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물드는 것이다.

오하라의 온:살롱

by Ohara



사랑은 그렇게 유전된다


어릴 적, 나는 습관처럼 입에 달고 살던 말이 있었다.


| “지금 몇 시야?”
| “오늘 추워?”


질문은 늘 나였지만, 대답은 불특정 다수였다.

엄마일 때도 있었고, 언니일 때도 있었지만, 언제나 빠짐없이 성실하게 답해주시던 분은 아버지였다.


| “7시 30분이야.”
| “내일 13도야, 좀 쌀쌀해.”


그 목소리는 언제나 담백했고, 따뜻했다.

아버지는 내가 묻는 사소한 말들에도 늘 진심을 담아 답해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결혼 후, 큰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될 때까지 나는 워킹맘으로 살았다.


남편은 일이 바빴고, 나는 너무 지쳐 있었다.


그래서 늘 친정 식구들의 도움이 필요했고,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향했다.

나부터 살아야 했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언제나 도움을 요청해야만 했다.


아버지는 어김없이 내가 전화를 걸면 즉각 달려오셨다.


큰아이는 아버지 품에 안겨, 둘째는 내 품에 안고 함께 친정으로 갔다.


주말이면 아버지는 언제나 묵묵히 나를 도왔고, 아무 말 없이 나를 감싸 안아주셨다.


종종 남편이 주말에 출근할 때면 이때다 싶어 친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잠이 들었다.


주말 아침에 눈을 뜨면, 여전히 식탁 위에 놓여 있는 메모 한 장.
아버지의 단정한 손글씨가 적혀 있었다.

[날씨 쌀쌀 / 아침 9도, 낮 13도]


그 아래엔 엄마의 덧글도 적혀 있었다.

[애들 반팔 입히지 마. 감기 조심해!]


부모님의 메모는 날씨 정보이자, 무언의 사랑 표현이었다.


그 메모 한 장에 담긴 따뜻함이, 지금도 종종 떠오른다.


아버지는 항상 가족이 먼저였다.
퇴근 후엔 집안일을 도왔고, 설거지를 하셨고, 식사 후 늘 우리가 좋아하는 과일을 깎아주셨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아버지’이란 단어의 기준점은, 바로 나의 아버지였다.


그래서 나는 결혼을 하면서, 모든 남자가 아버지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퇴근 후 집안일을 거들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함께 식사를 하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그런 사람.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아버지 같은 남자는 많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문득 남편에게 묻고 싶었다.


| “당신, 스스로 가정적이라고 생각해?”
| “그럼. 나는 가족을 위해 일하잖아.”


나는 조용히 말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당신은 가정적인 사람이 아닌데? 가정적인 사람은, 우리 아버지 정도 되어야 가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 아니야?”


그 말을 하며 나도 알아차렸다.


남편도, 그 나름의 방식으로 가정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는 사실을...


다만 우리가 자라온 환경, ‘가정적’이라는 기준이 너무 달랐을 뿐이다.


나는 늘 가족 안에서 부모님의 행동 속에서 사랑을 배웠고, 남편은 마음속으로 가족을 생각하며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하며 살아갔던 것이다.


그와 나의 간극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이제는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 너무 다른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그 다름을 인정하는 것도 사랑이라는 것.


요즘은 나도 아이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한다.

| “오늘 영하 1도야. 따뜻하게 입고 가!”


그 말은 곧, 부모님이 늘 내게 건넸던 말이다.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내 입에서 나오는 그 한마디에, 부모님이 남긴 사랑의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랑은 그렇게 유전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받아본 사람이, 줄 수 있는 것.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그리고 사랑은 언제나 더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흐른다.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추운 아침,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혼자서 문을 나서며 생각한다.


| ‘밖에 추우니 따뜻하게 입고 가’


지금 그 말 한마디 건네줄 따뜻한 부모님이 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타향살이는 늘 마음 한구석을 시리게 한다.


오늘은, 유난히 그리움이 깊어진다.
그 따뜻한 한마디가, 그 손길이, 참 많이도 그리운 날이다.






오하라의 온:살롱'에서, 소박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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