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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Sep 08. 2024

나와 아들은 지금이 좋다.

상간녀 위자료 청구 소송 1차 변론도 막을 내렸다. 판결만 남았다.



아들과 나는 둘이 된 지금이 마음 편하고 좋다. 이제 내가 경제적 독립과 능력 키우는 문제만 해결해 나가면 된다. 그런데 오늘 우체국에서 법원 우편물을 전달해 주고 갔다. 뭐지 싶어 뜯어 보니 그 인간이 강제 면접 교섭권 심판 청구를 했다. 나는 바로 법원 민사과로 달려 갔다.

아이가 전화로 만나기 싫다고 말했다며 나한테 말해 줬었다. 아이 의견을 무시하고 어떻게 이렇게 또 아이 정서를 괴롭힐 수가 있나 싶어서다. 합의 조정문에 분명히 본인(아들)의 의견을 고려해 면접을 한다고 돼 있고 서로 사인을 했다.

변호사도 아이가 만나기 싫어하면 법이라 해도 강제로 만나라고 할 수는 없다는 설명까지 해줬다. 그 인간이 이사 나가고 나서 이제 숨 쉴 수 있어서 좋다고 좋아한 아들이다.

나는 이걸 어떻게 아들한테 얘기를 해야 할지, 또 스트레스 받을 아들 생각에 너무 기가 막혀서 법원부터 달려 갔다. 가면서 변호사님한테 상담비가 얼마인지, 상담 받을 수 있는지 문의를 해 놨다.

민사과에서는 청구가 들어와 일단 받은 거 뿐이지 결정난 거 아니니 판사님이 볼 수 있도록 답변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나는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학원 끝나고 나온 아들과 차를 마시러 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강제 면접 청구건에 대해 설명을 해 줬다.


"만나기 싫다고 얘기 했는데 왜? 내 의견은 변하지 않아. 만나기 싫고, 얘기 나누기 싫어. 그러니까 엄마가 알아서 처리 좀 해줘. 녹음 하면 돼? 녹음해야 되면 녹음하자."


아들은 밤에 자면서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결국 아들은 판사님께 자신의 말을 좀 들어 달라고 편지를 쓰기로 했다.









상간녀 1차 변론이 다 끝났다. 변호사님이 전화 주셔서 잘 끝났고, 상대 쪽은 위자료 감면 받으려 애를 쓰지만 자신의 주장에 대한 증거가 하나도 없다고 했다. 변호사님은 상간녀가 또 다른 상간녀가 있다고 증거 제출하여 2차 가해까지 했고,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해 미안함 하나 없이 너무 뻔뻔함을 강조 하셨다고 한다. 더구나 계속 같은 회사에서 같은 팀으로 붙어 다녔고, 이혼남인 줄만 알았다는 건 앞 뒤가 맞지 않았다고 했단다. 더구나 우리는 통화 녹음 증거가 너무도 명백하기 때문에 증거만 가지고 판결을 내려 달라고 하셨단다.

판사님이 증거만 가지고 판결을 내리시겠다고 했단다.


이젠 판결만 남았고, 판사님께서 위자료 책정을 얼마로 하실지가 관건이란다. 9월 말에 판결을 내리시겠다고 했단다. 판결문 받으면 나는 압류도 할 수 있고, 채무 불이행자 등록도 신청할 수 있다.


남동생은 너무 화가 나는지 다 사기죄로 신고해 버리란다. 또 다른 상간녀도 소송 걸어 버리란다. 나는 그냥 웃었다. 이제 웃음만 나왔다. 아들과 내가 앞으로 잘 살기 위한 고민만으로도 바쁘다.


나와 아들은 지금이 좋다. 마음도 많이 편해졌다. 어떻게든 둘이서 잘 살 궁리만 하고 있다. 한부모 가정 지원도 신청하고, 고용 노동부 취업 지원에 대해서도 상담 받고 심사를 받고 있다. 독서 지도사 자격증 공부도 일단 해 보고는 있다.


그 인간이 우리를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의견으로 건들지만 않으면 아들과 나는 지금 잘 지낼 수 있다. 잘 지내고 있다.


지인들이 강제 면접권 청구 소송 얘기를 듣고 "진짜 아들 정서나 감정 따위는 관심도 없구나. 애가 힘들어 하는데도 그런다고? 진짜 미쳤다.", 다들 화를 냈다. 지도 아빠라고 애를 보려고 하는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그러면 있을 때 잘했어야지 이게 뭐냐는 의견들이다. 오죽하면 아이가 지 아빠를 그렇게 만나기 싫어하겠냐고, 자신이 아이한테 어떤 상처들을 준 건지 어떻게 끝까지 강압적이고 폭력적으로 공감대가 무지한지 알수가 없다.









"가끔 카톡이 왔었어. 마지막에 온 카톡이 8월 31일이야. 얘기 나누기 싫어서 대답 안했어. 그런데 왜 대답 안하냐고 뭐라 하더라고. 그래서 그냥 'O'이라고만 남겼어."


이제서야 들은 얘기다. 내가 그인간이 싫다고 해서 아들에게 강요할 수 없어 평소처럼 아들 의견을 존중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통화를 할 때도 그냥 태연한 척 밥을 먹고 참견하지 않았다.


"너는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연락하고 싶으면 연락해도 돼. 엄마는 네 의견을 존중할 거야."


나는 그렇게 말해 왔고, 그렇게 말해 주고 있다.

이혼을 했고, 공식적으로 서류 정리가 다 됐다 해도 생물학적인 엄마와 아빠란 사실 때문에 끝나도 끝나지 않은 거 같은 찌꺼기가 남아 있다. 내가 친권자라 당당히 보험사에 전화해 그 인간이 아들 이름으로 가입한 보험도 해지 신청까지 했다. 그러한 법적 권한은 내가 다 가졌지만, 생물학적인 문제 때문에 아들은 자신의 말을 무시 당하고 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점점 더 아들은 아빠에 대한 감정만 안 좋아지고 있는 거 같다.


참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아이가 만나기 싫어하고 얘기 나누기도 싫어하는데 강압적인 면접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아들의 소원대로 판사님 만큼은 아들의 말을 존중하고 들어 주시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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