민국 사회가 자기들 말 하는 건 싫으면서 남에 대해서는 잘도 떠들잖아. 인터넷 대글도 봐라. 지들이 악플 달아 사람 죽어나가도 눈 하나 깜빡 안 하는 사횐데."


"네가 잘되고 봐야해. 네가 성공하면 이혼해도 능력 있으니까, 되려 부러워한다. 근데 네가 능력 없는 상태에서 그런거 말해봐. 되려 뒷말만 우습게 보지."


대부분이 반응이 그랬다. 더는 인내하고 참기 힘들어서 힘들게 결정하고 힘들게 겪어서 빠져 나온 결혼 생활이다. 그런데 더한 세상의 편견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나는 참 이해할 수 없었다. 능력이 있고 없고에 따라서 달라지는 시선에 대해서도 참 씁쓸함을 느꼈다.








전송 버튼을 누를까 말까 정말 망설이다가 눌러 버렸다. 마음이 힘들어서, 계속 톡 방을 나가기를 했는데도 계속 간간이 오는 톡에 솔직하게 말씀 드리는 게 낫겠다 싶었다.

나는 원래 솔직하거나 말을 안 하거나 둘 중에 하나다. 물론 어른들께는 솔직하게 다 말을 못 올리니 그냥 입을 다물고 있을 때가 더 많다.

하지만 이번엔 그냥 솔직하게 말씀 드리는 게 낫다 싶었다.


'너무 감사 했고, 소중한 추억으로만 남기겠습니다. 제가 못나서인지 저는 그 일로 돈도, 일 거리도, 사람도, 하나도 얻은 게 없습니다. 정말 힘들게 이혼 했습니다. 오직 아이 하나 지키기 위해 애쓰면서 느낀 게 많은 현실입니다. 관련된 분들과 연락하고 톡 오는 게 마음이 힘듭니다. 챙기실 지인들 많으실 텐데 저한테는 이제 톡 안 보내셔도 됩니다.'


결론은 결국, 내 지인도 아니신데 톡 보내시지 마시라는 뜻이다. 비즈니스 문제로 서로가 아무 도움도 못 되는 현실인데 그와 연관된 분이라 톡 받기가 힘들다.

너무 정 떨어지면 그와 관련된 것도, 그와 관련된 사람도 보기 싫어지고 연락하기 싫어진다는 걸 알았다. 살면서 처음이다. 이런 경우로 어르신께 조심스럽지만 그냥 딱 까 놓고 솔직하게 문자를 보내본 건 처음이다.


나는 건강 보험 공단에 들렸다 행정 복지 센터에 들렸다가 터덜터덜 집으로 왔다. 건강보험료가 기초 수급 정도의 최소 금액이고, 소득 증명서 서류 발급이 불가해 대출이 안된단다. 내 명의의 집이 있어도 그 어떤 대출도 할 수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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