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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온 오리 Sep 17. 2024

조용하고 편안한 추석 연휴

아들과 둘이서만 보내는 첫 추석 연휴



바빴다.


언제나처럼 일상을 살아 내고 있다. 아들 등교와 하교, 학원 라이딩과 케어를 하며 크게 달라짐 없이 돌봤다. 아들과 꽁냥꽁냥 투닥 거리기도 하고, 서로 안아 주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편안하게 일상을 살아 내고 있다.


이사 준비를 했다. 버리고 정리할 게 꽤 많았다.

한 자리가 비어 짐이 많이 줄었다 싶으면서도 이사갈 공간에 맞춰 버리고 정리할 짐들이 심심찮았다. 나는 미련 없이 버릴 건 버리고 챙길 것들을 살폈다.


고용 복지 센터에서 담당자가 정해졌다. 첫 상담을 했다. 육 개월 동안 오십 만 원 정도의 생활비가 지원 된단다. 삼 백 만원 선에서 취직할 자격증 학원에 등록을 하고 강의를 들으란다.

담당자와 세 번의 만남으로 삼 백 만원 선에서 들을 수 있는 자격증 강의 중에 선택을 하고 함께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원으로 들을 수 있는 자격증 수업은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 도배, 타일시공, 바리스타, 베이커리, 블로그, 직업상담사, 컴퓨터(회계, 사무, 숏츠 유투버 제작), 미용, 네일, 등 등이다.

담당자와의 상담은 아들 케어에 지장 없는 시간으로 배려 된다.









"간호 조무사는 네 성향이랑 안 맞아. 차라리 사서, 직업 상담사 그런 게 잘 맞지."


고용 복지 센터의 담당자가 간호 조무사를 적극 추천했다. 고등 동창 친구들 중에 간호 조무사 자격증을 보유한 친구가 몇 있다. 경단녀 딱지를 떼고 집 부근 대학 병원에서 일을 다시 시작한 친구도 있다. 아직 개인 병원에서 간호 조무사 커리어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친구도 있다. 그래서 나는 고용 복지 센터 당담자가 적극 추천한 간호 조무사와 나에 대해 친구에게 물었다.

친구는 단박에 아니란다. 이제 일 잡으면 계속 하려는 일로 취직하려는 거니, 내 성향에 맞는 일을 되도록 선택하는 게 좋을 거 같단다.


그렇게 제일 중요한 한 가지 고민을 껴안고 추석 연휴를 맞이 했다.


추석 연휴가 시작 되는 일요일은 집에서 손수 토란국, 토마토 마리네이트, 감자 토스트, 참간초 파스타, 오란다를 만들어서 싸 갖고 교회로 갔다. 교회 예배가 끝나고 교회 식당에 모여 앉았다. 아들의 동갑내기 친구네 가족 두 팀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함께 먹었다.

편안한 지인들과 웃으며 함께 먹는 연휴 시작 날의 음식들이 배부르고 맛있었다. 아들도 친구들과 둘러 앉아 재밌게 게임도 하며 즐겼다. 오란다가 꽤 인기가 있어서 더 만들어 갈 생각이다. 마지막에 오셔서 맛만 보신 목사님 실에도 갖다 드리기로 했다.

재료비가 거의 만원 밖에 안 드는 만원의 뿌듯함과 즐거움이다.


추석 전 날과 당일은 아들과 마주 앉아 송편도 만들고 내가 좋아하는 토란국도 한 냄비 끓였다. 소고기 다짐육과 돼지고기 다짐육을 오물조물 섞어서 동그랑땡도 부쳤다.

기름 냄새가 은근히 집 안을 맴돌았다. 이사 때문에 이 집에서 마지막으로 보내는 추석 연휴였다. 아들과 둘이만 보내는 첫 추석 연휴기도 했다. 고요하지만 은근히 손이 바쁜 추석 연휴기도 했다.

새벽에 일어나 혼자서 바쁘게 제사 음식을 준비하지 않아도 돼서 여유로웠다.


이혼한 그 인간이 요즘 아들에게 전화 해 베트남에 같이 가자고 해 아들과 나는 골치 아프기도 하지만 신경 안 쓰기로 했다. 아들은 가기 싫단다. 조정으로 모든 걸 합의해 놓고 이제서 면접 교섭권을 강제로 진행하게 해 달라는 심판 청구를 한 그 인간 때문에 아들은 연필을 손에 쥐고 자필로 판사에게 편지까지 써 냈다. 만나기 싫다고 직접 얘기를 했고, 아직까지도 싫다고 편지를 써 내는 씁쓸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모습을 지켜 봐야 했다.

두 가지 속담이 떠오른다.


'있을 때 잘 하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아들과 나는 이제 둘 만의 일상에 편안함을 살아 내고 있다. 셋일 때도 아들과 나는 항상 둘이었기에 둘인 게 낯설지는 않다. 앞으로 둘이서 잘 살아낼 각오로 바쁘다.

낯설지 않지만 둘만의  또 다른 새로움으로 시작되는 각오를 방해하는 건드림은 원하지 않는다.


동그란 보름달의 밝음과 비추임만 소망한다.이 추석 연휴에 이제는 진짜 나와 아들 만을 위한 음식들을 입으로 베어 물면서 그렇게 잘 살아가고플 뿐이다.









이젠 사람을 만나도 즐겁고 편안한 사람들하고만 만나고 싶다. 상대를 낮추고, 상대를 내려 누르면서 자신 안에 쥐려는 사람은 이제 만나기 싫다. 가까이 하기 싫다.


단 한 번의 소설 계약과 집필로 다시는 힘 있는 분들의 소설은 집필하고 싶지 않아졌다. 내 소설을 쓰고 싶어졌다.

계약서를 쓰고도 제대로 된 것들을 받지 못하고 자존심의 눌림만 받은 경험이 돼 버린 것에 대해 잊기로 했다. 살기 위해 구차하게 매달리지 않기로 했다. 성공에 대한 기대도 내려 놓기로 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소중한 취미로 남기련다.

내 노력의 대가와 결과를 눌러 내리는 사람들에 대한 허망한 희망 따위는 던져 버리기로 했다.


도전은 계속 해도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때로는 차라리 내려 놓음이 더 마음 편한 시작이라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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