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닫혀 있던 의식의 문틈 사이로 쌀쌀하게 스며드는 11월의 아침.
나른한 발걸음을 앞세워 도달한 어스름 진 주방에서
익숙한 듯 꺼낸 전기포트에 눈대중으로 물을 붓는다.
물이 끓길 기다리며 열어보는 작은 서랍,
아침 루틴 중 가장 은밀하고도 설레는 순간이다.
베트남 하롱베이 근처에서 산 노란 드립커피,
여름날 성수동 팝업스토어에서 받았던 향긋한 원두커피,
어머니가 즐겨 드시던 달달한 믹스커피.
불현듯 스쳐가는 추억의 필름을 걷어내며
약간의 산미와 초콜릿 향이 감도는 스틱커피를 집어든다.
엄지와 검지의 접점을 따라 부드럽게 찢어지는 희미한 파열음.
보글보글 끓던 주전자의 백색소음이 잠잠해진 직후,
청아한 물소리가 동그란 찻잔 속에 차오른다.
잔 위로 피어오르는 짙은 커피의 향.
그 뒤를 따라 입술 사이로 스며드는 뜨거운 온도와 묵직한 밀도감.
목을 타고 흐르는 감각 속에서 의식의 문이 활짝 열림을 느껴본다.
한껏 느려진 순간 속에서
어느새 어스름의 농도는 옅어지고, 떠오르는 해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이것은 커피 한 잔에 녹아 있는 시작의 감각.
나의 하루를 여는 충만한 의식.
향긋한 숨결로 가득한 이 순간 속에서
고요한 아침과 눈을 맞춘 채 다정히 미소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