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을 때 맘껏 울어라

오하라의 온:살롱

by O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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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자꾸만 울적하다. 아무 일도 없는데 가슴이 답답해지고,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날 것 같다.
‘날씨 탓일까?’ 생각하다가, 혹시 내가 아픈 건 아닐까 싶어 증상을 검색해 본다.


화면에 뜨는 단어. 갱. 년. 기. 증. 상.


울고 싶지 않은데 눈물이 나고, 웃고 싶어도 침울하다.
아이들이 더 이상 나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다.


그 시간을 현명하게 받아들이고자 나름 준비도 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 한구석이 헛헛하고 서운해진다.

이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바쁘게 공부하고, 아이들을 돌보며 살아온 삶이라 정작 나를 위한 여유가 생기니 오히려 낯설다.


나이 들어가는 것을 지혜롭게 받아들이겠노라 멋진 척 말하지만, 사실은 나조차도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다.


요즘 들어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그리고 엄마의 삶이 자꾸 떠오른다.

중년 여성의 삶이란?


나는 어릴 적, 확신에 차 이렇게 생각했다.


| “저렇게 살지는 말아야지.”
| “나는 멋진 커리어우먼으로 당당하게 살아야지.”
| “경제적으로 능력 있는 여자가 되어야지.”
| “왜 자식만 바라보며 사는 거야?”


엄마가 되기 전까지, 내가 속으로 자주 읊던 말들이다. 그것은 오만이었다.


그리고 결혼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삶의 시작이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순리대로 사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스스로를 타이르며 살아왔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엔 삶에 대한 불만이 늘 자리 잡고 있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여유가 생기면 나는 자꾸 과거로 돌아간다. 요즘은 중·고등학생 시절 써 놓은 일기장을 꺼내 본다.


그곳에는 ‘엄마’라는 단어가 참 많이 등장한다.


지금의 내 나이와 같았던 엄마의 나이


식사 후 온 가족이 모여 드라마를 보던 어느 날, 엄마는 유독 슬프지도 않은 장면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수건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오열하시던 모습도 기억난다.


“엄마, 왜 울어?”라고 묻지 못했다.

그저, ‘엄마에게 슬픈 드라마였나 보다’ 하고 넘겼다.


드라마가 끝난 뒤 엄마는 눈이 퉁퉁 부은 것도 모른 채 이렇게 말씀하셨다.

| “요즘 드라마를 참 실감 나게 잘 만들더라.”


그때는 몰랐던 엄마가 흘린 울음의 의미

이제 와서 돌아보면, 지금의 나와 다르지 않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 일도 없는데 눈물이 나는 것. 울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쏟아지는 슬픈 감정.

그때는 갱년기가 ‘화병’이나 ‘우울증’으로 취급되던 시절이었다. 성격이 예민해서, 혹은 사는 게 편해서 생기는 병쯤으로 여겨지던 시절.


그래서 엄마는 더 외로웠을지도 모른다. 아픈 건 분명한데 검사를 하면 이상이 없고, 힘든 건 사실인데 말할 수 없는 슬픔.


그건 엄마 혼자만 알아야 하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요즘 나 역시 사람을 피하게 된다.


괜히 감정이 격해질까 두렵고, 쓸데없이 예민하다는 평가를 받을까 두려워 슬픔을 조용히 숨긴다.


운전하다가, 설거지하다가, 마트에서 장을 보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진다.


어느 날, 지루한 드라마를 보며 설거지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드라마는 오열할 내용도 아니었는데, 감정은 걷잡을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본 딸이 물었다.


| “엄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나는 눈물과 콧물을 훔치며 말했다.


| “드라마가 슬퍼서… 주인공이 너무 멋지잖아.”
| “주인공이 멋진데 왜 엄마가 울어?”
| “그냥… 나도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나 봐!”


그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딸이 말하였다.


| “엄마, 엄마는 이미 진짜 멋진 사람이야. 왜 그걸 몰라?”
| “그리고 엄마! 울고 싶을 땐 참지 말고 그냥 울어. 나도 울고 싶을 때 막 울어. 그럼 속 시원해!"


그 말에 눈물이 쏙 들어갔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요즘 나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더 이상 필요해지지 않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내 마음을 자꾸 슬프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받고 싶어서, 그걸 몰라주는 가족과 세상이 서운해서 말이다.


문득 드라마를 보며 오열하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내가 엄마에게 “괜찮아?”라고 단 한 번만 물어봤더라면 엄마는 좀 더 덜 외로웠을까?


이제는 머나먼 타향살이 속에서, 엄마의 마음이 조금씩 알아간다.


엄마는 말할 곳이 없어서 외로웠던 것이 아니라, 단지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인정’ 받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엄마를 안아줄 에너지가 없다. 스스로를 돌볼 힘도 부족하다. 그저 울고 싶을 때 막 울어버리고 싶은, 어린 소녀의 마음만 있을 뿐이다.


쿨하고 멋진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결국 나는 불완전한 어른 아이일 뿐이다.


어른이 되면 울음의 시간을 미뤄야 할 타이밍을 먼저 떠올린다.

내일 약속이 있으면,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으면 오늘의 슬픔은 잠시 뒤로 미뤄진다.

울고 싶어도 마땅한 이유가 없으면 참게 된다.


그러나 그 감정을 외면한 시간들이, 중년이 된 나에게 어마어마한 내적 고통으로 다가올 줄은 몰랐다.


그래서 이제는 말해주고 싶다.


| “울고 싶을 땐 울어도 괜찮아.”


용기 있는 울음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슬픔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감정을 따라 흘러가 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오하라의 온:살롱'에서, 소박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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