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만난 유토피아 1(캐나다)

오하라의 온:살롱

by O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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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오랜만에 커뮤니티 센터 내 수영장을 찾았다. 성인은 헬스장과 수영장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데, 이용료는 7불.


밴쿠버의 가을은 일교차가 심하다.


날이 갑자기 추워지면 내 컨디션도 곤두박질친다. 며칠 전부터 입안이 헐고 혓바늘이 돋더니, 오늘은 목과 턱 아래 임파선까지 크게 부었다.


몸은 최악이었지만, 운동을 하지 않으면 더 무너질 것 같아 억지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나의 운동 루틴은 단순하다.

Hot tub 10분, 트랙 20분. 이걸 네 번 반복하면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수영장은 시간대별로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나는 주로 아침 시간에 찾았는데, 그 시간대의 수영장은 특별한 풍경으로 가득했다.


아기 유모차를 끌고 들어오는 엄마들,2~5살 아이들과 놀아주는 아빠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그리고 장애가 있는 분들과 그들을 돕는 복지사들까지.


경증 장애인들은 복지사 한 명당 5명씩 함께 와 일반인들과 어우러져 운동을 했고, 중증 장애인들은 1:1 케어를 받으며 따뜻한 물속에서 재활 운동을 하고 있었다. 누구든, 어떤 몸이든, 함께 있었다.



오늘은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다.


중년의 여성이 휠체어를 타고 hot tub 쪽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자신이 타고 온 휠체어를 세워두고, 수영장 내 전용 휠체어로 갈아탄 후, 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온탕에 천천히 들어갔다. 뒤따라온 남편으로 보이는 남성의 조심스러운 시선까지 눈에 들어왔다.


그 장면이 유독 인상 깊었던 건 ‘휠체어를 타고 탕에 들어가는 모습’ 때문이 아니라, 그 장면을 아무도 신기해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이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그 순간, 나는 이곳이 마치 유토피아 같다고 느꼈다.


잠시 후, 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와 네 살 정도의 여자아이를 데리고 온 백인 여성도 hot tub에 들어왔다.


나는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 연신 “so lovely!”를 외쳤다.


그런데 그때, 한쪽 머리가 움푹 들어간 남자 청년이 복지사와 함께 온탕에 들어왔다. 교통사고의 흔적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다섯 살 아이가 말했다.


| "Weird! Weird!"

| "이상해! 이상해!"



당황한 엄마는 아이에게 가까이 다가가 손가락을 살며시 내리며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 “Just different. Just different.”

| “Everyone is beautiful. Everyone is wonderful.”



나는 울컥했다.

눈물이 핑 돌았지만, 참았다. 그녀는 정말 멋진 엄마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청년의 모습을 보는 내 마음도 잠시 불편했었다. 과연 나도 아이들에게 저렇게 말해 줄 수 있었을까?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어우러지고, 누구 하나 얼굴을 찌푸리지 않는 아침 수영장.


서럽고 불안한 타향살이에, 이 아침의 풍경은 내 마음을 따뜻하게 감쌌다. 그리고 사람을 온전히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조금은 달라지는 순간이었다.


사람이 사람에게 따뜻한 세상.

존중과 배려가 당연한 공간.

마치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에서만 보았던 환상 같은 세계가,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살다 보면
사람에게 지치고, 사람 때문에 무너질 것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 오늘 같은 장면을 만나게 되면 마치 하늘이 말해주는 듯하다.


| “너, 잘하고 있어. 그러니 힘내.”


내가 늘 꿈꾸던 세상.

사람이 사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세상.


진짜 유토피아.

그 세상은, 오늘 아침 수영장에 있었다.










| “Just different. Everyone is beautiful. Everyone is wonderful.”


| “너, 잘하고 있어. 그러니 힘내.”


| 사람이 사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는 세상.


| 진짜 유토피아. 그 세상은, 오늘 아침 수영장에 있었다.










오하라의 온:살롱'에서, 소박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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