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ADA MOMENT_14. 꿈 좀 없으면 어때

길 잃은 당신에게 건네는 글

by 오하다 OHADA

어렸을 적 수백번도 더 들었던 질문

“너의 꿈은 뭐니?”

꿈의 정의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던 아이는 별 생각없이 대답하곤 했다.

“의사요! 과학자요! 대통령이요!”

간혹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나오면 그 대답은 틀렸다며 득달같이 꿈을 만들라던 어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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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른들의 어렸을 적 꿈은 뭐였을까?

그들은 꿈을 이루었을까? 이루었다면 지금은 행복한걸까?

못 이루었다면 그들의 인생은 실패한걸까?

아니 그런데 꿈은 도대체 뭘까? 직업이 꿈이라는 단어와 동일시되는게 맞는걸까?

애초에 그들에게 꿈이 있긴 했던걸까?

꿈은 당연히 있어야 하는가?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수세기에 걸쳐 내려왔고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려고 한다.

나도 그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38살이 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삶의 목적이 존재하는 걸까?

만약 100억부자가 되는게 삶의 목적이라면 100억을 달성하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인걸까?

100억을 달성한 뒤에는 삶이 끝나는 걸까?

100억을 달성하기까지 걸리는 모든 과정은 오로지 목표를 위해 버려지는 시간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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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나는 지난 38년간 한결같이 목적주의적인 삶을 살아왔다.

소위 말하는 SKY 대학을 목표로 공부했고 그곳에 합격을 했다. 딱 1개월 정도 행복했던 것 같다. SKY에 가면 성공하는 것이고 내 인생은 그것으로 종료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해병대에 자원해서 들어갔다. 해병대 복무를 마치면 고난과 역경을 통과한 성공적인 삶으로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누구나 선호하는 대기업에 합격했다. 대기업에 합격하면 그야말로 성공한 인생으로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역시 아니었다.

사업 두세개를 병행하고 회사도 다니면서 1년에 몇억 정도 되는 현금이 개인통장으로 들어왔다. 억대 연봉자가 되면 인생이 성공하는 줄 알았다. 혹시나 했지만 그것 역시 아니었다.

그러던 중 잘되던 사업이 코로나로 인해 힘없이 무너졌다. 회사도 퇴사한 터라, 예기치 않게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지독한 목적주의적 삶을 살았던 나에게 쉰다는 건 사치이자 곧 실패를 의미했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삶에 지쳤던 것 같다. 그래서 잠시 쉬었다. 38년만에 나를 돌아볼 시간이 생겼다.


어떤 목적도 없이 몇 개월 정도를 보냈다.

그동안 내 자신을 바라보았다. 넘치던 생기는 사라지고 독기만이 가득한 눈. 몸은 현재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머리는 항상 미래를 살고 있는 나. 성공에 집착하고 목표만을 위해 달리는 나.

마음은 어느새 텅 비어있었고 여전히 알 수 없는 진정한 삶의 목표만을 갈구하며 그렇게 살고 있더랬다.

쉬어가는 기간동안 집에서 이것저것 요리를 해먹었다.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나에게 요리란 그저 몸의 유지를 위한 행위였는데, 집에서 조용히 요리를 해먹으며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깊은 맛에 행복으로 충만해졌다.


홀로 계획없이 여행을 가서 호수에 반사되는 노을을 바라보며 한참을 있었다. 내일 할 업무들을 머릿속에서 계산하며 여행 스케줄을 타이트하게 짜고 인스타에 올리고 좋아요를 기다리던 때와는 다른 무언가를 느꼈다.

청소를 하고 집 주변을 산책할 때도 온전히 그 시간을 즐겼다. 어떤 목적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그냥 그 행위 자체가 전부였던 시간.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고 발걸음이 느려지고 생각이 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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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즈음 서서히 깨달았다.

아 그렇구나. 삶은 어떤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구나. 그냥 살아가니까 삶인 것이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충만한 인생이구나.

지금은 쉬어가는 기간을 마치고 다시 복귀를 한 상태이다.

하지만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주변 사람들 모두 내 얼굴이 편안해졌다고 말한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할 땐 스마트폰보다는 창가 너머 흘러가는 강을 바라보고

점심을 먹을 땐 허겁지겁 먹으면서 오후에 할 일을 정리하기보다는 그 순간에 집중하여 음식이 주는 행복을 만끽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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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까지 내 꿈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40살 되기전에 30억짜리 대출없는 상가건물에 내집과 내 차가 있는 게 목표예요” 라고 답을 했지만 지금은 같은 질문에 이렇게 답을 한다.

“그냥 살아요. 지금을 100% 느끼면서요”

꿈 좀 없으면 어떤가. 행복은 먼 10년 뒤가 아니라 사실 지금 여기에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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