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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Oct 22. 2024

나와 아이는 쇼윈도, 그는 제비였다.

그 놈은 사람이 아니었다. 상간녀도 결국 쇼윈도일까? 같은 사기꾼일까?



이상했다. 아들의 기침이 점점 더 심해졌다.

토요일에 이비인후과에 다녀와 약을 먹고 있는대도 증상이 바뀐 건지, 기침이 심해 힘들어했다. 일요일 밤에 한 번 38도까지 올랐다. 해열제를 먹였다. 새벽 3시쯤 또 한 번 열이 28도까지 올랐다. 해열제를 먹였다. 다행히 1시간만에 열이 내렸다.


다음 날 아들은 기침을 하다가 힘들다며 토를 했다. 잠을 자면서도 누우면 기침이 더 심하다며 두툼한 배게 2개를 침대 한 쪽 벽에 세워서 밀착해 놓더니 앉듯이 기대서 잠들었다.

나는 이틀 동안 깊이 잠들지 못했다. 아니, 거의 잠들지 못했다. 안되겠다 싶어서 아침부터 다시 병원에 데리고 갔다. 나는 요즘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폐렴이 걱정됐다. 의사 선생님과 얘기를 나눈 뒤 X-ray를 찍었다. 예상은 맞아 들었다. 다행히 초기였다.









법원에 신청한 상간녀의 신용에 대한 정보가 나에게 전해졌다. 부동산 재산이 꽤 있단다. 그리고 나와 이혼하신 그 놈은 그 상간녀의 재산의 돈 냄새를 맡았단 거 같단다. 상간녀에게 한 몫 해 먹으려고 비위 맞추며 붙어 있는 거 같단다.

까면 깔수록 알게 되는 그 놈에 대한 사실들에 나는 멘탈이 나가려 하고 있다.


나는 쓰레기에 제비였던 남자와 살았던 거였다. 그래서 가정적이지 않았나 보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그렇게도 살갑지 않았나 보다. 그래서 신혼 때부터 밖으로만 돌았나 보다.


"너는 바보 같이 장모님이 네 명의로 해 둔 투자용 빌라를 명의 이전해 가라고 했냐? 놔뒀다가 네 명의니까 네가 팔아서 쓰든 네 마음대로 하면 되는 걸."


"그거 엄마 꺼야. 아무리 가족이라도 그렇지, 엄마가 투자하고 엄마가 분양 받아 돈 번 건데 그걸 왜 내 마음대로 해? 나중에 물려 주시면 고마운 거고 아니면 마는 거지."


나는 그때 화를 내며 그 놈한테 실망하고 점점 정 떨어져 감을 느꼈었다. 나는 그 놈의 그런 마음을 제대로 알게 된 뒤 더욱더 엄마에게 화를 냈다. 재산세 핑계로 당장 엄마 명의로 이전하라고 윽박 질렀었다.


그 상간녀는 알까?

이제는 둘이서 당당하게 같이 일하고, 같이 돈 잘 벌고 있다며 인스타에 함께 사진 찍어 올리고 있다. 자신의 부동산 재산을 목적으로 접근하고 옆에 붙어서 성실함과 다정함으로 가장해 옆에 붙어 있음을 알까? 내가 보기엔 그 상간녀도 만만찮게 뻔뻔하고 싸가지가 없음을 이미 확인했다. 나만 확인한 게 아니다. 그렇다면 둘 다 사기꾼인 걸까? 드디어 끼리끼리 만난 걸까?


그 놈의 친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도 상간녀는 이미 아는 걸까?


나에게는 철저히 숨기고 결혼 했었다. 운동을 하셨고, 마시고 들어 오면 와이프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조강지처를 옆에 앉혀 놓고 조강지처가 보는 앞에서 다른 여자를 옆에 앉혀 놓고 따르게 하며 즐겼단다. 조강지처가 버젓이 집에 살아 있는대도 다른 여자를 데리고 들어 왔단다.

그런 막장도 아주 막장 같은 가정사를 알았다면 우리 부모님은 절대 결혼 시키지 않으셨을 거다. 그런 가정사를 미리 알았다면 나는 놈이랑 절대 결혼하지 않았을 거다.


결국 그 놈에게 나와 아들은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쇼윈도에 불과 했던 거다. 나도 가정을 가진 남자라는 것만 과시하기 위해 나와 아들을 쇼윈도로 이용한 것에 불과했다. 그러니 양육비도 보낼 리가 없는 거다.

그 놈은 사람을, 가정을 절대 사랑할 줄 모르는 인간인 거다. 그 놈은 여자에게 기생충처럼 붙어서 돈만 빨아 먹으려 하는 게 목적일 뿐인 거다. 알고 보니 그는 제비였다.


기막히고 웃음만 나왔다. 내가 그런 놈한테 이용 당하고 속았다는 게 너무 바보 같고 등신 같아서 기가 찬 웃음만 나왔다.

아들에게 미안했다. 엄마가 사람 보는 눈이 없었어서 그런 아빠를 갖게 한 게 너무 미안해서 변호사와 통화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 편으로는 항상 붙어 다니는 나와 외할아버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에 그나마 안도해야 했다. 아들이 지 아빠라는 그 놈을 만나기 싫어하는 게 정말 다행이란 생각만 해야 한다.

아들이 말은 안 하는데 얼마 전부터 지 아빠라는 그 놈의 전화도 안 받는 눈치였다. 아들이 자신의 핸드폰 건드리는 걸 싫어해 나는 아들의 핸드폰 비밀번호도 풀어본 적이 없다. 눈치가 그럴 뿐이다.


이제라도 이혼하길 잘했단 생각만 든다.

나는 이제 사람을, 남자를 못 믿을 거 같다. 성실해 보인다고 해서 다 괜찮은 사람은 아니란 걸 너무나도 절실하게 깨달았다. 이제는 사람을, 남자를 믿기 힘들거 같다.










항소 때문에 변호사비를 감당하느라 카드값을 내지 못했다. 핸드폰 비도 내지 못했다. 겨우 월세랑 관리비만 낼 수 있었다. 양육비도 입금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이 깜깜하다.


상간녀의 통장 몇 개를 가압류 하는 비용이 25만원이다. 앞으로 소송하면서 인지대와 송달료도 입금해야 한다. 그런데 돈이 없다.

아들의 병원비도 감당해야 한다. 다음달 월세와 관리비는 어쩔지 걱정이다.

취업 지원 제도의 지원으로 하는 자격증 공부는 11월부터다. 지금은 아무리 이력서를 써도 연락이 오는 곳이 없다. 지금 20만원에서 30만원의 수입만 생겨도 그보다 큰 몇 십 만원의 생활 지원비도 끊긴다.

취업 지원 제도로 수업 받기로 한 자격증을 따야만 구직 활동을 할 수 있다. 그 자격증을 따야만 구직이 될 수 있다.


내 명의의 빌라를 급하게 전세 끼고 팔까 했지만, 요즘 우리 시는 매매가 안 돼서 부동산들이 죽는 소리를 한다. 한 부모 가정 지원을 신청하고 심사가 완료돼, 소득이 없는 저소득층이 된 바람에 대출도 다 막혔다.


나는 지금 내가 돈 안 들이고 할 수 있는 글 쓰기에먄 집중하고 있다. 버텨야 한다고, 이 힘든 순간들을 꼭 버텨내야 한다고 나 스스로에게 세뇌 시키며 글쓰기에라도 집중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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