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친구에게
안녕, 잘 지내? 요즘 날이 많이 쌀쌀한데 별 일 없는지 모르겠다.
올해 초 쯤이었나…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였던 것 같아. 그 즈음 내 마음에는 유난히 화가 가득했어. 아마도 나이를 먹으면서 세상에 점점 찌들어가고, 동시에 끝없이 지쳐갔기 때문이었겠지. 돈과 집, 점점 더 멀어지는 성공이란 목표와 남과의 비교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다들 이런 거겠지"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던 날들이었어.
그러던 어느 날, 예고없이 공황장애라는 게 찾아오더라고. 숨이 안 쉬어 지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은 경험은 가히 충격적이었어. "내가 공황이라니?" 믿을 수가 없더라. 그렇게 난생처음 정신과의 문을 두드렸지. 설문지를 작성하고 상담을 받는 동안 나를 둘러싼 낯선 이름들이 쏟아졌어. 성인 ADHD, 공황장애, 우울증 등등... 내 안의 마음은 이미 병들대로 병들어 있었던 거야.
그래 맞아. 이유 없는 분노, 자꾸만 깜빡깜빡 잊어버리는 일들,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불안감. 나는 그것들을 ‘다 그렇게 살아~’ 라고 치부해버리며 지내왔던 거지.
술과 커피를 끊고, 집 안의 어지러운 물건들을 비우고, 과식하는 습관을 고치며 나름의 방법을 찾아보려 노력했어. 하지만 그렇게 엄청난 도움은 되지 않았던 것 같아. 딱 하나를 제외하고는 말이야.
그건 바로 명상이라는 보물이야.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넷플릭스를 숏폼처럼 돌려보던 저녁이었어. 그러다 우연히 명상 프로그램 하나가 눈에 들어오더라구. 뭔가에 홀린 듯 재생 버튼을 눌렀고, 나는 내리 두 시간을 집중해서 호흡법을 따라하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였어.
그렇게 오랜 시간 무엇에 집중한 것이 정말 오랜만이더라.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는 게 신기할 정도였어.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이유도 모른 채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 하지만 ‘왜’ 라는 질문은 하지 않기로 했지. 그게 명상의 핵심이거든. 이유나 목적에 얽매이지 않고, 오롯이 현재에 집중하는 것.
그날, 나는 깨달았어. 밥을 먹으면서도 오후 업무를 걱정하고, 일을 하면서는 미래를 한탄하며, 과거의 선택을 자책하던 나날들이 결국 나를 현재로부터 단절시키고 있었다는 걸. '나는 이 순간 여기에 살아있음' 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었던 거야.
그날 이후 나는 매일 아침 명상을 시작했어. 하루 단 30분, 아니 10분이라도 고요히 앉아 내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어. 물론 여전히 쉽지 않아. 하지만 분명한 건, 내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야.
공황과 우울증이 사라졌어. 아침마다 가벼운 마음으로 미소 지으며 눈을 뜨고, 누군가 내 생각과 다를 때 박수를 쳐줄 여유가 생겼어. 과거의 후회에 얽매이지 않게 되었고, 미래의 불안감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어.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건, 미래를 걱정하지 않게 된 순간부터 내 삶의 결과들이 더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이야.
오늘도 아침 6시에 일어나 명상을 마치고, 모든 집중을 다해 너에게 이 편지를 써. 너와 우리와 모두가 스스로 살아있음을 느끼며, 매일매일을 온전한 순간으로 살아가길 진심으로 바라.
- 너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한 친구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