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ADA MOMENT_15. 생각나는 사람

바람이 불면

by 오하다 OHADA

겨울의 끝 무렵, 열린 창문으로 한층 누그러진 바람이 분다. 커튼이 나풀거리고 머리카락이 가볍게 흩날린다. 문득 그 사람을 떠올린다. 봄을 품은 바람이 부는 날이면 옷장에 잠들어있던 갈색 가디건을 꺼내던 모습. 봄이 왔다는 당연한 사실에 유난히 설레어 하던 미소. 계절의 틈에서 나는 그 사람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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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문득 스치는 익숙한 향기에 미소를 지었다. 아직도 그 향수의 이름은 모르지만 향수의 제품명 보다는 그 사람의 이름으로 기억한다. 그 향 속에서 함께 했던 시간. 때론 둘만의 좁은 공간을 가득 채웠던 향의 기록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깊고 오래 가슴 속에 남는 것이다.

길을 걷다 작은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어떤 노래를 들으면 생각나는 사람도 있다. 노래의 멜로디와 그 사람의 말투가 겹쳐지고, 그 시절 우리가 함께했던 순간이 조용히 되살아난다. 어떤 이는 이렇게 노래 속에 남아 일상의 순간에서 꽃처럼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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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보낸 누군가와 함께했던 시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파편화되고 또 자갈처럼 둥글어진다. 구르고 또 굴러서 조각으로 부숴지다가 어느새 각각은 동그랗게 빛나는 조약돌이 되어 기억보단 추억으로 남는다. 부정적인 기억은 거품처럼 씻겨나가고 아름다움만 남는 이 정제의 과정은 참으로 신비롭다. 그리고 이 파편화된 조약돌은 이내 언제든 꺼내보아도 잔잔한 미소를 피워내는 단단한 보석들로 남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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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 때, 음악이 흐를 때, 익숙한 향이 스칠 때. 우리는 어쩌면 그때보다 더 따뜻한 감정으로 그 사람을 떠올린다. 그렇게 지나간 사람과 함께한 시간은 결국 내 삶의 일부가 되어 오늘을 채워주는 조각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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