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ADA MOMENT_30. 아침 샤워

by 오하다 OHADA

논리성이라곤 1도 없던 간밤의 꿈에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샤워실로 가는 걸음은 이불의 무게를 마저 떨치지 못해 약간은 묵직하면서도 나른하다.


창 사이로 비스듬히 들어오는 아침 햇살에 눈꺼풀을 반쯤 내리며 첫 숨을 폐에 가득 채울 때 즈음, 어느새 발끝이 샤워실의 얕은 문지방을 밟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창문을 빽빽이 가리며 늘어진 블라인드 덕에 아직 만연한 아침이 찾아오지 않은 방은 비록 어둡지만 밤새 암흑에 적셔들었던 눈 덕분에 방 구조를 인식하기에는 충분한 시야가 확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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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


인상을 한 껏 찌푸리자 주름진 눈과 이마 사이 미처 형광등이 침입하지 못한 골에 웅크린 밤의 흔적이 뚜렷하다. 그러나 이내 파도에 쓸린 모래사장처럼 평평해지며 황당했던 꿈의 기억과 몽롱한 신체 감각이 달빛처럼 흩어지기 시작함을 느낀다.


“쏴아”


샤워기 끝에서 나온 첫 물을 바닥에 버리고 현악기의 줄처럼 진동하는 물줄기를 손가락으로 두어번 툭툭 건드려본다. 때가 되었다 생각하며 헤드를 정수리위에 번쩍 들어 첫 세례를 하듯 적시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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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두번째 숨을 폐에 가득 넣어 밤중 켜켜이 쌓인 피로와 묵은 생각과 함께 뱉어내며 머리에서 발끝으로 흘러 파편같이 흩어지는 흐름속에서 배수구를 향해 내려보낸다. 두피부터 데워지는 물의 온도와 피부 능선을 따라 불규칙적인 물길을 형성하며 몸을 어루만지는 그 감촉은 익숙하면서도 신선하다. 동시에 정신이 맑아지고 눈에는 생기가 피어나며 가벼워지는 피부와 온몸의 근육이 말랑해지는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샤워의 시작은 끝의 꼬리와 맞닿아 있고 샤워의 끝은 시작의 꼭지와 맞닿아 있다. 오늘과 어제를 구분하고 그 경계선에서 하루를 알리는 감각의 의식. 그것의 특별한 힘을 알기에 나는 보통 아침 샤워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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