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만난 유토피아 2 (캐나다)

오하라의온:살롱

by O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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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부터 6시 사이의 수영장은 오전의 차분한 분위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마치 오랜만에 산책 나온 강아지들이 풀밭을 뛰어노는 것처럼 활기차고 정신없다.


가끔 오후 시간대를 이용하지만, 사실은 이 시간을 피하고 싶다.


1시부터 3시 사이엔 어린이집을 마친 유아들이 많다. 뜻대로 안 되는 상황에 울고, 소리를 지르고, 불평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누구도 아이의 울음에 “시끄럽다”거나 “나가서 달래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웃으며 각자 운동에 집중할 뿐이다.


나는 처음엔 당황했다.


| '왜 엄마는 아이를 달래지 않을까?'


그런데 트랙을 돌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엄마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의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그저 흘러가기를 지켜보는 중이었다.


문득 한국의 공공장소가 떠올랐다. 아이의 울음에 당황한 엄마는 죄인처럼 급히 자리를 피하곤 한다.


| 아이를 돌보는 엄마를 "맘충"이라 부르고 단어가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

| 아이의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을 불편해하는 시선.


하지만 이곳의 수영장은 달랐다.


아이와 함께 걷고, 물놀이를 하고, 엄마도 아이도 당당하게 머무를 수 있었다.


그 모습에서 활기가 느껴지고, 이 공간은 되려 더 따뜻해진다.


그럼에도 내가 가장 피하고 싶은 시간은 오후 3시부터 7시 사이다.


그 시간의 수영장은 정말 정글 같다.


학교를 마친 틴에이저들이 우기 속 밴쿠버의 갈 곳 없는 오후를 공공수영장에서 발산한다.


레슨을 받는 아이들, 다이빙, 잡기 놀이, 보트 타기…


물은 튀고, 공은 날아다니고, 트랙에서는 뛰어다닌다.


가끔은 그 움직임이 너무 거칠어 ‘나도 조심해야겠다’ 싶을 정도다.


ADHD들의 축제가 열린 것 같아 보였다.


머리는 어지럽고, 정신은 혼미하다. 귀는 아파온다.


이 시간엔 라이프가드들도 평소보다 많이 배치된다. 하지만 크게 위험하지 않다면 이 소란을 통제하지 않는다.


어떤 아이는 라이프가드에게 일부러 공을 던지고 “던져줘!”라고 외치면 라이프가드는 받은 공을 다시 아이에게 던져 준다. 혹은 자신을 물속으로 던져달라고 말하는 아이에게는 웃으며 아이를 물속으로 ‘풍덩’ 던져준다.


아이들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 트랙을 걷던 어른이 공에 맞아도 “괜찮아~” 하며 웃고 지나간다.


가끔 “조심해 줘”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Sorry” 혹은 “Excuse me”라고 답한다.


반항은 없다.

다만, 고요도 없다.


이 시간대에 수영장에 들어가야 한다면, 집으로 귀가할 때쯤 나는 기력도, 정신도 탈탈 털린 상태가 되어 있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조금만 까불어도 ADHD, 과잉행동이라는 말을 쉽게 듣는다. 그리고 격리되고 통제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 행동들도 그 나이의 에너지로 받아들인다.

막거나, 비난하거나, 수치심을 주지 않는다.


그럼 한국의 아이들은 그 에너지를 도대체 어디에서 풀 수 있을까?

가만히 앉아 공부만 하라고 하는 사회에서 아이들의 마음은 정말 괜찮은 걸까?



묻고 싶다.


| “너희들은 정말 괜찮은 거니?”


아이들이 마음껏 뛰고, 부딪히고, 소리치며 놀 수 있는 공간. 그런 시선과 문화가 한국에도 더 많이 생겨나길 간절히 바라본다.










| 아이를 돌보는 엄마를 "맘충"이라 부르고 단어가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

| 아이의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을 불편해하는 시선.

| “너희들은 정말 괜찮은 거니?”






오하라의 온:살롱'에서, 소박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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