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아온 오리 Oct 25. 2024

나란히 수액 맞기, 맛있는 삶을 살려고 버틴다.

마이크플라스마 폐렴에 걸린 아들, 몸이 아픈건 아닌데 힘든 나!


"나중에 테이프 떼는  더 싫어."


나는 아들의 귀여운 말에 웃었다. 아들과 나란히 누워서 수액을 맞아 보기는 처음이다.


나는 올해 수액만 세 번을 맞았다.  

소송 시작하면서 그 놈의 뻔뻔하고 기막힌 태도에 위염 끼를 처음 겪고 스트레스로 몸이 힘들어지면서 첫 수액을 맞았다. 소소을 진행하며 그 놈 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은 뻔뻔한 상간녀의 변론과 기막힘에 두 번째 수액을 맞았다. 저란 여자가 애 엄마라는 게, 저런 여자가 장로 교회에 나가 기도를 하고 찬송을 부르고 말씀을 듣는다는 사실에 하늘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오늘, 아들과 나는 나란히 수액을 맞았다. 아들은 월요일에 마이크플라스마 폐렴 판정을 받았다. 열은 밤이랑 새벽에 딱 두 번만 났었고 해열제 먹고 금새 내렸다. 아들의 친구는 열이 자꾸 나서 걱정이란다. 아들은 기침이 심했다. 자면서도 기침 때문에 힘들어 했다. 입맛도 없어 했다.

나도 긴장이 살짝 풀렸는지 몸이 좋지 않았다. 몸이 힘들었다.


3월부터 시작된 소송에, 뻔뻔하다 못해 도저히 저런 것들이 애엄마이고 애 아빠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의 기막힌 변론들로 인해 극도의 스트레스가 이어졌었고, 집에 매일 들어 오고 아이가 있는대도 생활비를 끊어 버린 그 놈 때문에 아이와 겪어야 했던 힘듦이 7개월이 넘게 계속 됐고, 그 와중에 아들은 발목이 골절돼 두 달 동안 나는 정신없이 밀착 케어를 해야 했고, 구직 문제와 경제력 문제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상담도 받고 애를 써야 했고, 갑작스레 새로 유행한다는 마이크플라스마 폐렴에 걸려 온 아들은 이틀 내내 거의 밤을 새워 병간호를 했다. 정말 싸가지 없고 뻔뻔한 상간녀와 그 놈과 합심해 항소까지 했다.


그러다 보니 또 다시 몸이 힘든가 보다. 결국 아들과 나란히 팔짱 끼고 병원으로 가서 나란히 수액을 맞았다. 나에게는 세 번 째인 수액이었다.









아들과 나는 수액을 맞고 나와 근처 고기집에서 목살 고기 구이부터 사 먹었다. 나는 목살 고기 구이에 알탕을 곁들여 먹었다.

다 먹고 나와 아들은 잠시 산책하듯 걸으며, 티키타카 장난을 치고 얘기를 나누며 집으로 돌아 왔다. 아들과 얘기를 나누면 자주 웃게 된다. 아들은 애교를 부리며 나에게 장난을 쳤다가 토라진 척도 하고, 수수께끼도 내며 자신이 알게 된 처음 듣는 단어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아들은 나에게,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운 내 전부가 아닐 수 없다.





집에 와 기운을 내서 감자로 간단하게 요리를 했다.

감자를 채 썰어 부침 가루 두 숟가락과 치즈를 섞어 감자채 전을 부쳤다. 감자 두 개는 반으로 잘라 쪘다. 찐 감자 위에 이제는 나를 위해 꿀 속에 덩그라니 떠 있는 벌집을 얹었다. 살짝 꿀도 뿌렸다.

파스타 면을 삶아 양파와 오징어를 넣고 미트 소스에 볶았다. 접시에 담아 파슬리 가루를 뿌리고, 치즈 가루도 솔솔 뿌렸다.


아들을 위해서도 감자채전 한 개를 정갈하게 담아놔 주고, 닭 죽을 끓여 줬다. 그리고 저녁에 먹을 약이랑 야채 주스와 바나나, 우유, 영양제와 파프리카를 챙겨놔 줬다.


잘 챙겨 먹고 잘 쉬고, 빨리 회복하자 싶었다.


올해는 나가는 삼재에 속하는 띠에 해당 되는 나이기도 했다. 내가 살면서 올해처럼 모든 스트레스와 실망, 인간으로 이한 힘든 일이 이렇게 거세한 폭풍처럼 한꺼번에 몰아친 적도 없었던 거 같다.


내일은 오랜만에 요리에 힘을 줘 볼까 싶다. 아귀찜에 깻잎전을 해 볼까, 오징어 무침과 배추전을 해 볼까 고민 중이다. 아들을 위해서는 어떻게 입맛을 돌게 해 줄까도 고민이다.


나는 글쓰기와 요리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다. 요리를 해서 사람들과 함께 웃으며 나눠 먹는 게 즐겁다. 함께 앉아서 펼쳐 놓고 먹다 보면, 내가 사람 냄새 나도록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화려한 요리나 음식이 아니더라도 편안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앉아 웃으며 먹을 수 있다는 건 일상의 복인 거 같다. 혼자 먹는 것보다 살아 있음을 편안하게 웃으며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재료를 살 형편이 될 때는, 편안하고 좋은 사람들과 웃으며 즐기기 위한 요리를 간간이 계속 하게 될 거 같다. 그러기 위해선 기운 차려야 한다.


아들을 괴롭히는 마이크플라스마 폐렴 따위를 당당히 이겨내고, 몸이 힘든 나의 상태도 거뜬히 이겨내리라 믿는다. 그러고 나면, 태풍처럼 힘들었던 만큼 좋은 일도 생기리라 믿는다.

나가는 삼재를 혹독하게 겪었으니 이제는 들어오는 삼복을 겪어야 정당하지 않을까 싶다. 나의 간절한 바램과 생각은 그렇다.


목사님이 "죄인에 대해 벌을 달란 기도는 필요해요. 하셔도 되요."라고 말씀해 주신 대로 성경책에서 중범죄라고 하는, 짓지 말아야 할 죄를 지은 그 놈과 그 여자에 대한 기도도 할 생각이다. 절대 용서하지 마시라고, 꼭 제대로 벌을 주셔야 한다고 말이다.


나와 아들은 지금보다 덜 힘들게, 지금보다 더 잘 돼서 지인들과 맛있는 일상을 이어 갔으면 싶다. 함께 먹기 위해 하는 요리의 즐거움은 바로 그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에서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전 22화 나와 아이는 쇼윈도, 그는 제비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