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내 안에 내리던 날
살짝 열린 창 틈으로 햇살보다 빗소리가 먼저 도착했다.
커튼을 젖히기 전부터 방 안에 고르게 퍼지는 불규칙한 안정감.
“타탁.. 타다닥…탁..타닥탁”
내 안의 감각을 깨우는 마중물 소리에 시간이 좀 더 투명하게 느껴진다.
비가 녹아 든 들숨날숨에 마른 콧속이 촉촉해짐을 느끼며 커튼을 느리게 젖혀본다.
빗소리에 삼켜진 날의 풍경. 바닥에 동그란 머리를 세차게 부딪히며 파도처럼 부서지는 장렬한 울음에 더러운 것들이 씻겨나간다.
공간을 가득 메웠지만 모순적이게도 적막하다.
머릿속이 덜 복잡해지고, 해야 할 일들을 잠시 미뤄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 빗소리는 그 자체로 좋은 변명이다.
창유리에 맺힌 물방울이 흘러내리고 궤적을 따라 시선이 천천히 움직인다.
흐려진 도심의 풍경.
우산 위에 부딪히는, 가로수 잎에 닿아 바스라지는, 웅덩이에 닿아 공명하는 작고 끊임없는 조용한 충돌.
이 익숙하고도 음률없는 백색 멜로디에 조용히 젖어 들어본다.
나는 지금 빗소리를 듣고 있다.
시간이 멈추었다.
어디로도, 누구에게도 향하지 않은 채 그저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며 흐려진 도심 속의 선명한 일부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